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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씨티 May 01. 2020

마인드풀니스 프로젝트로 향하는 길

진정한 행복을 찾아서 태국 깡시골로 떠나다

마인드풀니스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일주일 전에 세계적인 축제인 송크란 페스티벌도 즐길 겸 방콕에 도착했다. 태국의 새해는 4월에 시작되는데 새해를 맞아 과거의 힘들었던 액운을 씻어버리고 축복을 기리는 의미에서 서로에게 물을 뿌리는 행사가 바로 송크란 페스티벌이다.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던 송크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어른 아이 현지인 외국인 할것 없이 눈만 마주치면 서로 물을 뿌려댔다. 5살 어린아이 시절로 돌아가 동네를 뛰노는 느낌이었다. 대도심에서 처음보는 사람들과 바로 친해져서 팀을 맺고 도와주고 공격하고, 춤추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하루종일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일주일동안 한 동안 다시는 도시 구경은 못할 사람처럼 방콕 도시를 즐겼다. 


마인드풀니스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전날 방콕 중심가에 살고 있는 대학 동기 언니가 짐을 맡겨도 괜찮다고 해서 가져갈 필요없는 짐들을 맡기러 갔다. 언니와 형부의 염려와 응원을 동시에 받으며 저녁을 먹은 뒤 택시를 타고 방콕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싱가폴에 살면서 태국에 엄청나게 자주 드나들었지만 현지 고속버스는 혼자 타본 적은 없어서 조금은 염려스러웠다. 겁이 별로 없는 편이라 혼자 해외여행도 종종 다녔지만 대부분 대도시에 있었기데 두려운 적은 없었다. 익숙한 태국이었지만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시골 마을을 혼자 가려니 조금은 겁이 났다.


택시에 내려 영어를 찾아보기 힘든 버스터미널로 들어갔다. 티켓팅 부스에서 330바트(한화 만 천 원)를 주고 산 티켓에는 목적지인 콘캔(Khon kaen)이 영어로 적혀있지 않아서 직원에게 콘캔에 가는 게 맞냐고 다시 확인을 했다. 승강장에서 버스기사님께 재차 콘캔에 가는 버스가 맞는 지 확인한 뒤에 야간버스에 올랐다.

태국 깡시골에서 길을

태국 야간버스에는 밤새도록 태국 노래가 논스탑으로 흘러나온다. 이걸 모르고 타서 귀마개를 준비하지 못했기에 선잠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7시간이 걸려 콘캔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새벽 4시 반.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했다. 본격적인 목적지 찾기 게임은 이제부터였다.



마인드풀니스 프로젝트의 웹사이트 안내대로 그곳에 찾아가려면 아침 9시부터 운행되는 로컬 버스 '쏭타우'를 기다려야 했다. 쏭타우를 타고 내린 정류장에서 약 2~3 km의 비포장도로를 걸어가야지만 목적지가 나온다고 썼있었다. 첫차를 기다리는 동안 정류장의 세븐일레븐에서 이른 아침을 사먹었다. 기다리는 데 지쳐 시계를 보니 6시를 갓 넘겼다. 9시까지는 기다리기도 좀 힘들고 길치인 내가 약도를 따라 갈 자신도 점점 없어져서 옆에 있는 택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택시 기사님께 약도를 보여주면서 'Ban Muang Wan'이라는 마을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내 말을 알아들으셨는지 나를 태우고 30km를 달렸고 40분 남짓이 됐을까 여기서 내리라고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목적지라고 내려준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마인드풀니스 프로젝트로 찾아가는 설명서는 이런식



안내지도대로 대중교통을 타고 오지 않아서 마을 어딘가에 내려진 내가 어디에 있는지 더 헷갈렸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기사님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아 일단 그냥 걸어다니면서 찾아보려 했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택시는 걷고 있는 나를 지나쳐서 천천히 멀어졌다. 


나를 지나친 택시가 50미터 정도 갔을까?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아저씨 앞에서 서더니 창문을 열고 말을 걸었다. '동네 사람들이라 다들 친한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에 기사님이 차에서 내리더니 내게 택시에 다시 타라고 손짓을 했다. 


네, 저요? ㅠㅠ

기사님이 나를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내려준 게 찝찝하셨는지 동네 아저씨에게 길을 물어봐준 것이다. 자전거를 탄 아저씨가 택시 앞으로 나가 길을 안내해주기 시작했고 택시 기사님은 그 자전거를 따라갔다. 평소 의심이 없는 성격이라 무서운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말이 안 통하니 답답했다. '대체 이 사람들이 내가 어딜 찾는건지 알고 있는걸까?'하고 궁금즘이 커져가는 찰나에 자전거가 멈췄다. 자전거가 멈춰 선 곳엔 약도에서 봤던 바로 마인드풀니스프로젝트 입구 표지판이 보였다. 예쓰!!!



생전 처음보는 나를 위해 시간을 내주신 두 분이 너무 고마워서 머리 숙여 인사를 했다. 추가요금을 계산하려고 지갑을 여니 기사님이 아까 받은 돈으로 충분하다며 손사래를 치고 그냥 가버리셨다. 자전거를 탄 아저씨도 내가 안심하는 걸 보자마자 떠나셨다. 살면서 누누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도시의 인심이 참 팍팍하게 느껴졌었는데 이곳은 시작부터 느낌이 좋았다. 마음도 놓였겠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될 기대감에 부풀어 마인드풀니스 프로젝트 부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제대로 찾아온 건가?

