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품는 연습

갈등에서 길을 찾다

by 호연

작년 시어머니 생신 때 일이다. 우리 집에서 시부모님, 시누와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한 날이었다.


남편은 먼저 일어나 아이들에게 사과와 딸기를 챙겨 주었고, 청소, 분리수거, 빨래를 했다. 나는 인스턴트팟에 미역국을 끓이고, 샐러드를 준비하고, 문어 슬라이스를 썰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피자빵을 만들어 주고, 연어를 구웠다. 남편 역시 집안일을 도맡으며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작은 부분에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다 함께 점심을 먹을 거고, 오실 시간이 다 되었으니 남편에게 식탁을 먼저 정리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남편은 거실을 닦고 신발장 앞을 쓸었다. 식탁 위에는 아이들의 연필꽂이, 각가지 학용품과 잡동사니들이 놓여 있었고, 나는 요리하느라 분주한 상황이었다.


식탁 위 아이들 물품은 아이들 방 책상에 놓으면 되고, 가습기랑 다른 것들은 거실 밑에 내려두면 되는데, 음식을 세팅해야 하니 당연히 식탁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질러진 식탁은 그대로였다.


당시에는 분주함과 협조되지 않는 상황에 살짝 짜증이 올라오는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 "지금 신발장 청소보다 같이 밥 먹기로 했는데 식탁을 치우는 게 먼저 아니야?" 남편도 자신의 방식대로 움직였을 뿐인데, 감정적인 말투가 나와버렸다. 남편 역시 감정이 상했고 결국 다툼으로 번져 분위기는 급격히 냉랭해졌다.


그 후, 나는 순간적으로 올라온 감정을 돌아보았다. 우리가 함께 애써 준비했던 하루였다. 서로를 격려하면 더 따뜻한 순간이 될 수 있었는데, 결국 불필요한 다툼이 되어버린 것이다. 돌아보면 남편은 나의 우선순위를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남편은 식탁 위 물품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 상대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감정적으로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 남편에게 사과를 했다. 그렇게 한 차례 감정을 정리하는 듯했지만, 오후에도 불편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밥을 먹고 시누와 함께 근처 한강에 갔다. 시누는 중간에 다른 약속을 갔고, 남편과 아이들과 보내는 오후였다. 나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만지고 뛰어놀게 두고 싶은데, 남편은 아이들에게 손을 닦으라며 반복해서 말하고, 화를 내고 채촉했다.


'아이들에게 왜 저렇게 화를 내며 말하지? 아이들에게 여유를 줄 수는 없을까? 자연에서는 마음껏 자유롭게 뛰어놀게 두면 어때. 옷이 좀 더러워져도 괜찮은데, 꼭 저렇게 해야 할까?' 기다림보다는 조급함, 자유로움보다는 강박처럼 보이는 깔끔한 남편의 모습에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정반대라는 생각이 들자, 답답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결국, 나는 그 모습이 힘들어 남편에게 먼저 집으로 가라고 했다.


아침으로 돌아가 본다. 나는 식탁을 치우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했고, 남편은 다른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손님이 올 시간이 다 되었으니 어질러진 식탁을 치우는 것이 당연히 우선순위다'라고 여기며, 그렇지 못한 남편의 모습에 짜증을 냈다. 점점 감정이 쌓였고, 나중에는 식기세척기에 컵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를 두고 삐걱거렸다.


남편은 말했다. "각자 방식이 있는 거야. 너한테 중요한 게 나한테도 중요한 건 아니야." 그 말이 날카롭게 꽂혔다. 나는 그래도 어머님 생신 날이니 준비를 잘해두고 싶었고, 내 나름의 최선을 다한 건데 그의 말이 가시 돋친 말로 다가왔다.


남편과의 갈등 속에서, 나의 욕구를 더 선명하게 본다. 나는 함께 소통하고, 의견이 다른 부분은 조율하며 서로가 윈윈 하는 관계를 원한다.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아도, 상대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그렇구나' 이해하고 싶다. 나는 자연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나는 감정을 단호하면서도 따뜻하게 다루고 싶다.


하지만 진심과는 달리 나도 욱 하는 순간 쉽게 화를 냈고, 남편을 이해하기보다 단절을 선택하고 있었다. 순간적인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도, 상대에게 내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도 살면서 해보지 못한 어려운 영역이었다. '너한테 중요한게 난 안중요해' 단절하는 듯이 말하는 남편에게는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이 차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를 존중하며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조율이 가능하면 하고, 그렇지 못하면 각자 한 걸음씩 양보하거나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이 간단한 깨달음이 하루를 돌아보며 내 안에 깊이 스며든다.


앞으로는 이렇게 해보려 한다.


먼저, 감정이 올라오면 호흡하기.

서로 감정이 격해지면 멈추기.

자리를 피하고 상황을 중지시킨다.


한 번 숨을 고르고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나지? 어떤 마음 때문에 그렇지?'

'내가 원하는 건 뭘까?' 스스로 묻고, 그 답을 차분히 정리한 뒤 남편에게 말한다.


예를 들어, "나한테는 식탁을 먼저 치우는 게 중요했어. 어머님 아버님 오시기 전에 깔끔하게 준비하고 싶었거든. 내가 요리를 하고 있으니까 오빠에게 식탁을 치워달라 말한 건데, 오빠는 내 말을 듣고도 거실을 쓸고, 신발장을 청소하니까 당황스러웠어. 오빠가 어떤 생각인지 말하지 않고 그러니까 나는 내 말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다음에는 오빠의 생각도 잘 얘기해 주면 좋겠어." 감정을 쏟아내기보다 내가 느낀 점과 바라는 점을 분명히 전한다.


그리고 남편이 나와 다르게 움직일 때, 그에게도 이유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려 한다. "너는 신발장을 먼저 정리하고 싶었구나"라고 그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고, 조금은 내려놓는 부분도 필요하다. 시부모님이 도착했을 때, 어수선한 식탁을 마주해도 어쩔 수 없다는 내려놓음. 여유와 느긋함도 필요하지 않을까. 서로 다투고 감정이 상하는 아침을 보내는 것보다, 연결을 선택하는 대화와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남편에게는 "식탁은 내가 할게. 대신 다음엔 내가 우선순위를 말하면 같이 맞춰줄 수 있을까?"라며 조율을 제안한다. 단절이 아니라 연결을 선택하는 대화다.


아이들과 자연에서 시간을 보낼 때는 내가 주도적으로 나선다. 남편이 깔끔함을 추구하며 아이들을 재촉할 때, "여기서는 좀 더러워져도 괜찮아. 내가 나중에 옷 정리할게"라며 그의 부담을 덜어주고, 내가 원하는 여유로운 순간을 만들어 간다. 남편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먼저 실천하며 아이들과의 시간을 지켜낸다.


마지막으로, 나를 위한 작은 의식을 만든다. 하루 끝에 차 한 잔을 마시며 오늘의 감정을 돌아본다. '오늘 내가 잘한 건 뭐지? 아쉬웠던 건 뭐지?' 스스로를 위로하고, 내일은 어떻게 다르게 해 볼지 적어본다. 남편과의 갈등이 반복되더라도, 나는 나를 잃지 않으려 한다. 그의 방식은 그의 것이고, 내 방식은 내 것임을 인정하며, 그 사이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간다.


이렇게 하루하루 쌓아가다 보면, 서로의 다름이 더 이상 날카로운 가시가 아니라 부드러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나를 더 단단히 붙잡고, 우리를 더 따뜻하게 안아줄 방법을 찾아간다. 결국, 이 모든 건 나와 너, 우리를 위한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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