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꼭 잘 되야대?
내가 아무리 모험을 좋아하고 도전을 찾아다니는 인간이라지만...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건 정말 어렵다.
매주 예상치 못한 일들이 펼쳐지고
매주 생각치도 못한 사람들을 알게 되고
매주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운다.
어떤 일은 시작도 안했는데 왜해야되나 싶을 때도 있다.
어차피 인생영화, 나라는 주연역을 하고 있을 뿐인데 역할극에 왜 이렇게 연연하나 하면서도
또 달리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면서 조금씩 자라고 있다.
알고 있다.
뭐든 문제로 생각하면 문제가 되고 도전으로 받아들이면 배움이 된다는 거.
누가 보면 뭐 엄청나게 대단한 일하나 싶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아이디어랑 진심으로 시작한 작은 브랜드를 키우는 중이다.
그냥 나 하고싶은 일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중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지금까진.
큰 돈이 오가는 판이 아니여도, 생과 사를 넘나드는 문제가 아니라도,
어쨌든 처음 겪는 일이라면 힘든 건 힘들다.
그래서 가끔은 다섯 살 애같이 드러누워서 투정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어제는 오랜만에 만난 20년지기 친구에게 마음껏 하소연을 해봤다.
"나 힘들어."
"괜찮아, 결국엔 잘 될거야."
"아니, 나 잘 안되면 안돼? 왜 다들 잘됬으면 좋겠다고 하는거야? 나 망하면 안돼?"
"야 ㅋㅋㅋ 그럼 너 망했으면 좋겠다고 하냐? 근데 너는 이게 잘 안되도 어디가서든 잘 살거같아."
"그건 그래. 뭐든 하고 살겠지.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이거니까 일단 5년간은 다 해봐야지."
"힘들 땐 언제든지 놀러와."
오늘 아침 일찍 짧은 메세지에 기프트카드 보낸 친구.
"직원이랑 커피 사먹어. 김대표님, 5년 안에 망해도 괜찮아~~~"
와... 평생을 서로 디스하는 재미로 보낸 친구놈이 해주는 말이라 그런지 코끝이 다 찡해졌다.
고마워 ㅠㅠ 망할 각오로 해보지 뭐!
살려고 들면 죽고, 죽으려 들면 산다고.
망할려고 하면 흥할까?
모르지.
그러니까 재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