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을까?

내 마음 들여다보는 중

by 힐링아지매

국민학교 때는 숙제로 그림일기를 썼고 중학교 때는 예쁜 영어 교생 선생님에게 이뻐 보이고 싶어서 서툴게 영어 일기를 적었고 신혼 때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남편에게 쓰는 편지가 있었고 임신을 하고는 육아 일기를 썼고 남편을 보낸 후에는 받는 사람은 볼 수 없는 편지와 술 한 잔의 힘을 빌어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버거운 시간들을 적었고 새해가 되면 신년 계획으로 일기 쓰기와 독서를 다이어리에 적으면서 삼일로 끝날 지라도 시도는 했었다.

그러고 보면 수시로 뭔가를 끄적거리긴 했지만 일기장 삼분의 일은 글씨의 흔적 없이 깨끗한 것처럼 그다지 꾸준하지 못했다.


글씨체 조차도 반듯하게 쓰려고 하고 어떻게든 한 장을 채우려 했던 것 같다


중학교 때 일기장은 두 권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 신기하다. 기장 이름이 '이쁜이 일기' '마음의 일기' ㅎ 귀엽다.


중1,중3 일기장으로 추정


내 기억으로 초등학생 때는 하루에 있었던 일을 기록으로 남기느라 언제나 '오늘은'으로 시작해서 '~웠다'로 끝맺음을 했던 것 같다.


선생님이 일기를 숙제로 내줄 만큼 일기 쓰기는 글 쓰는 습관도 기르고 하루를 돌아보면서 반성도 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면서 삶에 도움이 되라는 의미였던 것 같은데 그저 숙제라서 그 한 바닥을 메꾸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그나마 중학생 때 일기에는 오늘은~으로 시작하지 않았고 감정에 대해 조금씩 표현을 하고 있 것이 눈에 띄긴 하지만 그 역시도 부모님이 보시면 우리 딸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시며 기특해하실 만한 내용인가 싶다. ㅎㅎ

그러니 일기는 항상 온전하게 내 것이 아니었다.


철이 들기 전에는 선생님게 그 후로는 부모님게 성인이 되고는 내 아이들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보여주기식의 내용들이 눈에 들어온다. 교과서처럼...


누군가가 내 일기를 보면서 내 마음을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었고 미처 말로 다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쓴 일기나 메모는 온통 '힘들다, 보고 싶다, 그립다'는 슬픔과 눈물이 적혀 있고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는 것과 무너지지 말자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 전부다.

나름 솔직한 표현이긴 하지만, 왜? 그 역시도 누군가 내 글을 볼 수 있으니 이렇게 적어야지 하면서 '나 좀 위로해 주세요, 내 아픔을 좀 안아주세요' 하는 마음으로 적은 것 같을까?


진짜 내 속내를 편하게 털어놓을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 부모님에겐 이미 아픈 손가락이었으니 씩씩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했고 동생들에게도 역시 약한 모습으로 울고 짜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디 하나 기댈 곳 없이 찬바람 부는 겨울 황량한 허허벌판에 혼자 서 있 느낌이었다.


학창 시절, 엄한 아버지 뜻에 따르느라 친구 한 명 제대로 사귀지 못했고 일찍 결혼을 하는 바람에 더더욱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친구 한 명 없었다.

그렇다면 일기라도 좀 더 솔직하게 내 감정들을 다 쏟아내면 됐을 텐데... 그렇게 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쓰러지지 않고 내 방식대로 버티며 살아 냈다.


힘든 감정들은 최대한 잊고 무섭거나 버거운 일들은 최대한 회피하고 때론 무시하면서 자신을 속이면서 사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부정적인 감정과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슬픈 감정들을 처리하는 능력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내 이름 앞에는 긍정적, 명랑한, 밝은, 당당한, 자신 있는 등의 형용사가 붙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내면과 외면의 괴리감은 알게 모르게 드러나면서 떨어지는 자존감은 또다시 감추고... 외면하고...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솔직한 감정이 올라올라치면 페르소나의 내가 누르고 그렇게 반복하는 시간들이었다.



왜 그토록 글을 쓰고 싶어 했는지 이제 조금씩 알 것 같다.

솔직해지고 싶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나에게 지나치게 솔직하다고 하지만 그 솔직함 까지도 나를 감추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사실이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무너지고 좌절하고 오열하고 드러눕고 싶은 나에게 솔직해지고 싶다.


딸, 엄마, 미망인, 가장... 이런 이름표 다 떼고 나에게만 솔직해지고 싶다.

다짐만 할 뿐인데 걱정으로 벌써 가슴이 벌렁거린다.

잘할 수 있을까?

명치가 아프다.

정말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외면하고 무시했기에 쪼그라들었던 내 감정들이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려 할까?


그래서 일단 시도는 해본다.

얼마나,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누가 뭐라고 하는지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말고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지

나는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

그렇게 내 얘기를 들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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