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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의 빛글 Jul 20. 2023

춤추는 별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사춘기]애들은 수도 없이 변한다는 말이 맞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는 말했다. 사람들은 '춤추는 별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자신 속에 혼돈을 지니고 산다고.


우리 딸도 그렇겠지?

딸아이는 어떤 별을 탄생시키기 위해 갈등을 했을까?


딸아이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 쯤이었을까? 

그 전까지만 해도

센스 있고, 스마트하고 나무랄 데가 없는 아이었다.

잘 놓치고 다니는 나는 딸아이에게 물어보고 체크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그 애는 꼼꼼한 성향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다독상을 받았었고, 중학교 때도 독서하는 습관은 유지됐다.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에 놀러가면, 개장하자 마자 입장해서 거의 마지막으로 퇴장해야 직성이 풀리는 에너자이저였다. 집에 돌아와서도 밤늦게까지 잠을 안자고 흥분을 유지하며  잠자는 것을 아까워했다.

중학교 때, 산악달리기에서 전교 1등 먹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왜 우리집엔 소파가 없냐"며, "거실에 책상하고 책장만 있는 집은 우리집 뿐일거야"라며,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눕기 시작했다.


예의도 있고 성숙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어느 날부터 불평이 시작됐다.

콩같이 말하면 팥같이 알아들어서 정말 나랑은 말이 잘 통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나?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면, '엄마 또 질문하려고 하지?' 하면서, 질문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단다.

점점, 수면 시간도 길어졌다.

수면 덕분에 키는 173cm 장신이 되었디만, 엄마 입장에서는 '내가 낳은 딸이 맞나' 할 정도로 해도해도 너무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동생하고 단둘이 고속버스, 비행기, KTX 잘 타고 다니고, 가족 여행간다고 하면 좋아했던 애가 어느 날, 왜 여행을 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차라리 집에서 쉬고 싶다고 했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멀리까지 가서 기다려서 먹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시켜먹는게 제일 좋다고 했다.


아이는 타고난 에너지를 다 써버린 듯 했다. 무력감이 느껴졌다.

중3이 되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학업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모양이다, 잘하고는 싶은데,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친구들은 모두 잘 하는 것 같은데.....


그 아이에게 코로나는 둘도 없는 선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비대면 수업을 하게 되니 집에서 충분히 쉴 수 있었다.

시간만 나면, 자고, 먹고 쉬고, 스마트폰으로 드라마 보기가 딸의 '락'이 되었다.

할 일이 있으면 미루지 않았던 이 아이의 근성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적극성과 에너지는?.


그게, 바로 사춘기다!

아주 끔찍한 사춘기였다.

이 아이는 6학년 때 쯤, 사춘기를 맞이했는데 드러낼 수가 없었다.

엄마의 이혼으로 엄마가 더 큰일을 겪고 있으니, 자기 마음을 엄마에게 알아달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희생당하고 있었다.


슬슬 사춘기의 진면목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를 알아달란 외침이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우리는 몹시 힘들었다.

화성에 있는 학교와 서울 집까지 매주 왕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1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매주 왕복했다.

딸아이의 불평과 짜증과, 말할 수 없는 무력감을, 엄마인 나는 다 받아내야 했다.


그렇게도 긍정적이었던 아이가, 부정적으로 변한 건 순식간이었다.

입을 열기만 하면, 불평, 불만, 자기 비난, 환경 탓, 엄마 탓이다.

엄마 탓인 것은 기정 사실이고, 예민한 고등학생에게 평범함을 요구할 수 없었다.

드디어 수능이 끝났다.

'그래도 좀 괜찮은 대학에 입학했으니 나아지겠지?'

 내 착각이었다.

더 좋은 대학 못가고, 좋은 선택 못했다고 불평하면서 죽고 싶다고 했다. 그 아이의 마음을 애써 모른 척하면서. 그래도 결과에 대해 받아들이길 바랬다.

우리는 맨발로 살얼음판을 걸으며 식은땀을 흘리며 시간을 보냈다.


대학에 입학하고 첫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고, 이제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딸아이는 곧 성인이 된다. 8월 24일이면, 생일을 맞이하고 미성년 딱지를 뗀다.


과외도 하고, 모교에 가서 일일 멘토도 하고, 선배가 들려주는 대학 입시 경험담 등으로 일일 알바도 하고, 버거킹 같은 곳에서도 얼마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느 날,

"그치, 엄마, 내가 엄마를 힘들게 하고, 내가 엄마한테 짜증부렸지? 엄마가 나한테 그런 적 없지!"

"내가 좀 준범이한테 나쁘게 굴었지? 잘해줄 걸 그랬지?"

"엄마, 나 이제 열심히 할거야, 2학기 때는 올 A+맞을거고, 영어공부도 열심히 할거야, 엄마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았더라, 엄마 나는 그래도 괜찮은거였더라.. "


그 아이는 자신의 환경과 자기를 조금씩 이해해 가고 있었다.

사춘기를 떠나 보냈다.

아이들은 수도 없이 바뀐다는 말이 맞다.

그 긍정적인 아이가, 어떤 불만도  긍정으로 해석하던 아이가, 부정적인 질문보다 긍정으로 질문하던 아이가, 어느 날 돌변해서 엄마가 참 당황스러웠는데...

'이제, 다시 너로 돌아왔구나!!'

때때로, 아이들 생각하면,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에 아직도 눈물이 흐른다.


딸아이 초등학교 5학년, 우리가 안양 살 때 일이다.

우리는 한여름 밤 늦게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이들이 롯데리아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해서, 한참을 걸어서 롯데리아로 갔다. 마감시간 5분 전인데, 아이스크림은 마감시간 10분 전부터 판매 불가란다. 아이스크림 기계 전원을 내린다고 했다.

정말 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갔는데, 이런, 어떡하지? 근처 편의점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로 대신해야겠다고 했더니, 약간 아쉬워하는 듯 했다,

편의점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받아든 딸은

"엄마, 이것도 괜찮은데요~ 반드시 롯데리아 아이스크림 아니어도 돼요. 이렇게 엄마랑 오랫동안 걸을 수 있어서 좋고, 산책도 하고 롯데리아에서 아이스크림을 안판다니 좀 섭섭했지만, 이것도 아주 맛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있어서 좋으네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긍정적  해석을 하는  아이가 바로, 너였는데 말이지!

다시 너로 돌아왔구나!'


너는 또 변하겠지만,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니체가 말한, 그 춤추는 별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오늘도 너는 너를 극복해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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