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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의 빛글 Aug 03. 2021

한부모가족의 휴가

잘 이겨내고 싶다!!

2003년 결혼을 했다. 

2004년 큰아이를 낳았고, 2006년 작은 아이를 낳았다. 

애들 아빠와 휴일을 보내거나 휴가를 보낸 기억이 거의 없다. 

한번도 없는 건 아니지만, 내 기억엔 그렇다. 

내 기억 역시 왜곡되었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매주 주말,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긴 휴일은 언제나 애들아빠는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 책임감이 더 생겼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어릴 때, 많이 놀아줘야 정서적으로 안정된다는데... 

아빠가 같이 할 수 없으니, 

엄마인 나라도 나는 아빠의 몫까지 해야지.. 하고 말이다. 


때때로, 

남편이 있는데도, 아이들 아빠가 있는데도

여행을 다닐라치며, 

아빠는 빠져 있었다. 

그런 경험이 누적될수록, 

순간을 즐기고 싶지만, 그럴 수 없게 된다.

나에게는 아들러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트라우마'가 되었다. 



큰아이 6살, 작은 아이 4살때, 

강천사 계곡에 갔을 때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한 아이는 업고, 한아이는 걸리고, 

내 오른 손, 왼손에는 커다른 튜브와 짐을 몽땅들고.. 

걷고 있었다. 

어떤 아저씨가, 아빠는 어쩌고 너희들끼리만 가냐고 애들에게 묻는다. 

그리고, 무슨 짐을 그렇게 혼자 다 들고 가느냐고 나를 쳐다보며... 계속 따라 붙었다. 

걱정되서 그랬을거라는 것보다, 그냥 남의 사생활이 궁금한 듯 해보여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행지에 가면,

가족들이 함께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엄마, 아빠, 자녀, 거기다 좀 더해지면 노부모.... 

로 구성된 .. 보기 좋은 가족.


언젠가부터 

큰아이도 아빠가 부재임을 안다. 

그래서 놀러가는 게 싫다고 했고, 집에 있고 싶다고 했다.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눈에도 

아빠가 즐겁게 재밌게 놀아주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 아이 눈에도 보였겠지.. 얼마나 부러웠을까?? 

아이들에겐 아빠가 있어도 없는 거였다.


그게 나에게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렇지만, 우리끼리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게 한부모가정의 싱글맘의 맘이다. 

그래서 나는 줄기차게... 매주말, 매년 휴가, 특별한 날.. 등을 챙겨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곳까지 여건이 허락하는 데까지 다녔다. 

때때로, 남편이 있어도 아빠가 있어도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그 사람에게 화가 났었다. 

그리고, 차라리 없는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10년을 그렇게 살다가 이혼은 했다. 


여전히 아이들은 내 차지다. 


애들에게 잘 해줄 수 있다고 

애들하고 잘 놀아줄 수 있다는 사람을 만나... 

진짜 아빠같은 아빠 노릇을 해주면 좋겠다는 기대로... 

재혼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 또한 내 착각이었다. 

우리는 우리끼리 주말을 보내야했다. 

1년여 만에 정말 잘 살수 있을거라는 그 사람은 더 좋은 조건의 여자(자식도 없고 젊은)를 만나니 

우리가 혹이 됐다. 어떻게든 회유해서 이혼하고자 했다. 

이혼을 했고, 나는 절망했고, 아이들에게 부끄러움을 금치 못했다. 


그래도, 내 자식이니까... 

모든 건 내 책임이니까.. 

내가 낳았고, 내가 이혼했으니까.. 

나는 살아야했고, 죽을 수 없었다. 


동반자살 가족 뉴스가 뜨면 그 부모의 맘이 이해됐다. 

어린 애들이 무슨 죄냐고, 죽을려면 자기들이나 죽지 애는 왜 죽이냐고 하지만, 자식을 그냥 두고 죽을 수 없는 부모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고. 

공감한다고 해서 죽을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도 가끔 우울감이 올라오지만, 

자식을 놔두고 죽을 수도, 

자식과 함께 죽을 수도 없기에, 

하나님 붙들고 거두어가지 않으실거면, 살고자 하는 맘을 달라고, 살게 해달라고, 이겨내게 해달라고, 헤쳐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우리에게도 행복을 달라고 외치며, 긍휼히 여겨달라고 외치며 살아간다.

그 고난의 길은 여전히 진행중이고, 견뎌야 한다. 

애들에게는 엄마 밖에 없으니까. 


지금, 애들 데리고 여름 휴가를 왔다. 

바베큐도 구워먹고, 물놀이도 하고... 아들 수학도 가르쳐주고.. 

맘껏 즐기다가도.. 

이런 걸 나는 늘 혼자 해야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과거의 기억과 함께 올라오고, 

우리 애들에게 아빠의 자리는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늘 빈자리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서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아이들이 불행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내가 비빌 언덕 없이 살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버팀목이 되어주어야지.. 

그런데, 참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 씨되니까... 우리는 잘 될거야!! 

엄마는 너희에게 힘이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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