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프로젝트_16. 여름밤길 by희진

by 김희진

계절은 신기하지. 때가 되면 빛의 색감과 바람의 감촉과 공기의 냄새가 절묘하게 바뀌어. 딱 떨어지게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감각으로 느껴지는 확실한 신호가 있어.

빛도 바람도 한결 호의적으로 변한 봄의 시작 즈음에 만난 너와 여름밤을 기대하는 대화를 나누었어. 그때 즈음이 되면 우린 한결 느슨한 자세를 취하고 있겠지.

해가 긴 7월의 어느 밤에 함께 생맥주를 마신다면 좋겠어. 한강을 가는 것도 좋겠지. 그저 아무렇지 않게 성실했던 하루를 나누고 살짝 젖은 목덜미를 머쓱하게 쓰다듬을 즈음 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슬쩍 훔쳐보고 싶어.

여름밤은 이상해. 사람을 살짝 들뜨게 하거든. 자꾸 걷고 싶게 하고. 가벼운 차림이 스스로의 무게도 가벼워지게 하는 걸까.

아마 여름밤이 되면 조금 더 가뿐한 마음으로 너와 걸을 수 있을 거야. 적당한 간격을 두고. 어둡지만 무섭지 않을거야.

그때 우린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함께 할 가을을 그리고 겨울을 기대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