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감, 외로움 모두 괜찮아.
사람들 속에서 나는 늘 겉도는 느낌을 받았다. 무리 속에서 조용히 미소를 띠며 웃긴 이야기에 하하 빵 터져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어딘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투명 인간처럼 나만 다른 주파수를 가진 존재 같았다. 웃고는 있지만 대화에 끼지 못하는 기분. 학창 시절 친구들은 나를 4차원이라며 웃었지만, 이 말속에는 나는 어딘가 모르게 특이하다는 거리감이 존재했다. 애써 무시하며 사람들과 겉도는 관계를 이어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는 선명해졌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고 싶었다. 힘찬 목소리로 인사하고, 함께 어울려 밥을 먹고, 퇴근 후에는 모임과 자기 계발을 참여하며 열정의 삶을 살아야 되는 줄 알았다. 자주 올라오는 우울은 술로 달랬다. 북적했던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로소 혼자가 된 안도감에 '하아...' 큰 숨을 내쉬며 표정이 사라진 채 터덜터덜 힘없는 걸음을 걸었다. 남들의 감정과 반응에 맞춰 사느라 정작 나는 내 감정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무엇을 바꿔야 할지 몰라 이름을 바꿨고, 더 이상 바뀌지 않는 삶에 발버둥 치다 결국 임신, 결혼, 출산과 동시에 모든 걸 놓아버렸다. 번호를 바꾸고, 인맥을 자랑하던 연락처를 지우며 주변과 서서히 멀어졌다. '혼자가 편해'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줄이며 동굴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내가 만나야 할 마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온 몸과 마음이 탈진한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우울은 대체 왜 끊임없이 반복되는 거야?" 동굴 속에 퍼지는 질문은 점점 메아리치며 내가 들어야 할 마음의 소리를 끌어올렸다.
하나씩 건네는 질문을 따라 '상처에 아파 버려진 슬픔, 버림받아 외롭고 두려운 마음, 부족한 나를 미워하다 자책하는 우울까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깊은 바다에 떠오르는 파편처럼 나는 그 감정들을 하나씩 바라보았다. 여기에 내가 바라봐야 할 마음들이 존재했다.
과거에는 지쳐 쓰러진 나를 내려다보며 '야 일어나. 뭐 하는 거야. 뭘 잘했다고 슬퍼하고 기운 없이 누워있어? 빨리 일어나서 뭐라도 해.' 발로 툭툭 차고 쓸모없는 나를 경멸하듯 대했다.
친구가 아파하면 달려가 안아주고 위로하면서
정작 나에게는 가혹한 채찍질을 가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를 돌보고 친구를 위로하듯 내가 나를 안아주는 시간이었다.
외면했던 상처와 감정을 바라보며 내면의 나를 만났다.
한때는 외로움과 슬픔 속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잃었지만
이제는 내 안의 작은 나를 따뜻하게 품으며 걸어가기로 했다.
여전히 부족하고 초라한 내가 많지만 때때로 그러한 내가 힘들기도 하지만
그러한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더는 마주하기 어려워 덮어두거나, '이건 내가 아니야'라며 외면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잘 어울리지 못하고 친목에 속하지 못한 채 사람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리가 새하얘진다. 로봇처럼 경직된 몸은 내가 봐도 어색하다. 애써 미소라도 지어보지만 잘 쓰지 않아 굳어진 입가에 경련이 일어 첩첩산중이지만 그런 나를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
'아... 그냥 조용히 집에 갈까...' 남들은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자연스레 오고 가는데, 집에 가는 것까지 나는 왜 이리 어색하고 식은땀이 나는지, 타이밍은 왜 이리 못 맞추는 것인지, 별거 아닌 말 한마디가 왜 이리 어려운지 수증기처럼 증발하고 싶지만 그러한 나를 바라보며 도망치지 않는다.
외로움이 스며들면 가만히 느껴본다. 두려움이 엄습하면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준다. 조용히 내면에 속삭인다. "괜찮아. 아직은 많이 두려워서 그런 거잖아. 네가 나쁘고 이상한 사람이라 그런 게 아니잖아. 이제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레 대화하고 어울려보고 싶어서 용기 내어 나온 거잖아. 아무 말 못 했어도, 이런 자리에 나와서 시간을 보낸 것만으로도 정말 멋지고 한 걸음 나아간 거야!. 말을 못 해도, 횡설수설 이상한 말로 빠져서 당황해 수습했어도 모두 괜찮아. 이제 너는 혼자가 아니야. 외로운 마음, 두려운 마음, 내가 초라하고 못나서 슬픈 마음에게 내가 늘 함께할 거야. 늘 너를 응원하고 사랑할게."
내가 나를 버리지 않는 존재가 되어 따스히 안아주면 경직된 두려움과 외로움에 따스한 온기가 번진다. 내가 나를 외면하지 않을 때 비로소 내 안에 평온이 깃든다. 그 순간만큼은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이 든다.
나는 이미 온전하고, 괜찮은 사람임을.
부족한 모습도 빛나는 나임을 말해주며
스스로를 끌어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