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긍정 한 스푼의 힘! 긍정적 관심과 기대의 효과
불혹(不惑)
세상 일에 의혹 없이 판단이 흐려지지 않는 나이에 대해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수천 년 전의 이야기지만, 마흔이라는 단어를 마주했을 때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은 부정할 수 없었다.
최근 평균 수명이 백세라는 뉴스를 들었다. 생명과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앞으로 더 향상될 것이라는 예측이 무색하지 않았다. 백세 인생이 된다면 마흔은 그 절반도 안 되니, 중년이라고 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40대에 진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자신을 중년이라 생각하는 데 쉽게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아직 젊다고 느끼며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무엇보다 스스로가 미성숙하다고 평가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십춘기’나 ‘두 번째 청춘’ 같은 표현이 마흔을 잘 대변하는 듯하다. 정신없이 지나온 청춘 속에서 문득 과거의 삶이 그리운지 의문이 생긴다. 잘 살고 있는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나침반을 잃어버린 항해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 시기를 새로운 도전과 시작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신체 나이는 한창일 때와는 다르지만, 적당한 눈치와 연륜 덕분에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 융통성을 발휘할 여유가 생긴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부드러워져 보다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 인생의 절반쯤에 이른 시점에서 내 삶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두 번째 청춘이 확실히 다가올 것이다.
완벽한 것은 없다. 지금까지의 삶을 후회하고 과거에 갇혀 있다면, 현재는 고통의 연장선일 뿐이다. 과거의 선택은 뒤로 두고 앞으로의 인생을 더 잘 가꿔 나가야 한다.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흔 전의 삶의 과오가 허점이 되지 않도록 넓고 깊게 바라봐야 한다. 이를 위해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 손을 내미는 마지막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나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안아줄 때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체인점을 모집하기 위해 고물 차를 타고 세일즈 여행을 떠난 ‘할랜드 샌더스’, 무명 배우 시절과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고 오스카상을 수상한 ‘모건 프리먼’, 직장에서 해고된 후 가구 회사 <도메인>을 창립해 미국 가구 산업의 혁명을 일으킨 ‘주디 조지’, 오랜 시행착오 끝에 자동차 회사를 설립한 ‘헨리 포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만류했던 늦은 나이에 재기해 세계 복싱 헤비급 챔피언이 된 ‘조지 포먼’. 이들 외에도 마흔을 넘어 성공한 이들이 많다. 그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버리고,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자신을 일으킨 사람들이었다. 패배를 극복하고 꿈에 확신을 가지며 살았기에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소녀는 피그말리온의 입맞춤을 느끼고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하면서 (중략) 눈망울을 들어 올려 하늘과 햇살을 바라보았습니다.”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 섬의 수호신인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축제일에 자신이 만든 조각상이 살아 있는 여인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 그리스 신화의 한 부분이다. ‘조지 버나드 쇼’는 이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희곡 ‘피그말리온’을 출품해 노벨 문학상과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하층민인 꽃 파는 아가씨 엘리자를 상류층 교양 있는 여인으로 바꾸려는 히긴스와 피커링 대령의 내기는 허례의식이 가득한 계층을 비판하며,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진정한 가치를 찾으려는 자에게만 스스로의 존엄이 주어진다는 진실을 엘리자를 통해 일깨워준다. 작가 '쇼' 역시 자신의 깨달음을 죽은 후 묘비명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를 통해 전하려 했던 것 같다.
“뭘 망설이고 있어? 그러다 또 후회할 거야? 아까운 네 인생을 그냥 흘려보낼래?”
다시 한번, 나에게 말을 건넬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