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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씨티 Dec 21. 2018

인생도 좀 쉬어가면 안 되나요?

미니 은퇴의 목적, 최고의 계획은 무계획!

퇴사를 하기로 결심하고 내게 1년이란 시간을 주기로 했다.


30년을 조금 넘게 사는 동안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 한국에 태어나서 공부하다가 바로 사회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하겠지만, 나를 포함한 모두가 무엇을 위해서 앞만 보고 빨리만 달리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작 나는 내가 이번 생에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평생 해야 하는 일들만 하고 살았다.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고 살았으니 찾아봐야겠다 마음먹었다. 이렇게 살다 간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남 좋은 일 하다 살다 죽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게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삶에 변화가 필요하단 걸 알게 되었다. 반복되는 일상에 가장 큰 변화를 만들려면 회사를 떠나야만 가능했다. 월급의 노예가 돼버렸기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저축해놓은 여유 자금이 있어서 떠날 수 있었다.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미니 은퇴를 기다리는 동안 출근은 안 하면 무엇을 하면서 하루를 보낼지 궁금했다.'해야 하는 일'들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들로 채워진 내 하루는 어떨까?

100% 자유가 주어진 나는 얼마나 부지런할 수 있는 또는 게으를 수 있는 인간일까? 지난 30년은 외부의 자극에 의해 짜인 나름대로의 계획 속에서 살아왔다. 이와 정반대로 살면 어떨지 궁금해졌다.


아무 계획이 없는 상황에 나는 무엇이 하고 싶어 질까?

계획에도 없던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닐까? 그래서 내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내버려두어보기로 했다. 30년간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해 가장 필요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


일주일간 아무 약속도 안 만들고 퍼질러 자거나 놀고먹는 것이 나라면 그렇게도 둬보고 

갑자기 내일 떠나는 비행기 티켓을 사서 어딘가 훅 떠나고 싶으면 그렇게도 하고 

배우고 싶은 게 생겨서 생전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배워볼 수도 있고

변덕이 생겨 갑자기 일이 하고 싶다면 프리랜서로 잠깐 일을 해볼 수도 있는 것이고 


결국 내가 원했던 건 자유였다.

일 년 동안은 통제받지 않은 시간 속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새 출발의 느낌을 주고 싶어서 낡은 내 방 가구를 싹 다 정리하고 하얀 디지털 피아노도 한대 들여놨다.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수 있는 낭만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어렸을 때 배웠던 피아노가 딱이었다. 느릿느릿 피아노도 다시 배우고 보고 싶었던 친구들도 연이어 만나면서 인생의 휴가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 즐거움이 한 달이 갔을까,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이 딱 끊기는 경험이 불안함을 몰고 왔다. 통장에 돈이 없던 것도 아닌데 기분이 묘했다. 그 때마침 전 회사에서 예전에 하던 일을 프리랜서로 잠깐 해주지 않겠냐고 제안이 왔다. 원래 하던 일이고 잠깐 불안함을 떨치기 좋을 것 같아 두 달 동안 큰 노력 안 들이고 일을 해줬는데 거의 2천만 원이나 벌었다. 


돈의 유혹에 잠깐 혹하기 했지만 돈 좀 더 많이 벌어보겠다고 시간을 보내면 회사를 그만둔 게 의미가 없어질 것 같았다. 다음에 들어온 프로젝트는 거절하고 더 이상 일하지 않을 예정이니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잠시 머리를 식히러 부산으로,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아주 멀리는 떠날 수 없었다. 왜냐면 아무 계획도 안세운 1년의 미니 은퇴 기간 동안의 유일하게 계획한 여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퇴사를 하기로 마음먹은 뒤 쉬는 동안 뭐를 할까 생각해보다가 구글에 자원봉사활동을 검색을 해봤었다. 봉사활동과 명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이 없나 찾아보다가 태국에 '마인드풀니스 프로젝트(Mindfulness project)'라는 곳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들에 많은 공감이 갔고 시간이 되면 꼭 그곳에서 지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태국의 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이 커뮤니티는 실험적 공동생활 집단(Experimental community)으로서 도시 일상에서 회의감을 느낀 독일 창립자가 부부인 Christian가 Anja가 7년 전에 오픈한 공동생활 캠프이다. 이곳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약 30~40명의 여행객들이 매일 짜인 일정에 따라 요가, 명상, 채식, 친환경 농사, 친환경 빌딩, 봉사활동, 토킹 서클 같은 주요 활동을 하면서 함께 지낸다. 하루 일과는 이러했다.



최소 10일 이상의 스테이부터만 예약이 가능해서 어쩔 수 없이 이 곳을 가슴 한편에 품고 지내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30여 일을 예약해 두었다. 인터넷이 안터질지도 모르는 시골마을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감이 오진 않았지만 최소 한 달은 지내봐야 그곳의 진면모를 체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 과감했던 결정 덕분에(?) 마인드풀 프로젝트에서 세상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웠다. 태국 그 작은 시골 마을에 찾아 들어가면서부터 내가 나에게 처음으로 준 인생의 진짜 휴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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