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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글쓰기

개성이 없다는 말이 남긴 것

by 호연 Feb 03. 2025


"개성이 없어요." 

글쓰기 수업 첫날 들은 피드백이다. 


"분명 호연 씨가 겪은 일인데, 구체적이지가 않아요." 

알고 있다. 글쓰기를 배우러 간 이유도 구체적으로 쓰는 게 어려워서였으니, 

정확한 피드백을 들은 것이다. 


다음엔 최대한 생생하게 쓰리라 다짐했지만 

"아직도 구체적이지 않아요"라는 피드백에 

"아아!!!!!!!!!!!!!!! 어려워!!!!!!! 대체 구체적인 거 어떻게 하는 거야!!"라는 

절규가 일었다. 


별생각 없이, 하고 싶은 말 쏟아내는 글은 그렇게 재미있고 후련했는데 

글쓰기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수록 어렵고 부담스러워지는 것은 배움의 공통인가 보다. 


운동도 잘 모를 때는 뽀송한 상태로 마냥 편하고 쉽게 하는데, 

원리를 알고, 사용해야 하는 근육에 제대로 힘주면 

땀이 비 오듯 나며 어려워진다고 하지 않던가. 

글쓰기도 그랬다. 재미있던 글이 갑자기 어렵고 부담되기 시작했다.


내려놓지 못해서 그런가? 

더 솔직하게 드러내야 하나? 어디까지 솔직해야 하지? 

아직도 나는 잘 정돈된 모습만 보이고 싶다.

찌질하고 구질한 순간의 나를 드러내야 좀 구체적이 되려나? 

그런데 굳이 내가 왜!! 왜 그렇게까지 해서 글을 써야 하는데???

싫어!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내가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얻는 게 뭐야? 

구독자 수? 책 출간? 아.. 됐어. 그냥 그런 거 안 하고 나는 지금 이대로 살 거야.!!!


다양한 생각이 든다.


'아.. 월요일.. 브런치 올리기로 한 날인데, 오늘은 진짜 글 쓰기 싫다' 

'왜 쓰기 싫은가'에 대해 적다 보니 이렇게 또 글을 적고 있다. 

지금의 상황, 마음을 다 털어놓고 적고 싶은 글을 쓰다 보면 글이 또 남겨진다.


잘하고 싶으니 부담되고

부족하다 생각되니 어렵고 하기 싫어진다. 

잘하고 싶다는 소망은 참 건강한데 

이 '잘'이라는 것에 '완벽주의'가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잘'하는 것의 끝은 있을까? 

분명 나에게도 괜찮은 지점이 있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고,

이전보다 성장한 영역이 있을 것인데 나는 늘 뚫린 구멍이 무엇인지 매의 눈으로 찾기 바빴고, 

그 구멍을 메꾸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뚫린 구멍 메꾸느라 내가 가진 부분을 놓치고 

진짜 삶을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이랄까. 


구체적이라는 건 단순히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내 삶을 더 생생하게 감각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내 경험을 내 방식대로 감각하고 표현하는 일. 

결국, 그게 나만의 개성이 아닐까? 


솔직함의 경계를 고민하고, 

글쓰기를 통해 삶을 더 생생하게 감각하는 과정. 

결국, 그렇게 나만의 개성을 찾아가는 게 아닐까?"


그러다 보면 지금의 나도 꽤나 만족스러울 것 같다. 

누구보다 내가 나를 세심히 들여봐 주고 

생생히 감각하며 '살아있구나, 존재하는구나!!' 느껴주니 말이다. 


이 지점에 서면 

드러내기 어려운 모습도 조금씩 

'뭐 어때, 이게 지금의 나인걸'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개성, 구체성, 솔직함'

글을 통해 

지금의 나를 들여다 보고, 

삶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 이게 글쓰기의 매력이지. 

놓을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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