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아니야 ㅠ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작은 순간, 오늘

by 힐링아지매



아빠가 하는 얘기에 8살 초등학생 딸은 엉엉 소리 내어 운다. 울음소리에 서러움과 억울함이 잔뜩 묻어 있다.



그러면 방학이 아니잖아 ㅠㅠ


올해 초등학생이 된 8살 손녀는 일주일 중에 금요일을 제일 좋아한다. 직장인들이 불금을 반기듯이 토, 일요일 학교를 안 가는 기대로 흥분할 정도로 금요일을 좋아한다.

그런 녀석에게 아빠가 하는 이야기는 청천벽력이었다.


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여름 방학을 맞는 손녀, 그리고 방학식날이 하필 금요일이었고 내일부터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는 토, 일요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입이 귀에 걸리는 녀석에게 방학은 일주일 내내 토, 일요일일 거라는 상으로 한껏 들떠 있는데...

아빠가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


"방과 후 활동 한 두 가지는 그대로 하고 학원은 지금처럼 다 그대로 가는 거야"


"왜~!!!"


"선생님이 학교 오지 말라 했는데 학교를 왜 가야 하는데..."

"그러면 방학이 아니잖아~ㅠㅠ"


금세 가득 찬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좌절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서럽고 분해서 대성통곡 우는데 할머니는 주책없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터져 버렸다.

손녀의 좌절이 온몸으로 느껴지지만 60년 넘게 살아온 할머니에겐 8살 인생에 처음으로 겪고 있는 인생의 쓴맛(?)을 대하는 손녀가 너무너무 귀여워서 한 참을 웃었다.



8살 인생, 처음 맛보는 인생의 쓴 맛




앞으로 인생의 쓴맛에 비하면 오늘의 좌절은 기억이나 날까?(자꾸 웃음이 새어 나온다 ㅋㅋㅋ)

행복의 정점에서 맞이하는 좌절, 알지 알지 할머니는 충분히 알지.


녀석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할까?


방학 한 달 동안, 학교도 안 가고 하루하루를 토, 일요일처럼 누리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또 하루에 한 시간씩 허락된 네플OO나 O튜브 시청도 하고 엄마, 아빠, 할머니와 재미있는 게임을 하면서 보낼 부푼 기대가 순식간에 여지없이 산산이 부서졌으니...


온몸으로 최선을 다해 분하다고 억울하다고 하는 모습이 그저 귀엽기만 하.


아들도 딸의 서러운 울음에 웃참 실패~!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애쓰면서 다시 차분하게 딸을 다독이며 이해를 시키고 있다.


아들과 손녀의 케미는 8살 아이들 같기도 하고 때로는 40대의 진지한 고민을 나누는 동지 같이 느껴질 정도로 민감한 아이다.


어느 분야에 탁월한 영재나 천재는 분명히 아니고 또 딱 꼬집어 '이거다' 말할 수는 없지만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작은 몸이지만 생각은 큰 사람 같을 때가 가끔 있다.

칠십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말동무도 되어 주고 여행 친구도 되어주고 애교쟁이 아기도 되기도 하면서...







저는 방학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는 시간들이 할머니에겐 더 많은 자유의 시간이 사라진다는 것을 랑가 몰라. ㅎ


하루하루 건강하게 자라주는 녀석이 대견하기도 하고 너무 빨리 자라는 것이 아쉬운 할머니,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무게 때문에 내 아이들에겐 제대로 못했던 사랑을 줄 수 있고 어른의 사랑과 이해를 받고 자라는 아이의 안정된 정서와 웃음소리를 듣게 주는 고마운 아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속, 지금 손녀보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고 밝고 명랑했던 엄마까지 잃었다.

사랑은 책임감이 되었고 이해를 받고 싶었던 마음은 숨 막히는 통제 속에서 마음 둘 곳 없이 힘들었던 내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미안하고 손녀에게는 무한히 감사하다.





우리 복댕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