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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형균 Oct 24. 2021

대학생 고민상담기

의대생, 간호대생 상담

한 달 여 전 Facebook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 숲'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습니다.


#109164번째 촛불
안녕하세요? 익명으로 해주세요.
간호 1학년입니다. 시험도 아파서 말아먹고 정말 며칠 동안 울면서 국가장학금 못 받아서 부모님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입니다. 2학기 땐 정말 잘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성적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힘든데 괜찮을까요? 학고까진 아니에요! 암기하는 팁도 같이 알려주세요!


여기에 제가 단 댓글입니다.


'의학과, 의예과 대나무 숲'에 '밤새서 공부해도 잠 푹 자는 동기보다 성적이 안 나와서 고민'이란 글에 얼마 전 달았던 댓글을 가져옵니다.

간호학과와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대동소이하다고 보고 수정 없이 올립니다.


'학습이 기억으로 전환되려면 잠을 잘 자야 합니다. 수면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중요합니다. 최소 4시간은 자는 게 좋고 같은 시간이라도 효율적인 시간대에 자는 것이 좋습니다. 낮잠을 15분~20분 정도 자면 밤 시간대의 수면시간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Pareto principle을 알 겁니다. 20%의 원인으로 80%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겁니다. 시험공부도 중요한 20%에 집중하면 80%는 해결된다는 겁니다. 소위 '족보'라고 하는 기출문제에 우선 집중하고 남는 시간에 나머지 예상문제들에 관해 살펴보는 겁니다.

명상을 잘 활용하면 학습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루 15~20분의 명상과 15~20분의 낮잠, 도합 30~40분의 시간 투자로 잠자는 시간을 3~4시간 줄여서 공부하는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앉아서 공부하다가도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고 때론 책을 들고 걸으면서 공부하면 뇌를 자극해서 효율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Mind map이나 만다라트 기법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공부도 일종의 경영기법이 필요합니다. 각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그 '효율'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잠'입니다.

밤샘을 해서 시간을 더 확보하기보다는 낮동안의 효율을 높여서 최소한의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은 전략입니다.


마지막에 '암기하는 팁도 같이 알려달라'라고 해서 학습법부터 우선 올렸지만 (mind map 등이 암기하는 팁의 대표적 예가 되겠고 덧붙여서 그날 학습을 마치기 전에 중요 내용을 빠르게 한번 review 하고 다음 날 학습 시작할 때 전날 내용의 핵심을 다시 한번 빠르게 review 하는 것도 중요한 팁입니다.) 정작 중요한 건 '시험도 아파서 망치고', '며칠 동안 울면서 국가장학금 못 받아서 부모님께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 '성적 때문에 잠도 못 자고 고민'이란 대목입니다.

아프다는 건 건강과 체력이 약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이 경우 학습법보다 건강관리법을 익히는 게 우선입니다. 건강과 체력은 모든 것의 기초니까요. 그런데 아픈 이유가 '아파서 시험을 잘 보지 못했다'는 합리화를 위해 자신의 무의식이 아픈 걸 선택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 원인인지는 짧은 글만으로는 알 수 없지만 글에서 자신을 자책하고 자신에 불만족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진짜 문제이고 원인이라 봅니다. 국가장학금은 상대평가이니 못 받는 사람도 있고 모든 학생이 성적이 상위권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자신은 성적이 우수해서 국가장학금을 받아야 당연하다고 여기는 압박감이 자신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고 누구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같은 스트레스라도 그걸 받아들이는 반응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국가장학금을 못 받아서 부모님께 미안하다는 걸 보면 효심도 있고 성실한 학생입니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도 높고요. 내가 주고 싶은 처방은 아까 올린 학습법보다는 자신의 심적인 부분에 대한 것입니다. 오늘부터 자신의 장점과 그날 잘해서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걸 써보세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5분만 할애해도 됩니다. 자신이 잘못한 것 등 부정적인 것보다는 잘한 것, 자신이 생각해도 기특한 것, 남들이 안 가진 장점 등 긍정적인 것에 집중해서 찾아보세요. 의외로 많을 겁니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 여기고 자신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고, 위만 볼 게 아니라 아래도 보고 그러다 보면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다 여기게 될 겁니다. 그러다 보면 자존감도 올라가고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겁니다. 자신의 몸도 아끼고 사랑해주세요. 시험성적을 잘 받고 싶은 욕심에 밤을 새 가며 공부하기보다는 최소한의 수면시간은 확보해주고 밥도 제 때 몸에 이로운 걸 먹어주고 피곤하면 잠시 쉬어주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몸도 보답할 겁니다. 적어도 아파서 시험을 망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의사든 간호사든 졸업 후에는 학생 때 성적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국가고시 합격해서 면허를 취득할 만큼 공부하면 되고 너무 기본적인 걸 몰라서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는 공부해야겠지만요. 모든 것의 기초는 몸이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처럼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냅니다.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지고 더 수용적인 자세로 자신도 사랑하고 환자도 사랑할 수 있는 좋은 간호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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