이유를 따져 묻지 않고 받아들였던 할머니식 표현들이 있다. 맑은 하늘에 갑자기 비가 오면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라든가, 밤에 손톱을 깎으면 귀신이 나오고 피리를 불면 뱀이 나온다든가 뭐 그런 것들.
문을 열어둔 채 다니는 사람을 보면 "꼬리가 기네" 하셨는데, 그 기준으로 보면 나는 한없이 꼬리가 짧은 사람인 셈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나는 사방이 폐쇄되어야 안정감을 느끼고, 구석자리에 앉아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 소꿉놀이를 하며 가장 먼저 사방에 벽을 쌓아 집을 지을 때부터 직장에 다니며 사방이 꽉 막힌 끝자리를 요청할 때까지, 한결 같이 방문을 꽉 닫아야만 하는 사람. 누군가 보고 있다는 기분을 참을 수가 없어서 문을 걸어 잠그는 사람. 보여진다 생각하면 보이는 나로서 행동해야 하니까 방문을 꼭꼭 닫고 내 공간에 숨어 사는 사람. 강아지는 꼬리로 기분을 표시한다는데, 개 나이로 5살이나 먹고서도 꼬리를 좌우로 흔들 줄 모르고 위로 바싹 세우거나 아래로 축 늘어뜨릴 줄만 아는 사람.
문닫힌 방 안에서 내가 닫은 문이 벽이면 어떡하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열 수 있다 여겼는데, 정작 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열리지 않으면 어떡하지, 겁이 나는 사람.
너와 나를 둘러싼 각자의 세계에 안부를 물으며 통할 수 있는 문이 있다면 좋겠는데, 그런 바람을 품어도 좋을지,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만 남겨지고 싶지는 않은데 누가 내 문을 두드려주길 기다려도 될지, 내가 너의 문을 열어봐도 될지 망설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고 또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 가끔은 어려워. 다.
우리가 꼬리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강아지였다면 좀 더 쉽게 서로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