아침 요가를 하고 있을 사람들로 붐빌 장면을 상상하면서 들어왔는데 공동 생활공간이 텅 비어있었다. 조금 당황스러워서 가방을 내려놓고 정말 아무도 없는지 둘러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주 멀리에 정원에 물을 주고 있는 갈색 머리의 여자 한 명이 보였다. 정원에 물을 주는데 정신이 팔려서 내가 뒤에서 다가오는 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물을 주고 있었다.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조금 떨어져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뒤늦게 나를 발견한 그녀는 깜짝 놀라며 나를 꼭 안고 인사를 했다. 프렌치 특유의 귀여운 엑센트에 그녀는 친절하게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해줬다. 태국 최대의 휴일인 송크란 페스티벌로 10일간 프로젝트는 문을 닫았었고 자기를 포함한 딱 3명만이 여기에 남아 지내고 있다고 했다. 오늘이 휴일 후 오픈 첫날이고 내가 제일 처음으로 도착한 사람이였다.


나는 그녀를 도와 정원에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20분이 지났을까, 홈페이지 소개영상에서 봤던 그곳의 주인 크리스찬과 스탭 한 명이 스쿠터를 타고 들어왔다. 스쿠터 소리에 남아있던 두 명의 멤버가 텐트 밖으로 나왔고 그들은 포근하게 서로를 안아주며 인사를 했다. 인사를 음미하는 것 같은 아주 긴 허그였다. 그들의 특별한 인사를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나를 발견한 크리스찬이 환하게 웃으면서 내게 다가왔다.


Welcome to mindfulness project!



자석에 끌리 듯이 크리스찬의 품에 푹 안겨 인사를 했다. 낯설고 낯선 곳으로 찾아오는 동안 쌓였던 긴장감과 불안감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간단히 소개를 하고 같이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입구 전경, 키친 

나를 시작으로 오전에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도착했고 오후에는 20명여명이 더 도착했다. 

첫날은 캠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하루 체류비용은 200밧(한화 6800원)이고 최소 체류 기간은 10일이다. 


문화권이 다른 다양한 전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이 24간을 부대끼며 지내는 곳이기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가장 중요한 곳이라 소개를 받았다. 


캠프 안에서는 술, 담배, 섹스, 마약류는 완전히 금지다.

매일 아침과 점심 두 번의 요리를 모여서 먹고 저녁을 먹고싶은 사람들은 점심에 먹고 남은 음식들을 나눠먹는다.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 때문에 매끼니 요리하는 건 엄청난 에너지 소모이기 때문이다.


그 곳엔 30-40명의 사람들이 살 수 있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들만 갖추고 있었다. 같이 잠을 자는 공동 취침 텐트 한개가 있었고 가끔 정원이 초과되거나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밖에 개인 텐트를 치고 자는 사람도 있었다. 한 사람당 하나의 매트리스를 나눠주고 모기장으로 각자의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서 잠을 자게 했다. 

  

모두가 같이 자는 공동텐트 내부. 모기장 치고 밑에 매트리스가 전부.
화장실 두개

시설 중에 가장 힘들었던 건 푸세식 화장실. 화장실 두 칸과 세면대 딱 하나만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써보는 푸세식 화장실. 다행히 밑이 아주 훤히 보이지는 않았고 매일 아침 돌아가며 맡는 당번이 청소를 깨끗히 해서인지 냄새가 심하진 않았다.


지푸라기를 엮어서 만든 지붕이 없는 오픈 샤워 공간 네 칸.

뜨거운 물이 나올거라 기대는 안했지만 역시 애초에 나오질 않는다. 안으로 들어가면 각 큐비클 안에 아주 큰 바스켓과 바가지가 하나씩 들어있다. 바가지로 물을 퍼서 샤워를 한다. 샤워할 때 사용하는 물이 땅에 흡수되면 친환경 농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모든 바디제품은 친환경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준비를 못한 사람들을 위해 프로젝트 내부에서 친환경 비누를 직접 만들어 저렴하게 판매도 하고 있었다.


식사, 토킹 써클, 운동, 명상을 함께 하는 공동생활공간과 주방은 붙어있다.

주방에는 아주 오래된 냉장고 하나와 낡은 그릇과 식기들이 있었다. 옆에는 3일에 한번씩 배달 온다는 식재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물을 아주 최소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설거지대 사용법도 배웠다.


설립자 부부와 일년 이상 체류하고 있는 장기 스탭들은 약 2km 떨어진 곳에 따로 생활공간을 두고 지낸다. 그들도 잠자는 시간과 휴식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 메인 캠프 사이트에서 시간을 보낸다.


캠프 내부 시설 이용법을 소개받으면서 솔직히 얼마나 오래 이곳에 있을 수 있을지 자신이 조금 떨어지기도 했다. 그 동안 불편함이라곤 조금도 없었던 도시 생활에 감사함도 느껴졌다.


처음 도착시에 엄청 낮았던 건물 벽. 떠날 때즘 사진과 비교하면 놀랍다.


대부분의 자원자들이 이곳을 이를 알게 된 루트는 워크어웨이(https://www.workaway.info/)라는 웹사이트을 통해서라고 들었다. 워크어웨이는 배낭 여행객들에게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다양한 로컬 문화체험을 하면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비영리단체, 동물농장, 학교, 농장, 공동 커뮤니티, 일반 가족 등 다양한 그룹의 활동에 자원하여 경험을 할 수 있다. 나이가 어린 여행객들이 적은 돈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오리엔터리션을 마칠 때즘엔 모든 사람들이 도착했고 40명 남짓되는 사람이 공동생활공간에 모여앉았다. 70%가 유럽 사람, 30%가 북/남미에서 온 사람들이다. 나만 아시안이다. 체류가 끝날 때까지 딱 두명의 아아시안만 조인했다. 다행히 난 이런 상황에도 적응 잘하는 ENFP! 첫날은 아이스 브레이킹하면서 카드 게임으로 서로 얼굴을 익혔다.


또 한 번의 모험이 시작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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