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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일까?악당일까? 1

영웅 기자 이야기

by 팽목삼촌

'정의'를 위해 칼이 아닌 펜으로 싸우는 '영웅', 기자.

어릴 적부터 저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후 군대에 가기 전까지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며 잠깐이나마 그 생활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3년간 팽목항에서 만난 기자들은 제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사실'을 담으려 부엉이처럼 어두운 곳에서 눈을 반짝이는 기자
'특종'을 남발하며 부나비처럼 이리저리 뛰어드는 기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밤, 팽목항 텐트 앞에서 만난 그와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담배를 피우러 나온 저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물었습니다.

"혹시 가족이신가요?"

어둠 속에서 얼핏 봐도 기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소 퉁명스럽게

"누구신데요?"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는 명함을 건네며 "저희는 OOOO 기자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는 '오보, 찌라시, 기레기'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저는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며 정중하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뭐 하시나요?"

"여기도 가족이 있으신 듯 해서, 그냥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체육관이나 저~쪽~ 가족구역에 계시니까 그쪽으로 가보세요."

제 퉁명스러운 말투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들은 떠나지 않았습니다.


모 언론사의 선배 기자와 후배 기자라는 그들은 가족들에게 다가가기 힘들어 현장 스케치만 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쩌면 이들이 단순한 기레기가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자 하는 기자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자,

저는 "여기서 이러지 말고, 텐트로 가서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어떻겠어요?"라고 제안했습니다.

사실 당시 텐트 안의 공기는 가족들의 분노와 좌절로 가득 차 숨쉬기조차 어려운 분위기였습니다.

누구라도 붙들고 하소연하고 싶어 하는 그들의 마음을 알기에, 저는 조심스레 제안을 건넸던 것입니다.

그는 "그래도 될까요?"라고 머뭇거렸습니다.

"그냥 듣기만 하세요. 가족들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알겠습니다."


텐트에 들어가 가족들에게 아는 동생들이 찾아왔다는 양해를 구했습니다.

가족들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들을 소개했습니다. (참고로 '기자'라는 사실은 다음날 말씀드렸습니다)

가족들은 그들에게 종이컵 한가득 소주를 건네며,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밤새 쏟아내었습니다.


하루를 지내려던 그들은 결국 며칠 더 머물렀습니다.

참혹한 현장에서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더군요. 이튿날, 막내 기자는 다른 취재로 떠났고, 홀로 남은 선배 기자는 가족들의 식사를 챙기고, 정보원 역할을 하며 진심을 보여주었습니다.


한 번은 임시안치소에서 한 학생의 어머니가 돌아온 아이를 보며 통곡하다 혼절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는 저보다 더 빨리 달려가 어머니를 등에 업고 텐트로 옮기더군요. 그녀의 팔다리를 주물러 주며 걱정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낮에는 가족들을 돌보고, 밤에는 기사를 작성하던 그는 기사를 다 작성하면 제게 먼저 보여주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그리던 기자의 모습이었습니다. 팽목항을 떠나 서울로 돌아간 그는 안산으로 돌아온 아이들의 마지막을 지켜주며 가족 곁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그.

송 기자,

저는 송 기자를 "영웅" 기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기자가 아니지만 제겐 영원한 기자

송!기!자! 화이팅!


*'영웅' 기자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악당' 기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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