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이 없다는 말이 남긴 것
"개성이 없어요."
글쓰기 수업 첫날 들은 피드백이다.
"분명 호연 씨가 겪은 일인데, 구체적이지가 않아요."
알고 있다. 글쓰기를 배우러 간 이유도 구체적으로 쓰는 게 어려워서였으니,
정확한 피드백을 들은 것이다.
다음엔 최대한 생생하게 쓰리라 다짐했지만
"아직도 구체적이지 않아요"라는 피드백에
"아아!!!!!!!!!!!!!!! 어려워!!!!!!! 대체 구체적인 거 어떻게 하는 거야!!"라는
절규가 일었다.
별생각 없이, 하고 싶은 말 쏟아내는 글은 그렇게 재미있고 후련했는데
글쓰기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수록 어렵고 부담스러워지는 것은 배움의 공통인가 보다.
운동도 잘 모를 때는 뽀송한 상태로 마냥 편하고 쉽게 하는데,
원리를 알고, 사용해야 하는 근육에 제대로 힘주면
땀이 비 오듯 나며 어려워진다고 하지 않던가.
글쓰기도 그랬다. 재미있던 글이 갑자기 어렵고 부담되기 시작했다.
내려놓지 못해서 그런가?
더 솔직하게 드러내야 하나? 어디까지 솔직해야 하지?
아직도 나는 잘 정돈된 모습만 보이고 싶다.
찌질하고 구질한 순간의 나를 드러내야 좀 구체적이 되려나?
그런데 굳이 내가 왜!! 왜 그렇게까지 해서 글을 써야 하는데???
싫어!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내가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얻는 게 뭐야?
구독자 수? 책 출간? 아.. 됐어. 그냥 그런 거 안 하고 나는 지금 이대로 살 거야.!!!
다양한 생각이 든다.
'아.. 월요일.. 브런치 올리기로 한 날인데, 오늘은 진짜 글 쓰기 싫다'
'왜 쓰기 싫은가'에 대해 적다 보니 이렇게 또 글을 적고 있다.
지금의 상황, 마음을 다 털어놓고 적고 싶은 글을 쓰다 보면 글이 또 남겨진다.
잘하고 싶으니 부담되고
부족하다 생각되니 어렵고 하기 싫어진다.
잘하고 싶다는 소망은 참 건강한데
이 '잘'이라는 것에 '완벽주의'가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잘'하는 것의 끝은 있을까?
분명 나에게도 괜찮은 지점이 있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고,
이전보다 성장한 영역이 있을 것인데 나는 늘 뚫린 구멍이 무엇인지 매의 눈으로 찾기 바빴고,
그 구멍을 메꾸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뚫린 구멍 메꾸느라 내가 가진 부분을 놓치고
진짜 삶을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이랄까.
구체적이라는 건 단순히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내 삶을 더 생생하게 감각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내 경험을 내 방식대로 감각하고 표현하는 일.
결국, 그게 나만의 개성이 아닐까?
솔직함의 경계를 고민하고,
글쓰기를 통해 삶을 더 생생하게 감각하는 과정.
결국, 그렇게 나만의 개성을 찾아가는 게 아닐까?"
그러다 보면 지금의 나도 꽤나 만족스러울 것 같다.
누구보다 내가 나를 세심히 들여봐 주고
생생히 감각하며 '살아있구나, 존재하는구나!!' 느껴주니 말이다.
이 지점에 서면
드러내기 어려운 모습도 조금씩
'뭐 어때, 이게 지금의 나인걸'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개성, 구체성, 솔직함'
글을 통해
지금의 나를 들여다 보고,
삶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 이게 글쓰기의 매력이지.
놓을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