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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씨티 Feb 23. 2020

휴가 속 휴가를 떠나러 포르투갈 카루나 리트리트 센터로

실용적이고 세련된 포르투 코워킹 스페이스 셀리나(Selina)에서 머물다


라고스에서 몸과 마음을 늘어뜨릴 수 있을 때까지 이완시키고 나니 진정 '마음이 호수같이 잔잔하고 평온하다.'라는뜻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나니 비로소 내 안에 내가 이번 여행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막상 포르투갈에 도착하고 관광객으로 열흘을 보내고 나니 관광객 역할 이상의 그 무엇이 나를 이 나라에 오게 했음이 직감으로 왔다. 그래서 라고스에서 두 번째로 이동한 숙소에서 늘어지게 쉬는 동안 리트릿 센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년 전 태국의 마인드풀니스 프로젝트에의 경험이 내 인생에 미친 영향이 상당히 컸던지라 시간이 되면 비슷한 경험을 또 해보고 싶었다. 그때 만난 유럽 친구들이 포르투갈에 다양한 커뮤니티가 많다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이런 아름다운 뷰를 두고 방해받지 않고 혼자 멍 때리고 마음껏 노닥거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해지는 날들


리서치를 해보니 정말 포르투갈에는 꽤 많은 리트리트 센터와 커뮤니티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리트릿 센터들이 겨울에는 문을 닫았다. 혹시나 하는 간절한 마음에 세네 군대 정도 추려 이메일을 보내봤다. 혹시 지금 바로 나를 받아 줄 수 있냐고...플리즈!


이틀간 따뜻해지는 3월부터 사람들을 받는다는 거절 통보 이메일들만 연속으로 받아서 아쉬워하고 있던 차에 딱 한곳에서 지금 와도 좋다고 했다. 그곳은 바로 카루나 센터(Karuna retreat center)! 라고스에서 차로 약 45분 정도 떨어진 Monchique 지역에서도 산 정상에 가까운 청정지역에 위치한 곳이다. 들뜬 마음에 연락처를 등록해서 바로 왓츠앱으로 문자를 보내다가 이 센터의 주인인 안 나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휴대폰 너머로 안나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래 이곳에 꼭 가야겠다는 확신을 했다. 조곤조곤하고 소녀 같은 목소리를 가진 그녀의 나긋나긋한 에너지를 실제로 만나서 느껴보고 싶었다. 그녀는 잠시 인도로 휴가를 왔다며 일주일 뒤 자기가 포르투갈로 돌아가는 날에 맞춰 카루나 센터에 들어오라고 했다. 그녀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일주일은 포르투를 구경하고 오기로 마음먹었다. 포르투갈 최남단인 라고스에서 북부인 포르투까지는 기차를 타고 6시간을 넘게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Monchique까지내려와야 하지만 이것이 바로 계획 없이 오는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동안에 이곳저곳에서 재밌는 인연들을 만나게 되고 예상치도 못한 경험들을 하게 되었으니까.



해변을 맨발로 걷는 걸 좋아한다. 좀 추워도 라고스 해변의 에너지를 담아오고 싶어서  earthing을 했다 :) 여행하면 더 피는 내 얼굴 !



카루나 센터에 들어가기 전에 시간을 때우러(?) 올라간 포르투는 큰 기대가 없었다. 우기라 북부지방은 남부보다 비가 더 자주 내려서 라고스에 계속 있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었다. 포르투 좋다는 이야기는 한국 친구들한테도 많이 듣고 로컬들한테도 많이 들었다. 안나를 기다리는 동안 라고스에 눌러 앉아 있을까 살짝 고민도 했으나 이 멀리까지 왔는데 해리포터로 유명한 렐루 서점은 찍고 내려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관광객 모드를 다시 켜고 기차에 올랐다.



