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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씨티 Feb 01. 2020

신비로운 요가 워크샵으로 시작한 포르투갈 라고스

여성성을 깨우는 요니 요가(Yoni Yoga)


며칠간 리스본 시내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다가 신트라 투어 한번 다녀오니 일주일이 후다닥 지나버렸다. 리스본에서 머무는 동안 비가 오고 그치기를 반복했다. 포르투갈에 온 이유 중 하나가 따뜻한 햇볕을 마음껏 쐬는 거였는데 이러면 안 되지. 1월은 이 나라의 우기라 비 내리지 않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뒤지고 뒤지다가 비도 제일 덜 내리고 따뜻하니 마음에 훅 와닿는 휴양지를 하나 발견했으니 그곳은 바로 라고스(LAGOS). 


에어비앤비 신트라 투어, 혼자 가기 어려운 곳을 친절하고 너무 웃긴 이 로컬 투어가이드와 함께 샅샅이 구경해서 정말 유익했다.


리스본에서 마지막 날, 일주일 치 빨래를 하러 갔다. 런더리 샵 아저씨가 다음은 어디로 가냐고 물었을 때 라고스라고 대답했다. 리스본 출신인 이 아저씨는 자기가 싱글일 때 여자친구가 라고스에 살았는데 수년간 몇 개월씩은 라고스에서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며 너무 좋았다고 말하면서 굿 초이스라고 말했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로컬들은 리스본이 너무 북적거리고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너무 비싸졌다면서 각자가 좋아하는 작은 도시들을 추천해줬다. 전 세계 대도시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 같다는 투어가이드의 말도 스쳐 지나간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지인들에겐 바쁜 리스본이지만 서울보다는 훨씬 릴렉싱한 한 주를 보냈다. 본격적으로 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바다를 내려다보고 따뜻한 햇볕을 쐬려고 라고스로 내려가는 버스를 탔다. 우버 덕분에 얼마나 여행이 편해졌는지 20대 초반 같은 양의 짐을 가지고 유럽 여행할 때와 비교하면 이동하는 고충이 훨씬 줄어들었다. 땡스, 우버!


라고스 메인 해변 전경, 사이사이 예쁜 골목길


세 시간 하고 삼십분 정도 걸려 라고스에 도착했다. 그 첫 광경은 처음 리스본에 도착해서 트였던 숨통을 한 번 더 트여주는 듯했다. 12월~1월은 라고스의 극비수기라 사람이 거의 없다. 여름이면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는 거리와 해변이라는데 내가 머문 일주일은 성수기인 여름이 상상이 안될 정도로 조용했다. 에어비엔비 주인아주머니와 잠깐 인사를 나누고 짐만 내려놓고 바로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혼자 여행하면 대부분 비건(vegan)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다. 비수기인 휴양지라 많은 식당이 문을 닫았다고 했는데, 나오자마자 본 다섯 번째 레스토랑이 비건 레스토랑이었다. 유럽에선 찾아다니지 않아도 비건 레스토랑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내가 끌어당기는 건지, 그냥 여기에 흔한 건지 ;) 독일 부부가 운영하는 골목길 작은 식당인데 밥도 맛있고 분위기도 정말 좋아서 매일매일 갔다. 갈 때마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로컬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우연히 테이블을 공유한 여행객이랑도 가벼운 이야기를 하면서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햇빛이 잘 드는 야외 테이블, 강아지들 천국, 여행객의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홈메이드 펌킨숩이랑 후무스 음~!


점심을 먹고 바로 요가원에 갔는데, 먼저 이 작은 마을에 요가원이 두세 군데나 있어서 깜짝 놀랐고 내가 도착하는 날에 마침 이 요가원에서 아주 특별한 요가 워크숍이 열려서 두 번 놀랐다. 내가 요가를 처음 접한 건 20대 초반. 벌써 십 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몸의 유연성을 기르고 다이어트 용도 정도로 생각하고 접하게 되었는데, 이 나라 저 나라에서 다양한 요가를 경험하면서 요가의 의미를 제대로 깨우치게 되었다. 나는 요가 전문가도 아니고 아직까진 혼자 매일 수련하지도 않지만, 싱가폴에 살 때부터는 쭉 회원권을 끊어놓고 다니는 요가 러버다. 요가는 단순한 운동이 아닌 '몸으로 하는 명상'이다. 


