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프로젝트_17. 이사 by희진

by 김희진

언니와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에도 초등학교, 중학교를 오가던 막둥이 동생이 독립을 했다. 그간 부모님과 셋이 살던 동생이 이사를 나가던 날, 어쩐지 한 시대가 막을 내리는 장면을 목격하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게 무슨 마음일까? 비슷한 감정이 언제였더라, 가만히 되짚어보니

엄마 아빠 둘만 어디론가 보냈을 때 드는 나이 든 둘이서 괜찮을까 싶은 불안감과

동아리를 함께 하며 깔깔거리던 동기가 갑자기 이제 그만 하고 싶다며 탈퇴했을 때의 상실감과

구구단을 함께 못 외워 방과 후 교실에 남아있던 친구가 먼저 다 외우고 집에 갈 때의 안타까움과

뭐 그런 감정들과 닮은 구석이 있는데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듯했던 어린 동생의 성장이 장하기도 하면서 한없이 아쉽기도 한 이 마음이 한 가지 단어나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이로써 시집오자마자 시부모님을 모셨던 엄마는 생애 처음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생활을 시작하게 되셨고

아버지는 "이제 기다릴 사람이 없네." 하면서 양파를 키우기 시작하셨는데

양파라는 게 파와 비슷하게 머리에 풀을 자꾸 키우긴 하는 게 그게 딱히 먹지도 못하고 보기에도 그냥 그렇다가 곧 풀이 죽어 버리기를 반복함에도

그래도 또다시 새로운 양파를 키우는 아버지를 보며

양파나 자식이나 비슷하다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제 부모님 곁에 가장 가까이 사는 자식인 나에게

엄마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제 우리는 네가 챙겨줘야 해. 핸드폰도 알려주고 컴퓨터 할 일 있으면 해주고 해야 해 "하셨는데

'나는 부모님을 챙길 수 있는 인간인가?'

그보다 '부모님이 날 안 챙기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밤.

동생의 이사로 가까운 동지 하나를 멀리 떠나보낸듯한 기분이 드는 밤.

평일에 만날 수 있던 동생이 이젠 평일에 만날 수 없는 직장인 동생이 되었음을 실감하는 밤.

군대를 보낼 때는 곧 돌아올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정말 돌아오지 않을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구나 싶은 기분이 드는 밤.

우리 모두는 이전보다 느슨하게 서로 연대하며, 각자 또 같이 살아가겠지 싶어 지는 밤.


우리 준호는 낯선 방에서의 첫날 밤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디에 있든 난 무조건 너의 편이고,

넌 나의 가장 친밀한 동지야.

너의 건투를 빌어.

갓 블레스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