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나이와 시간의 틀을 넘어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은 언제일까? 이 질문은 사람마다 답이 다를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마크 트웨인의 말에 영감을 받은 F. 스콧 피츠 제럴드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색다른 소설을 창조했다. 이 작품은 늙은 노인으로 태어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젊어지는 주인공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를 다룬다. 현실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설정이지만, 벤자민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어린아이와 노인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의 시각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편견은 본질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비판한다.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고 성장하고자 한다면, 마음 깊이 무언가를 채우고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자신에게 감춰져 있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는 단순히 시간을 거슬러 사는 사람의 기이한 삶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깊이 있는 삶의 통찰이 담겨 있다. 그가 사회적 시선과 편견 속에서 겪는 갈등, 자신의 모습을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은 우리가 경험하는 인생의 여러 단면과 닮아 있다. 그는 일반적인 성장과 반대로 나이 들어가며 점점 젊어지지만, 내면의 감정과 고민은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다. 벤자민의 여정은 우리에게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배고프면 울었다. 그게 다였다. 낮에도 밤에도 그는 그저 숨을 쉬었고, 그의 위에서 부드러운 중얼거림과 소곤거림만이 간간이 들려왔다. 그리고 희미하게 구분되는 냄새와 빛과 어둠. 모든 것이 어두워졌다. 하얀 아기 침대와 그의 위에서 움직이던 흐릿한 얼굴들, 유유의 따뜻하고 달콤한 내음,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그의 마음에서 점점 희미해져 사라졌다.”
벤자민이 갓난아기로 돌아가며 느끼는 단순한 감정은 그가 인생의 시작과 끝에서 다시 한번 순수한 상태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상징한다. 이 구절을 통해 벤자민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야 본질로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 인생을 살아가며 쌓아온 수많은 경험과 겉모습이 그를 지배하지 않고, 단순한 본능과 감각만이 남게 된 것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때로는 단순해지고, 본질로 돌아가는 용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 또한 사회의 기준과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며 나이 들어간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가능성을 놓치고, 각자의 삶에 정해진 틀에 맞추어 살아가려 애쓰게 된다. 어릴 때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미래를 꿈꾸지만, 나이를 먹으며 그 순수함이 현실의 벽에 가려질 때가 많다. 벤자민의 삶은 반대로 거슬러 가지만, 그가 젊어지면서도 점차 어른으로서의 지혜와 경험을 쌓아가듯이, 우리 역시 나이와 관계없이 마음속 순수함을 간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삶에서 진정 중요한 가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어린 시절의 그 가능성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벤자민처럼 인생의 각 단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맞이할 수 있다.
또한, 벤자민의 여정은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진실을 직면하게 한다. 그는 점차 갓난아기로 돌아가며 삶을 마치게 되지만, 이 여정 속에서 삶의 순간순간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우리 모두는 시간의 흐름 속에 제한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지 않을까? 비록 우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지만, 매일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는 길일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했다. 우리도 지금, 이 순간,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나의 가치를 찾고,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 태도를 배워야 한다. 벤자민처럼 삶을 관조하면서, 그 속에서 지금을 더 충실히 살아가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더욱 빛나게 될 것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단순히 특별한 설정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 역시,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어가며 늘어나는 경험과 함께 더 넓은 시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현재의 모습을 긍정하며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내가 이끌어 가야 하는 것, 그 이치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