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미안하다 할걸...

내 마음 들여다보는 중

by 힐링아지매



나도 모르는 게 아니야



7시 40분이 넘었는데 일어나는 기척이 없다.


"너 혼자 학교 가, 할머니 지금 나가야 하니까"


그제야 머리를 산발을 하고 아직 눈도 못 뜬 채로


"아니야, 같이 갈 거야"


"어머니 지금 가셔야 해요"


"아니"


아차! 했지만

빛의 속도로 사라진 말들은 이미 아들과 손녀의 가슴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순간 아이를 협박하는 할머니가 되었다.ㅠ

우리가 자랄 때는 흔하게 엄마들이 사용하던 육아기법(?)이었는데 요즘엔 아이를 겁주고 협박하는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언어적 폭력인 것이다.


혼자 보낼 것도 아니고 할머니는 지금 갈 것도 아니면서 으름장을 놓는 구시대적 육아기법, 아이가 혼자 가야 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느끼게 만든 셈이 된 것이다.






나도 부모님에게 배운 대로 했는데...




그 당시 우리는 부모님의 그런 말과 행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그렇게 자랐으니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을 그런 식으로 키웠다. 아동학대라는 용어를 모르던 시절이니까.


내가 모를 뿐이지 내 아이들은 나처럼 부모님 말씀에 복종(?)하는 시절은 아니었다. '엄마니까' '어른이니까'는 우리 때나 먹혔지 우리 아이들은 아니었다.


"엄마는 뭐요? 엄마는 왜 그렇게 해도 되는데요?"


아이들의 말들은 반항으로 들렸고 내 편이 되어 줄지도 모르는 남편은 없고 남자의 표본이 되어야 하는 아버지가 없는 아들들이 엄마를 더 무시하며 대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상한 엄마와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 두 역할을 다 하기엔 난 벅찼다. 아들들을 바로 키워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난 무서운 아버지만 하기로 하면서 얼굴은 점점 굳어지고 목소리는 자꾸 커지면서 아이들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엄마가 아니라 통제하고 감시하는 사감선생이 되어가고 있었던 시절이다.


우리는 그렇게 배우고 각인되었다. 엄마는 인자하고 자상하고 아버지는 언제나 근엄하고 말수도 없으면서 모든 결정권을 쥐고 무섭고 강한 캐릭터라는 것을... 사실 자상한 아버지도 많고 무서운 엄마도 많다는 것을 몰랐다.


모른다는 것으로 모든 것을 이해받을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지만 사실 두 아이의 현재와 미래가 모두 나의 선택과 결정에 있다는 책임감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 정확하다.


아들들은 내게 받았던 물려받은 육아 기법들이 너무 싫고 저희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는 엄마가 너무너무 싫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때는 어렸으니까.






그러지 말아 주세요. 어머니...



뒤늦게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잘못했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아동 학대도 맞았고 아이들의 감정은 한 번도 차분하게 들어준 적도 없었고 모든 것을 내 손 안에서 통제하려고 했었다. 그것도 고등학생이 되어서 까지... 참 착한 아들들이었다.


혼자서 자신들을 키워준 엄마에 대한 최고의 예의였는데 아이들의 마음이 닫히고 있었고 상처는 깊어 가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그냥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아들들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요즘 육아 전문가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율적인 선택과 책임에 대해 가르쳐라는 것들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데 엄마는 언제나 어린아이 취급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 OO에게는 그러지 말아 주세요"


손녀가 말을 하고 소통이 이루어지면서부터 아들은 종종 이야기를 했다.

자기들의 육아 방식을 따라 달라고... 자율적이면서 엄격하게 하고 싶은데 어머니는 통제하면서 엄격과 자상함의 경계가 모호해서 아이가 혼란을 느낄 수 있으니 할머니의 캐릭터를 정해 달라고...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불쑥 튀어나오는 위협적이면서 조건부의 타협들....(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꼭 말을 내뱉고 깨닫는다)


강압적인 통제로 답답함과 두려웠던 마음들을 딸은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때로는 차분하게 어떨 때는 차갑고 냉정하게 요구를 했다. 옳은 말들이었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안해~'라는 말부터 할걸...


할머니의 협박성 멘트로 손녀는 일어났지만 엉뚱한 불똥은 아들에게로 튀었다.


"내가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갈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겁을 줘요"


"........"


"니가 가만히 있으면 될 걸, 왜! 꼭 듣는데 그렇게 말하냐"

"나중에 말해도 될 것을 왜 앞에서 그러냐고"


숨도 쉬지 않고 두 차례나 퍼부었다. 짜증을 잔뜩 담아서, 그 순간 그러지 말고

바로 미안하다고 말했다면 서로 감정이 덜 상하고 손녀도 우리 둘의 눈치를 보지 않았을 텐데...


거기에 겸연쩍은 미소까지 보태면 분위기를 더 좋게 할 수 있는데... 순간, 욱~!! 하고 올라온 감정은 미안함과 부끄러움이었던 것 같다.


손녀가 보는 앞에서 언성을 높였으니 아들에게 사과하는 것도 손녀 앞에서 하고 싶었다.


"나도 모르는 게 아니야, 순간 나도 모르게 욱했네, 미안해"


너무 늦지 않게 사과를 한 스스로에게 칭찬하면서 앞으로는 미안한 것은 바로 사과해야지 다짐하고 아들네가 하고 있는 요즘 아이들 교육이 쉽지는 않지만 최대한 지지하면서 예전에 내 아이들에게는 하지 못했지만 이젠 재미있고 자상한 할머니가 되 볼까 한다.


미안하는 말을 하는 연습 해보자


"미안해, 또 깜빡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