리스본에 있을 때 찾은 셀리나(Selina)가 너무 좋아서 포르투에서도 셀리나에서 머물렀다. 셀리나는 코워킹 스페이스, 호스텔 서비스, 투어 이벤트를 묶어서 같이 운영하는 복합 공간인데 비 오는 날에 쉬면서 실내에서 일하기에 딱이라 다시 찾았다. 위치도 해변, 산 중턱, 도시 속 정원 등등 자연친화적이고 원하는 곳에서 인생을 즐기면서 일도 하는 디지털 노매드들의 취향을 잘 저격한 것 같다. 브랜치는 주로 유럽과 남미에만 있다. 한국에도 이런 컨셉으로 주거공간이 있다는 걸 들어본 적은 있다. 그러나 그 공간들은 정말 일을 빡세게 하기 위해서 자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 느낌이라 결이 조금 다르다.




셀리나에서는 매일 요가, 명상, 영화 상영, 와인 투어 등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고 아무나 쉽게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셀리나 포르투 지점은 디지털 노매드 냄새가 제대로 났다. 칠판에는 지정석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의 이름과 직업, 국가명이 간단히 적혀있었는데 각 대륙별로 다양하게도 모여 있었다. 한국 위워크와는 다른 묘한 분위기가 났다. 셀리나에 숙박하는 사람들은 하루 10유로(정규가 20유로)를 내고 코워킹 스페이스를 쓸 수 있다. 커피는 무료로 제공되고 인테리어는 위워크만큼 세련되고 편안했다. 운이 좋게도 무료로 코워킹 스페이스를 사용할 수 있었다. 아침 먹기 전에 가격 확인하러 갔다가 하루 무료 패스를 준다고 해서 바로 앉아서 하루 종일 열일했다는 :) 역시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에게 행운도 찾아온다.


여기서 해가 질 때까지 세 시간을 앉아 있었다. 혼자 공원 가서 이렇게 오래 앉아서 재밌게 놀긴 처음. 한국에서도 더 자주 가야겠다!


그리고 이건 웬걸, 다행히 마지막 이틀 동안 매일 내리던 비가 그쳤다. 햇볕이 쨍하고 맑은 포르투는 모두가 칭송하던 대로 정말 아름다웠다.

개인적으로 렐루서점은 기대 이하였고, e-bike tour에서 만난 로컬 가이드가 알려줘서 간 포르투의 이 공원은 기대치를 넘어섰다. 역시 어디를 가던 믿을만한 로컬 가이드 말을 듣고 일정을 만들면 후회가 없다. 포르투에서는 유독 다른 나라 여행객들과 교류가 많았다. 에어비앤비 투어, 와인투어, 셀리나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돼서 한 번도 가본 적도 없는 낯선 그들 나라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밌었다. 그들 눈에도 한국이 그렇게 비춰지겠지. 해외여행할 때마다 빠짐없이 남북 관계와 한일 관계에 대한 상황 설명을 해주고 다녀야 하는 걸 보면 ;) 포르투 소도시 감성을 한껏 즐긴 뒤 다시 남부로 내려갔다. 관광객 모드를 끄고 안나를 만나러 카루나 리트리트 센터로 내려가는 동안 설렘이 가득했다.


우연히 찾은 비건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대접받은 듯이 먹은 한 끼. 황새와 황새 둥지가 가로수같이 쭉 펼쳐진 장관이었다.


포르티망까지 내려가는 길에는 고속버스를 타고 쭉~내려갔다. 포르티망에서 카루나 센터까지는 차로 45분을 타고 가야 되는데 별도의 교통수단이 드물어서 택시를 타야 한다 들었다. 그전에 배를 먼저 채워야지. 구글맵으로 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비건 레스토랑을 검색해서 우버를 불렀다. 우버 기사님이 친절해 보여서 카루나 센터까지 장거리 오퍼를 해봤다. 흔쾌히 오퍼를 받은 기사님은 가격도 합리적으로 협상해주셨고 가는 길에 재밌는 그 지역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 기사님 덕분에 이곳은 청정지역이고 날씨가 좋아 철새인 황새가 이동하지 않고 서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큰~! 황새와 황새 집을 눈앞에서 제대로 구경했다. 낯선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친절히 대해주는 멋진 분들께 감사하며 나도 친절이 몸에 밴 사람이 되리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기사님 덕분에 기분 좋게 카루나 리트리트 센터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일주일동안 자의적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하면서 내면을 들여다보기로 마음먹었다. 그 행복한 스토리는 다음에 이어나가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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