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 왜 이러십니까?
저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습니다.
일요일에는 엄마의 손을 잡고 교회에 가는 것이 빠질 수 없는 일상이었습니다.
교회에서 만난 형, 동생, 친구들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두~둥~
저에게도 *'호환, 마마'도 비껴간다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어김없이 찾아오더군요.
'삶이란 무엇일까?'
'신은 존재하는가?'
문학 소년이 되어 시를 쓰기도 하고, 철학자가 되어 친구들에게 개똥철학을 시전하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회와 멀어졌고, 정확히 말하자면 '신'과 멀어졌습니다.
어느덧 바람은 잦아들고,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다시 고요함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러나 '신'이 차지하던 자리는 흔적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 흔적마저 지워질 즈음,
저는 마치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과 충돌하듯 '신'과 조우하게 되었습니다.
팽목항에서는 우연이라고 말하기엔 신기하고,
신기하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극적인 사건과 사고들이 잦았습니다.
'신은 정말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신은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가?'
저는 아이들을 제발 찾아달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아침에는 새벽기도를
점심에는 묵주기도를
저녁에는 108배를 드렸습니다.
목사님께, 신부님께, 스님께 기도를 부탁드리기도 하고, 질문도 해보았죠.
아쉽지만 아직도 그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을 때 '기적'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제가 겪은 일화 하나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하루는 체육관에 계시던 실종자 아버님이 찾아와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삼촌,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줄 수 있으려나?"
"뭔데요, 말씀해 보세요."
"내가 무릎이 안 좋아서 그러는데, 나 대신에 108배 좀 드려줄 수 있겠어? 조금 있다가 *바지선에 가는데, 우리 애가 있는 곳에 던져주려고… 부탁 좀 할게."
"네, 알겠습니다."
저는 염주를 들고 절을 하며, 진심으로 기도했습니다.
'제발 돌아오게 해주세요.'
염원을 담은 염주는 아버님께서 잘 던져주셨다고 하더군요.
며칠 뒤 그 아이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아이의 생일날 말이죠.
참고로 아이가 발견된 곳은 참사 초기부터 줄곧 아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 지역이었으나,
몇 번의 집중 수색에도 성과가 없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내부적으로 수색 중단을 결정하고 철수 전 마지막 수색 작업 중에 발견되었죠.
모든 소망과 기대가 이루어지지는 않더군요.
이런 경험을 통해 저는 '신은 없다'에서 '신은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습니다.
물론 제 경험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도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적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작은 기적'이건 '큰 기적'이건 누구에게나 말이죠.
여러분은 '신'의 존재를 믿으시나요? '기적'을 믿어볼 마음이 있으신가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의 개인적인 경험담이며, 개똥철학일 뿐입니다.
*호환, 마마 : 목숨을 잃을 정도로 두렵고 힘든 상황. 조선 시대에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호랑이에게 당하는 화와 천연두를 함께 가리키던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바지선 : 강, 운하, 바다 등에서 화물을 운반하기 위해 만든 바닥이 평평한 선박을 말합니다. 세월호 참사 현장(맹골수도)에서 바지선의 역활은 세월호 수색을 위한 거점이었으며, 잠수사들의 생활공간으로 활용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