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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의 빛글 Feb 19. 2016

니 안에 너는 없어!

배려한답시고 다른 사람만 생각해? 너 뭐야???

"그가 헤어지자고 할 때 마음은 어땠어요?"

"슬펐죠. 저는 아직 그대로인데.. 저는 아직 사랑이  남아있는데..!"


"다른 감정은?"

"답답하죠. 안타깝고. 왜 더 노력하지 않고??"


"또 다른 마음은??"
"글쎄요. 그냥 사랑하는 마음?"


"그 사람이 어디가 좋았어요?"
"비전이 보였고 성공할 것 같았고, 지적인 면이 저를 휘감았어요. 그리고 같이 있으면 편안했어요. 제가 악몽을 자주 꾸는데, 악몽도 안 꾸고. 밤새 불을 켜놓아야 잠을 잤는데 불면증도 없어졌어요. 함께 영화 보러 갈 사람이 생겼고, 기본적으로 애들을 좋아하더라고요. 제 아이들하고도 잘 놀아주고, 책임감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기는 신뢰가 우선이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처음엔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애들도 자기 자식이 아니라 싫대요. 자기는 자식하고 떨어져 이게 뭐하는 건가 싶은 생각에 이 집에 들어오면 행복하지 않대요. 저한테 귀가시간을 알려주고, 누굴 만나러 가는지  귀띔해주는 것을 배려가 아닌 구속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기의 가치관이 바뀌었대요. 자유라는 가치로. 자기도 이럴 줄 몰랐다고 헤어지자고."






여자는 아주 긴 상담을 받았다. 

여자는 현모양처로 살고 싶었다. 그런데, 이미 한 번의 이혼을 경험했다. 그래서 다시 이룬 가정은 더더욱 지키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태어나서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하나님께서 보낸 사람이라고 착각했다. 뭐든 그 사람 입장에서 다 하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남자의 비위 맞추는데만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녀 안에 그녀가 없어졌다.

그녀는 그것조차 모른다.


"그 사람이 결혼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이렇게 착한 당신에게 배려가 없는데 왜 좋을까요? 지금 억울해야 하는데? 왜 그런 마음이 안 생길까요? 원색적인 감정을 보세요. 그 안의 그 안의 아주 깊은 감정이 뭘까요?"

"잘 모르겠어요!"


"그 사람이 어디가 좋아요? 책임감이 없는데 뭐가 좋아요?"

"그런 얘긴 많이 했었는데요. 저희 아빠에 대한 감정 때문이기도 해요. 저희 아빠가 사업에 실패를 했었어요. 저 어릴 때 저희 아빠는 1년에 몇 번 밖에 집엘 안 오셨어요. 저희는 외할머니네 살았고요. 엄마는 치가 떨리도록 아빠를 싫어했어요. 아빠는 어쩌다 집에 들어와서는 엄마를 구타하곤 했죠. 엄마 잘못도 있었죠. 왜 아빠한테 저럴까? 좀 살갑게 대하지. 애교 있게. 아빠는 저를 3남매 중에 가장 사랑하셨어요. 남편 만났을 때 남편의 상황은 아빠랑 비슷했어요. 아빠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 사람도 참 힘들었겠다. 그래서 무의식에 끌렸던 거예요"


"아.. 그래도 남편은 아빠처럼 아내를 때리지도 않으니 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겠네요. 엄마가 아빠에게 대하는 모습이 싫어서 본인은 남편에게 더 다정하게 대했겠군요"

"네. 더군다나 남편은 사업에 실패해서 가족들과 떨어져 있을 때도 가족들에게 생활비는 다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책임감도 느껴졌고요."


"그래요. 힘들어도 꼬박꼬박 생활비도 보냈다고 하니 같이 살아도 아빠보다 좋은 사람이네요. 아빠한테 다 받지 못한 사랑을 남편에게 받으려고 했군요."
"아마도요."


"그런데 남편은 아빠처럼 사랑해주지도 않았군요."

"네."

여자는 흐느낌이 울분이 되길 바라며 울어본다.




"본인은 지금 많이 울어야 하고 화가 치밀어야 돼요. 그런데 왜 그 원색적인 감정을 못 볼까요?"

"그러고 보니 저희 아빠가 돌아가실 때, 저는 눈물이 안 났어요. 저는 1년 6개월 동안 아빠 곁에서 뼈에 가죽만 남은 검은 시체가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폐암에 걸리셨는데 밤새 기침을 하고 피를 토하기를 반복했죠.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웠어요. 왜 하나님은 저렇게 고통스러운 아빠를 일찍 데려가지 않지? 하고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부고가 들려왔어요. 저는 눈물이 안 났어요. 천국에 가셨을 텐데,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울지?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구요. 그런데, 찬송가만 부르면 눈물이 나는 거예요. 왜 그런지 모르겠더라고요. 지금도 찬송가를 부르면 눈물이 나요"


"그래... 그럼 그 감정들은 뭘까요? 왜 다를까요? 아빠의 죽음에 눈물이 나지 않을 때와 찬송가를 부를 때 눈물이 난 건 어떤 차이일까요?"
"..... "


"어떤 게 진짜 내 감정일까요?"

"제가 느낀 거니까 둘 다 제 감정이죠. 진짜 감정이 따로 있나요?"


"원색적인 감정... "

"음. 아빠의 입장에서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울 테니까 아무리 저승보다 이승이 좋다한들 하늘에 가셔서 다행이다 생각한 거네요. 그리고, 찬송가를 부를 때 눈물이 나는 이유는 이제 아빠를 보지 못하는구나.. 하고 현실적으로 느끼는 감정이구요!"


"그래... 바로 그거예요. 찬송가 부를 때 아빠 왜 가셨어요. 아빠 지금 가시면 어떡해요. 이제 보고 싶어도 못 보잖아요. 하는 것처럼. 지금 이 남자한테 뭐라 해줄 사람도 없고 저는 어떡하라고요. 하고 아빠를 생각하면서 울어도 보고, 남편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진짜 자신의 입장에서 억울해하고 분노하고 울분을 토해야 하는 거죠."
"그러네요. 그런 거 같네요."


"사람의 패턴이에요. 생각의 패턴. 사람을 대하는 관계의 패턴이 본인은 남을 배려하고 남이 우선인 사람인 거예요. 자기가 없어요. 내면에 자기는 사라지고 남만 있어요! 이제 바꿔야 돼요. 누구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도록..."
"... 네... 제가 없었네요. 그걸 저로 알고 살았네요. "


이렇게 긴 상담은 좀 더 진행되고  마무리되었다. 

가족력은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무의식을 사로잡는다. 어릴 적 부모에 대한 기억은 엄청난 핵심감정으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관계의 패턴, 생각의 패턴까지 고정시킨다. 이제 여자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기 위해 피나는 전투를  해야 할지 모른다. 지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내줘야 된다고 생각하던 삶을 바꾸지 않으면 고통을 이겨나갈 수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글. HealerLee-

-사진출처 (http://fb.com/jaego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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