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작전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진도체육관(이하 체육관)과 팽목항에는 수없이 많은 봉사자와 공무원 민간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을 이름으로 기억하기에는 매우 힘들었었죠.
그래서, 그분들의 특징을 기억해서 암호처럼 별명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빡빡이는 체육관에서 만난 봉사자였습니다.
부족한 물품을 구하러 체육관에 갈 때마다 도움을 주었던 봉사자였죠.
그와의 일화 중에 한 사건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옆 텐트에는 남학생 한 가족이 있었는데, 며칠째 아이의 발견 소식이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초조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그 가족과 친해진 저는 그분들을 형님, 형수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점점 야위어 가는 형수님을 보며 형님께
"형님 형수님 저러시다가 쓰러지실 것 같은데 집에 올라가서 좀 쉬었다 오시라고 하시죠"
"나도 그렇게 얘기하는데 말을 듣지 않네"
"그럼 제가 얘기해 보겠습니다."
그때 제가 떠올렸던 게 바로 미신(?) 이야기이었습니다.
참사 초기 가족 사이에서는 이런저런 미신이 많았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집에 가서 아이의 방을 청소하면 아이가 돌아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형수님에게
"형수님 안산 올라가셔서 방 청소하고 집 좀 정리하고 오시면 어떨까요?"
"싫어 여기 그냥 여기 있을래"
"그러지 마시고 누구누구 가족은 그렇게 하니까 아이를 찾았다고 하던데.."
"그래? 알겠어 그럼 다녀올게"
다음날 형수님 안산으로 가는 셔틀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셔틀이 출발한 뒤 1시간이나 지났을까?
상황실이 분주해지면서 명단을 발표하는데 신체 특징이 그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의 특징은 가슴에 수술 자국이었기 때문에 확실했습니다.
형님은 형수님에게 전화를 걸었고.
형수님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우시기만 했었죠.
그때 저는 상황실장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조치를 부탁했지만
상황실장도 어찌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더군요.
보다 못한 저는 일단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에 상황실장에게
"버스 기사님에게 버스를 세우라고 하시죠."
"전화번호를 모르는데.. 알아보겠습니다."
흠..
팽목항에 있으면서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경험으로 익힌 저에게는
상황실장의 일 처리가 늦어질 것이 뻔해 보였죠.
저는 체육관에 있던 빡빡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에
"빡빡아 버스 기사님 전화번호 파악해서 차를 당장 세워달라고 해줘"
"알겠습니다."
잠시 뒤
"버스는 세웠고 가족들은 버스에서 내렸다고 합니다."
형님은 형수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형수님은 공황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상황실장은 형수님이 내린 그곳으로 팽목항에서 대기하던 택시를 보내려고 하더군요.
가는데 1시간 오는데 1시간 적어도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상황이었던 거죠.
저는 다시 빡빡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체육관으로 오는 셔틀이 어디쯤 있는지를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곧 연락이 오더군요.
목포 IC 근처라고.
다행히 형수님이 내린 곳 근처였습니다.
형님은 형수님에게 안심을 시키면서 설명하셨습니다.
형수님은 그렇게 팽목항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애타게 기다리던 아이를 데리고 안산으로 가셨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안산에서 형님과 형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게 건강 챙기라고 밥 한 끼 사주시더군요.
표정이 편안해 지신 것 같아 다행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빡빡이 와는 더욱 가까워지게 되었고,
'팽목항 TF팀'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빡빡이와의 일화는 계속 이어집니다.
추신 : 체육관을 향해 오시던 셔틀의 기사님께서 체육관에 들르지 않고 바로 팽목항으로 오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