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힐링써클엔과연 어떤 사람들이 올까?
어제는 9월에 오픈하는 '강남힐링센터'에 시범강연을 갔다.
서울숲 오피스에서 개포동 센터로 이동하는 동안 비가 주룩주룩, 가을장마가 와도 제대로 왔다. 잠깐 걸었을 뿐인데 운동화가 다 젖어서 발끝까지 꿉꿉해졌다. 한적한 대모산 아래 위치한 센터에 도착해 깔끔하고 정돈된 공간을 보니 마음이 그새 편안해졌다.
강남구에서 작년에 한국 최초로 오롯이 지역주민들의 '힐링'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졌다고 해서 호기심에 찾아갔었다. 그 때 우연히 인사했던 나를 기억하신 강남구청 과장님이 이번 '강남힐링센터'에서 프로그램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주셨고 흔쾌히 돕겠다고 했다.
어제는 클래스 오픈 전 강남구청과 직원과 개포동 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힐링씨티의 클래스를 보여주고 지역색(?)에 맞춘 피드백을 받는 자리였다. 평소 하던 대로 향기 명상을 마치고 간단한 소개를 마쳤다. 음? 묘하게 분위기가 차갑다. 비에 젖어서 얼어버린 내 발처럼.
애써 아무렇지 않게 바로 토킹써클 질문을 이어나갔다.
오늘 하루 중에 가장 좋았던(행복했던) 순간은? 왜 그렇게 느꼈나요?
난생처음 해봤을 토킹써클... 둥그렇게 둘러앉아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거, 미드에서나 본 적 있다고 말한다. 처음이라 조금씩 어색해하지만 등불을 들고 소소한 자기 일상을 조근조근 풀어냈다. 한 바퀴 돌고 마지막 분이 말했다.
"사실 행복한 순간이 하나도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몰랐어요. 그런데 다른 분들 행복한 순간을 쭉 듣고 나니, 아 저런 게 행복인데 못 느끼고 살았구나... 하네요. 그래서 이걸 느낀 지금이 제일 좋은 순간이네요."
차가웠던 분위기가 토킹써클로 훈훈하게 데워졌다. 그렇게 시범강의를 마치고 직원들의 고충을 듣게 되었다. 막 오픈을 앞둔 직원들은 들뜬 기대감만큼이나 고민도 많았다. 시민들의 심신 건강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낮으로 열심히 준비해온만큼.
시범강의를 마치고 센터를 나오려는데 센터장님이 따뜻한 응원에 말을 건넸다.
"저희도 오픈 전이라 어떤 분들이 오실지 모르겠어요. 은퇴 후 여유 있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올지, 젊은 직장인들이 올지, 육아에 지친 부모님들이 올 지 오픈해봐야 알 것 같아요.
오픈 마인드로 다른 사람들 생각을 존중하고 경청하고 서로 공감하면서 생활습관을 코칭하는 선생님 클래스 같은 경우는 특별히 염려가 되는 게... 좋으신 분들은 정~말 좋은데 꼭 그런 분들만 온다는 보장도 못 해 드려요. 저희도 가끔 힘들게 하는 몇몇 분들 때문에 운영이 힘들 때가 있거든요. 혹시라도 그래서 분위기가 안 잡히면 어쩌나, 모집 시에 뭐를 더 해드려야 되나 고민이에요."
"그건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그런 분들은 어딜 가나 있기 마련이고, 피할 수 있나요. 모난 사람도 있고 둥근사람도 있고. 그 마저도 다름이라고 이해하고 서로 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제 역량이고 제 역할이죠. 지금까지 쌓아온 내공으로 열심히 이끌어 나가 볼게요."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현지(능력자 힐링씨티 마케터)가 말했다.
"모르는 거죠, 혹시 알아요 밀라논나 같은 멋진 분이 올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네, 맞아요. 그쵸?" "그러게요, 같이 만들어가봐요!"
센터를 나오니 어느새 퇴근길. 지하철엔 퇴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밖에는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비도 오고 배도 고프고 긴장도 풀리고... 저녁을 먹으러 오피스 근처 단골 식당에 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섰다. 단골집 바로 옆 식당 지나가는데 창가에 익숙한 얼굴이 밥을 먹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내 두 눈이 현지의 두 눈과 마주쳤다.
"헐... 현지, 봤어?"
"와... 대박. 쌤, 밀라논나 맞죠? 오늘 밀라논나를 실제로 볼게 될 줄이야..."
"미쳤네... 말하니까 바로 나타나네? 현지... 이게 바로 시그널이야."
우리가 저녁을 먹은 바로 옆 식당 창가에서 밀라논나 선생님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우주가 보내는 시그널들을 엄청 즐기고 있는데 이번 시그널은 조금 더 강렬했다.
힐링써클을 통해 내가 주는 것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밀라논나 선생님같이 멋있는 시니어들이 오면 얼마나 더 많이 배울 수 있을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집에 돌아오는 내내 웃음이 입가를 떠나지 않았던 8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남은 한 달 동안 명상하면서 프리퀀시 좀 높여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