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언가'를 지칭하고 싶을 때, '땅콩만 한 것'이라고 쉽게 말하지는 않는 편이 좋겠어.
땅콩의 존재감은 의외로 대단하거든.
일찍이 땅콩 때문에 비행기를 회항시킨 사건이 있었듯이.
그녀에게 땅콩은 자신에 대한 복종의 상징 같은 것이었을지도 몰라, 아마도. 아니면 그저 몸에 가지고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버튼 중 하나였을 지도 모르고. 인과 없는 화를 표출하게 하는.
그러니 여기서 작은 건 땅콩이 아니야. 고작 땅콩을 트집 잡는 어떤 태도이지. 즉, 작은 것을 비유할 때는 이런 땅콩만한, 이 아니라 이런 땅콩 회항을 시킬 사람만 한, 정도가 좋겠네.
내 친구 중에는 어려서부터 "땅콩만 하네"라는 말을 자주 듣던 애가 있었어.
키 순서로 번호를 매기면 늘 1번을 차지하는 아이였는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친구의 표정은 일그러지곤 했지.
'땅콩만 한 게 나쁜 걸까?'
언제나 "덩치 크네", "남산 만하네"라는 말만 인이 박히게 들으며 제발 작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나로서는 그런 의문도 품어봤지만
세상의 어떤 말도 듣는 사람이 나쁘다면 나쁜 거니까. 의도는 사실 중요치 않아.
덧붙여 누가 땅콩만 하든 남산만 하든 그건 자기 마음속에나 혼자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일이지 굳이 소리 내 말할 것도 아니고.
그러니 여기서 땅콩만 한 건 청자의 마음이 아니라 화자의 마음이겠지.
우리 엄마 귀 뒤에는 땅콩만 한 사마귀가 자란 적이 있는데, 여기서 땅콩만 하다는 건 '작아서 무시해도 좋을 정도'란 의미가 아니었어. '매우 중요하고 곤란할 정도로 큰'이란 뜻이었지.
땅콩만 한 사마귀가 자라서 너무 걱정이 되고 땅콩만하게 크고 무서웠거든.
그러니까 땅콩의 가능성은 땅콩만큼 무궁무진해.
알고 있는 한 가지 의미로만 가둬두지 않는다면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