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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의 빛글 Jul 28. 2023

애정결핍이 낳은 병리적 관계:관계중독 그남자랑 헤어지기

관계중독 섹스중독 남자친구랑 헤어지기

26세 된 딸을 둔 엄마로부터 상담 의뢰가 왔다. 

딸이 삶의 의미가 없다고,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상담을 의뢰해왔다. 

상담은 부모가 해달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본인이 상담 받고 싶은 의향이 있다면 하겠다고 했다. 


딸이 유럽으로 유학가서 5년 만에 한국에 들어왔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집안에서 편안하게 공부하러 간 아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중학교 때, 부모의 이혼을 맞이한 그녀는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보내고, 가까스로 2년제 대학에 들어갔다. 

그녀의 엄마는 하던 사업이 안되어서 생활고에 시달렸는데,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그래서, 딸에게 용돈 한번 제대로 줘본 적이 없다. 

용돈은 고사하고, 딸은 엄마의 사랑을 받아 본 기억이 없다. 물론, 아빠에게도 사랑 받은 기억이 없다.  

그녀의 애정결핍은 유럽으로 유학을 가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모든 게 힘들었다. 신분도 그 무엇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감지 했다. 

그래서, 썩 괜찮은 능력있는 외국인을 만나서 유학길을 떠났다. 

모든 것은 그 외국인 남자친구가 감당하기로 했기 때문에 몸만 가면 된다.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천만원도 안되는 비자금을 들고, 한국을 떠났다. 

격려 받으며 희망으로 떠나야 할 유학길이 조금은 두려웠다. 

엄마는 예나 지금이나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서 그저 울기만 했다. 더 나은 곳으로 가는 딸을 붙잡을 수 없었다. 


남자친구 집에 머무르면서 공부도 할 수 있게 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남자 친구 덕분에 좋은 직장도 들어가게 되어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남자 친구는 좋은 직장에 다니고, 능력있는 아버지가 계시고, 무엇하나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그런데, 공감력이 떨어졌다. 

그녀는 공감력이 떨어진 남자친구랑 더이상 한 집에서 살 수 없었다. 그녀의 외로움은 더 커져갔다. 홀로 소외된 느낌. 결혼까지 생각할 수 없었기에 이별을 하고, 다른 남자를 만났다. 


새로 만난 남자 친구네 집에서 살게 됐다. 그 남자친구에게는 여자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동거하고 있지만, 결혼상대는 아니니, 자유연애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잠을 자다가도 나가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왔다. 심하게 다투고 점점 그 친구가 좋아졌다. 둘이 있을 때는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즐거웠고, 태어나서 그렇게 행복했던 순간이 없었다. 하루라도 여자를 만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어서 늘 불안한데도, 자기 옆에 있으면 편안하고 좋았다. 

그 친구가 좋아질수록 화가 나서 다투게 되고, 몇 번을 헤어지기로 마음먹었지만, 나가서 혼자 살 용기가 없었다. 다시 무너진 마음을 다잡고 있노라면, 또다시 행복이 찾아왔다. 

그런, 병리적 관계가 되풀이되었다. 

한국에 오면서 그 친구랑 헤어지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다.  같이 있던 방에서 짐을 빼서 그 집 지하실에 짐을 옮겨 두고, 이별의 통보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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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한국에 와보니, 엄마랑 오빠가 있어도 마음이 온통 그 남자친구에게 가 있었다. 먹기도 싫고, 죽고 싶다. 엄마와 오빠는 그 친구가 자기를 이용한거라고, 사랑하지도 않은 거라며, 잘 헤어졌으니, 잊으라고 했다. 

그녀에게 그 말이 들어올 리가 없다. 이성적으로는 맞는데, 가슴은 이쑤시개 수십개로 쑤시고 있는 듯 아프다. 

나와 첫 상담에서

한국에 왔는데, 남자 친구 생각이 나서 죽을 것 같단다. 헤어지려고 작정하니까 삶의 의미가 없다고 한다. 

도대체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엄마한테 어디까지 들으셨어요?' 하길래, 엄마한테 어디까지 들었는지 내가 헤아리기 어려우니,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얘기해 달라고 하니,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어릴 때, 부모로부터 사랑 받지 못해서, 니가 외로움을 많이 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함께 있는 남자친구에게 엄청 의지했을 거고, 아마도 혼자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하니, 맞다며 눈물을 흘렸다. 

내가 위로를 해주길 바라느냐? 아님,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지금 한국에서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원하는 걸 말해보라고 했다. 위로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계속 생각이 나서 보고 싶어서 죽겠다고 했다. 


우리는 긴 이야기를 마치고, 

기간을 두면 안될 거 같아서 바로 다음날 줌으로 상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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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중독&섹스중독인 남자친구와 이별하는 건 맞는데, 감정이 말을 안듣는다.
너무 보고 싶어서, 꿈에 시달리고, 남친의 인스타를 수도 없이 들여다 보며, 자괴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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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은 이렇다. 


가장 중요한 건 가치관이다. 절대적 가치관이 있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절대적 가치관이 없다. 

너의 삶을 지탱하는 가치관이 뭐냐고 물었을 때,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냥, 좀 더 행복하고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고 했다. 

'행복, 절대적 가치관, 관계 중독, 섹스 중독, 에이즈, 미래, 결혼, 상처, 병리적 관계, 죽음, 사랑, 정상, 삶의 의미'

이러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남친이 삶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상담 중에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하기로 했다. 

그 남친이 생각나면, 

'아, 생각이 나네.. 지금 나는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집중해야지!' 하고, 할 일을 하는거다. 

충분한 고독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만,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있는 것이 무조건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친구도 만나서 대화도 나누고, 그 남친이 떠올라도 다른 화제거리를 꺼내서 얘기한다. 

그리고, 하루 하루 할 일에 대한 계획을 좀 더 촘촘히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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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나는 이렇게 피드백했다. 


아직 26세,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건 너무 당연하다. 누구에게도 가치관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절대적인 가치관도 없다. 

(질문을 여러 각도로 다양한 형태로 하면서 스스로를 알아차리게 하고,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했다.)

20대 청춘은 자기 진로를 정하고 평생직업을 찾고, 반려자를 찾는 과업을 수행한다.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괴로워하는 건 당연하고, 그렇게 만나다 헤어지겠다고 통보하고 와버렸는데, 가슴 안아프면 그게 더 이상하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정상적인 만남이 아닌 건 사실이다. 

매를 맞고 사는 아내가, 남편에게서 학대받으며 헤어지지 못하고 사는 이유는 '중독'이다. 불안상태에 있다가  도파민, 아드레날린의 과다 분비로 해소된 듯한 느낌이 들지만, 또다시 찾아오는 불안상태, 이렇게 반복되면서 과도해지는 호르몬. 병리적 관계를 존속해 가는 그런 중독상태나 마찬가지다.


자신을 산제물로 희생시키기를 포기한 것은 잘한 일이다. 헤어지기로 결심한 것은 잘 한 것이다. 삶의 의미가 그 남자친구였다는 착각에서 벗어난 것은 너무나도 다행이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지금이 조금은 고통스럽지만, 이 시기를 잘 보내면, 더욱 성장해있을 것이다. 


내가 만난 이 가족도 정말 힘든 시기를 겪어내며, 그 질고의 시간을 각자의 몫으로 감당하며 지금은 좀 더 성장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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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절대적인 가치관을 가질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며, 하나님께로 인도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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