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과 변심 사이, 병신이 될 수는 없잖아!
[변신] 지워지지 않기 위해, 다시 살아가는 법
읽는 내내 찝찝했습니다. 벌레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벌레처럼 존재감을 잃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제 모습이 얼핏 보였기 때문이었을까요?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며 비인간적인 삶의 기억이 스쳐 가고, 얼굴을 찌푸리게 되었습니다. 병신 같은 삶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보였다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살아가야만 하는, 너무나 슬픈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의류 회사의 출장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는 그레고르는 늘 시간에 쫓겨 살았고, 불규칙한 식사와 인간관계 단절 속에서 조직의 부품처럼 살아가던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벌레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의 변화를 알게 된 가족들은 공황에 빠졌습니다. 벌레가 된 그는 점점 인간이 아니라 벌레로 살아가는 법에 익숙해졌고, 방에 갇힌 채 단조로운 생활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가족들 중 그나마 여동생이 그레고르의 식사를 챙겼지만, 점점 귀찮고 힘들어하더니 결국 가정부로 그 일을 대신하게 합니다. 어느 날, 그레고르를 보고 놀란 어머니는 졸도했고, 퇴근 후 아버지는 그레고르에게 사과를 던집니다. 그 상처로 인해 그는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그레고르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게 되자,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와 여동생까지 직장을 구해 일하기 시작합니다. 집을 하숙집으로 바꾸면서 그의 방은 가구를 쌓아두는 창고로 변하고, 가족들에게조차 그의 존재는 점점 잊혀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숙생들이 여동생 그레테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싶어 했고, 그 소리에 끌려 방 밖으로 나온 그레고르를 본 하숙생들은 화를 내며 계약 철회를 선언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레테는 "이제 더 이상 그레고르를 돌볼 수 없다"라고 선언했고, 가족들은 이에 동의합니다. 결국, 그레고르는 가족들의 애정을 떠올리며 방 한구석에서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다음 날, 가정부가 그의 시신을 처리하자 가족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들이를 떠납니다. 마치 그레고르라는 존재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잘 살고 있는 거 맞지?"
자신에게 묻고 또 묻습니다. 그런데 답은 없습니다. 오히려 불안만 더욱 커질 뿐입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밤늦게까지 정신없이 일하는 것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평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을 마주할 시간조차 없이 살아간다면, 결국 내 존재를 스스로 지우며 살아가는 꼴이 되고 맙니다. 어느덧 쉰을 바라보는 나이, 마냥 청춘일 수만은 없기에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내 위치가 불분명해지고 세상의 시선에서 점점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처럼, 혹시 당신도 스스로를 세상에 기생해야만 하는 벌레처럼 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하염없이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면서도 아무런 해답을 얻지 못하는 답답함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되묻게 됩니다. 더 이상 그레고르를 돌볼 수 없다고 선언하는 여동생, 그레테는 이렇게 말합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어요. 저는 저런 괴물 앞에서 오빠의 이름을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단 하나, 우리가 저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그동안 최선을 다했고,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어요."
누군가의 도움에 기대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누군가의 힘으로 살아간다면 삶의 의미를 진정으로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나의 인생은 결국 내가 만들어가야 합니다. 변신이 필요합니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변화를 모색하고, 기쁨으로 가득한 나를 만들어 갈 변신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만약 순간의 유혹에 흔들려 변심하고, 처음의 각오를 잊어버린다면, 오염된 세상에 빠지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그럼 그렇지, 네까짓 게 뭐가 되겠어"라는 비아냥거림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지도 모릅니다. 변심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행복한 상상으로 고통을 견뎌 보십시오. 애벌레가 나비가 되듯, 지금은 단지 화려함을 위한 준비 단계일 뿐임을 잊지 마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