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에 아이돌 덕질에 한참 빠져 있었는데, 원고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잠깐 몸풀기로 클립 영상 몇 개 볼까 하다가 추천의 추천을 타고 들어가다 보면 몇 시간씩 훌쩍 흐르기 일쑤였다.
새파란 하늘 아래서 꽃 같은 미소를 지으며 노래하고 춤추는 청년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까지 청명해져서 아, 인간이란 참으로 아름다운 존재구나 싶기도 하고
매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며, 재능 있는 젊은이들도 저렇게 최선을 다하는데 나도 지지 않게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그런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결국 생애 처음으로 팬클럽에도 가입하고 응원봉도 사고 피켓팅이라는 전쟁터에 뛰어들기도 불사하며 팬미팅에 가게 되었는데, 그들이 객석 가까이로 다가와 손을 흔드는 순간, 조명과 메이크업, 아우라가 삼위일체를 이루며 모공 하나 없는 고운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세계도 있구나, 아이돌이 나보다 열 살은 훌쩍 어리게 된 후에나 알게 된 덕질의 세계는 매우 심오하고 매력적이었다.
나의 아이돌이 계속해서 아름답기를
나이를 먹어가며 삶의 행보가 외모에 드러나기 시작할 즈음에도 그러하기를
시국이 하수상하다하지만은
그저 행복하게 마음 다치지 말고 오래 볼 수 있기를
서울 모처에 사는 누나팬은 그저 그렇게 내게 힘을 주는 청년들의 건강과 안녕을 빌며, 굿즈를 사 모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