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프로젝트_8. 물거품 by희진

by 김희진

인어 공주가 왕자의 행복을 빌며 물거품으로 사라져 버렸을 때, 그 사랑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왕자는 금세 잊을 거야. 아프지만 아름다웠던 사랑은 인어만의 생각이겠지. 왕자에게 인어는 운명의 상대가 아니었던 거잖아.

관계라는 게 그렇잖아. 언제나 둘 중 하나 상대적으로 마음이 무거운 쪽이 생기게 되고 그건 혼자 감당해야 하는 몫이 되어버리지. 처음엔 그저 주는 게 좋아 주기 시작한 감정도 어느 순간 보상받지 못하면 지치고 억울해져. 고마움은 잊히고 당연함과 억울함이 남지. 그건 누구의 잘잘못은 아니야. 그저 모두는 순간의 감정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지. 마음이라는 게 노력한다고 어쩔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이유없이 좋아지는 마음도 아무리해도 좋아지지 않는 마음도.

결국 혼자 시작한 마음을 혼자 정리할 때, 그나마 잊지 못할 좋은 사람으로나마 남고 싶지만 그건 나만의 환상이잖아.

그 사람에게 나는 그럴 힘이 없잖아. 그는 나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으니까.


서촌을 걷다가 누군가 벽에 써둔 한 줄의 시를 보았어.

구명 조끼
나 죽고 너 살아

너 편하고 나 괴로우라고 그러는 거지.

희생은 가끔 자기만족의 또 다른 이름이잖아. 상대가 원치 않는 희생은 폭력이 될 때도 있잖아. 아낌없이 주었다고 모두 아름답진 않아. 너는 아름다웠겠지. 그런데 상대도 그렇게 생각할까?

나를 진정 사랑한다면 사라지지 말아 줘. 그게 나를 위한 거였다 말하지 말아 줘.

너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나를 첫 번째로 사랑하지 말아줘. 너 자신을 가장 사랑해 줘. 네 스스로의 행복에 욕심을 부려줘. 너를 떠올릴 때 슬픈 마음이 들지 않게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