처음 요가를 접했을 때는 '왜 매일 같은 동작(특히 그놈의 썬살루테이션)을 허구한 날 시켜대나' 툴툴대는 수련생이었으나 한동안 수련 후에 왜 같은 동작을 무한 반복하는지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그날 이후부터는 요가를 사랑하게 되었다. 현재 상황은 언젠가 인도에 가서 요가 수행을 제대로 해보려고 벼르고 있는 단계라고 할까. 그래서 새로운 곳을 여행하면 다양한 나라에서 어떻게 요가 수련을 하는지 궁금해서 요가원은 꼭 찾아가 본다. 


그날의 요가원 워크샵 분위기



이날 특별한 워크샵의 주제는 '요니 요가(Yoni yoga)' 였다. 이 요가원 원장님도 처음 하는 워크샵이라고 했다. 나도 생전 처음 접해보는 요가였다. 요니는 산스크리트어로 '신성한 사찰(holy temple)' 또는 여성의 생식기를 의미한다. 선생님은 요니 요가 수련을 통해 여성만이 가진 특유의 femine energy를 끌어올리고 본인의 여성 에너지와의 재연결을 통해 다양한 힐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오빠들이랑 뛰놀고 자라면서 톰보이 성향이 있는 나는 여태까지 여성성에 대해 영적인 관점으로 심각하게 고찰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워크샵은 내게 더더욱 인상 깊었다. 내가 가진 여성 에너지를 극대화했을 때 더 많은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니!


요니 에그(Yoni egg, Jade egg)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요니 요가는 케겔운동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한의학에서 손이나 발이 인체의 축소판이라도 설명하듯이 여성의 질 안도 신체 모든 장기와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여성의 질 안에 요니 스톤을 넣고 케겔 운동같이 수련을 하면 많은 질병을 치유할 수 있고, 나아가 수련을 통해 더 질 좋은 오르가즘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날은 요니 요가에 대한 아카데믹한 개념을 소개받고 같이 춤을 추고 여성성을 깨우는 여러 요가 동작을 연습했다. 이 시간엔 실제로 요니 스톤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선생님과 사용해 본 다른 친구가 그 경험담과 신성한 여성성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폴란드 출신 선생님은 이십 대 초반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하반신 마비로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요니 요가라며 자기 경험도 공유해줬다. 


독일, 폴란드, 포르투갈, 프랑스, 한국! 여자들이 같이 요니요가로 연결된 날 :) 모든 여성들이 요니로 연결되어있다고.


나는 요니 요가가 끝나고 아랫배가 엄청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면서 훨씬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내 경험이 가장 무난했다. 요가원 원장은 갑자기 너무 많은 통증을 느껴서 중간에 멈추고 명상으로 대신했다. 또 다른 친구는 기분이 이상해서 화장실에 갔더니 생리가 끝난지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생리혈을 봤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지난 생리 싸이클에서 미쳐 다 나오지 못한 생리혈이 요니요가 후에 나올 수 있는데, 많은 여자들이 다양한 경험을 한다고 했다. 일 년 넘게 무월경으로 고생하다가 요니 요가 연습 몇 번 후에 생리주기를 되찾은 경우도 있다고. 어디서도 보고 듣지 못한 신비한 경험이라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라고스에서 이 신비스러운 첫 경험은 자연스럽게 나를 영성적인 세계로 인도하는 듯하다. 실제로 작년 말부터 나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영성 체험들에 관심이 쏠려있다. 우주는 마치 기다리기나 한 듯이 계획 없는 텅 빈 여행 시간표에 내가 알아차려야 하는 경험들로 채워넣어 주고 있다. 내가 계획하지 않아도 채워질 거였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계획할 생각도 안 했나 보다. 예측할 수 없어서 재밌다. 


이번 여행이. 

그리고 인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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