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힐링씨티 Nov 03. 2020

2012년 봄, 비엔나에서 만난 도인 아저씨의 예언

힐링은 내 운명?

20대 전부를 바쳐 많이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함께 미래를 꿈꾸고 너무나 당연히 평생 그와 함께하게 될 줄 알았는데 그는 지금 내 곁에 없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다만 다 지나서 되돌아보니 사랑을 몰랐던 이기적인 과거에 나는 그에게 너무 많이 받기만 해서 정말 많이 미안했다. 전생에 그가 내게 갚지 못한 업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짧게 그의 이야기로 시작한 건 오늘 적어내려가려는 일화가 그와 함께 있었던 일이기도 하며 내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추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012년 이른 봄날, 잠시 그를 만나러 비엔나에 갔다.


가는 김에 그곳에서 아주 유명한 대체의학자가 있다기에 몇 달 전부터 겨우 예약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코에만 피부 트러블이 자꾸 생겨서 한의원이며 피부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고생을 했었다. 십 년 동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처음으로 대체의학자를 찾아가 보기로 결심했었던 것.


우리는 예약 일이 되어 그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다. 흰색 장발 머리에 딱 봐도 190cm는 돼 보이는 거구의 도인 포스를 풍기는 아저씨가 도착했다. 인사를 나눈 뒤 아저씨가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 북미와 파마나, 유럽을 오가면서 대체의학자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짧게 어느 나라서 왔는지만 알려주고 본격적으로 내 이야기를 꺼내려던 찰나에 아저씨가 갑자기 내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물어 왔다.


'피부 진료하는데 대체 생년월일은 왜 물어보는거야...?'



아저씨는 황당한 내 표정을 전혀 개의치 않고 갑자기 인생 점을 봐주기 시작했다. 내 성격과 기질을 줄곧 잘 맞춰나가던 아저씨는 내 미래를 예언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세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고 했다.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진 않겠지만 기사(knight), 왕(King) 그리고 치유자(healer)라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세 가지 중에서 당신은 힐러로 태어났어.
서른이 조금 넘어서부터 옛날 방식으로 사람을 치유하고 다니기 시작하게 될 거야.



갓 대학을 졸업하고 대형병원에 트레이니 간호사로 이제 막 수련 받길 기다리던 시기라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아저씨한테 바로 반문을 한 기억이 난다. 역시 전혀 내 반박에 전혀 개의치 않고 '두고 봐라, 어떤 남자 멘토와 같이 사람들을 힐링하게 될 거'라며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어서 남자친구의 점도 봐주기 시작했는데 남자친구에게는 더 큰 성공을 위해선 공부를 하러 돌아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다시 돌이켜 생각해봐도 진료는 뒷전이고 물어보지도 않은 점을 봐주던 아저씨가 많이 이상했다.



결국 피부 트러블 이야기는 한 시간 남짓 둘의 점을 다 봐주고 난 뒤부터 시작했고 나는 독소 제거를 위해 위장을 클렌징하는 약을 처방받았다. 비싼 진료비를 내고 몇 달 전부터 피부 트러블로부터 자유로워질 생각에 한껏 기대한 나는 많이 실망했었다.


'뭐야... 이 사기꾼 같은 도인 아저씨는?'


돈은 날렸지만 재밌고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한 사람이었기에 무의식 저 깊숙이 저장되었나 보다. 그 후 몇 년 뒤, 그와 나는 더 이상 그 희한했던 추억을 함께 회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완전히 잊고 지냈다.






작년 이른 봄, 힐링씨티 사업자 등록을 마친 뒤 기분 좋게 오피스로 돌아오는 버스 안이었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에 들떠 창밖을 바라보며 햇볕을 쬐고 있던 찰나, 갑자기 무의식 깊숙이 묻혀있던 도인 아저씨의 예언이 떠오르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7년이 뒤 나는 자연치유와 생활습관의학을 기반으로 한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힐링하는 일을 막 시작하고 있었다. 그 한 해 전엔 자연치유에 완전한 확신을 갖게 만든 멘토 같은 선생님도 만났다.



7년 뒤 나는 그때 도인 아저씨의 예언과 상당히 비슷하게 내 길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 아저씨가 대체 어떻게 이런 예언을 할 수 있었는지 알길은 없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내 소명으로 여길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재밌는 사실 하나 더. 내 옆에 있다가 얼떨결에 점을 보게 된 그도 다시 공부를 더 하러 뒤늦게 학교로 돌아가 대학원까지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와 나는 무의식중에 아저씨 말대로 살게 된 걸까? 아니면 정말 그렇게 살아가게 될 운명이었을까?


그 아저씨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도인 아저씨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다음엔 뭐가 기다리고 있나요?


그 시절에 나, 비엔나 거리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휴가 속 휴가를 떠나러 포르투갈 카루나 리트리트 센터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