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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도 괜찮아, 내 시간을 찾는 길이잖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지나온 길을 돌아볼 용기, 진짜 나를 찾는 법

by wise

최근 한 중년의 심사위원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했다.

“40대가 되면, 노래할 때 제일 혼란스러웠어요. 그동안 해왔던 테크닉이 사라지고, 더 이상 예전처럼 잘 나오지 않아요. 그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하고, 자신감을 잃으며 노래에 빠지지 못하죠. 그럼에도 도전은 계속해야 해요. 가지 않은 길이라도 도전하다 보면, 결국 내 목소리가 나오게 되니까요.”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묵묵히 내 길을 가며 열심히 했지만, 항상 좋은 결과가 따르지는 않았다.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기대와는 달리, 노력한 만큼 성과가 오지 않는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성실하면 언젠가 인정받을 것이라고 믿었고, 삶은 결국 그 과정을 통해 보상받는다고 생각했다.

그 믿음이 깨졌을 때, 나는 흔들렸다.
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잊어버린 채, 나는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았다. 이 삶의 규칙과 덕목이 항상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나는 스스로의 길에 대해 깊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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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성공하지 못했지만, 아직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젊은 날의 패기는 사라지고, 비루한 자존심만 남아있는 내가 보인다. 다시 시작해도 지금보다는 나을 거라는 희망은, 단지 나를 다시 찾고 싶다는 갈망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면서, 나는 그가 겪었던 고통과 갈등을 내 마음과 맞닿아 느낄 수 있었다.

이 방대한 작품은 쉽게 다가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단권으로 정리된 책 덕분에 내용의 핵심은 파악할 수 있었지만, 작가의 긴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며 내 사유와 일치시키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내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특히 제목이 주는 묵직한 여운은 지나온 내 모든 삶의 ‘좋고 나쁨’을 되돌려보게 하는 촉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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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 과자 부스러기가 섞여 있는 한 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소스라쳤다. 나의 몸 안에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운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무상을 아랑곳하지 않고, 삶의 재앙을 무해한 것으로 여기게 하고, 삶의 짧음을 착각으로 느끼게 하였다.”


이 구절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편 ‘스완네 집 쪽으로’에서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다. 마들렌 쿠키의 맛이 그의 기억 속 유년 시절로 이끌어주는 시작점이 된다. 이 장면은 심리학에서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불리는, 특정한 맛이나 냄새 등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경험을 보여준다. 마들렌 쿠키는 프루스트에게 무의식 속에 숨겨진 과거로의 애착을 일깨우는 버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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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과거의 어느 한 시점에서 감정적으로 심장을 두드리는 ‘버튼’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바꾸거나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때때로, 과거의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는 일부임을 깨닫는 순간, 잃어버린 줄 알았던 시간은 다시 이어질 수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대한 탐구이다. 프루스트는 일상적인 사소한 것들에서 기억의 단편을 찾아내며,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풀어간다. 그가 말하는 '시간'은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감정과 기억이 얽힌 복잡한 구조를 가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과거의 나를 받아들이고,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중요한 조각임을 깨닫게 되었다.

삶의 길은 언제나 선명하지 않다. 때때로 우리는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가야 하는지 잊고,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잠시 멈추어 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우리는 비로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스스로의 시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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