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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가객 Mar 18. 2024

이명을 기다리며

성찰의 시간

          

자려고 눈을 감으면 들린다      


 - 아주 닳아서 없어지는 중이구나


잊었나 싶었던 목소리, 다시 눈을 감으면 들린다


- 사라지는 것들은 흔적이 없지


목소리의 정체를 확실히 알아챈다

내면의 검열관이 빈정거릴 땐 무시하는게 답이다

그러나 그냥 물러설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성가시다


- 아무렇지 않은척 하지마


결국 심드렁하게 돌아누우며 대꾸한다     

 - 나도 알아 새삼스레 뭘 그래     


순간 한숨 소리가 들린다.

너무 익숙한, 만마디 말보다 더 고뇌하게 만드는 한숨을 차단하려 귀를 꽉 막는다.

아까보다 작은 소리가 속삭인다 훨씬 더 가깝게 들린다.

내 귀가 말하는 것 같다    


 - 낡은 관점이 문제라고, 고루하잖아

 

발끈해서 즉시 대꾸한다      


 - 그냥 말해 뭔소리가 하고 싶은거야?    


검열관이 혀를 차며 말한다   


-해석을 바꿔봐 확장이 없잖아


화들짝 놀라 일어난다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말이다

희미한 목소리가 미풍에 흩어지며 메아리친다     


 - 예술은 사망하지 않아 창작자만 바뀔 뿐이야


울컥 분이 솟아 허공을 향해 소리 지른다     


 - 그래서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이 없다  

모든 미지수는 버겁다

삶도 사랑도 소망도 믿음도 관계도 무량수다

어쩌면 주관식 문제 앞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 삶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예술은? 과학은? AI는?


그 날 밤 이후 잠 맛이 달아났다

화두를 던져놓고 사라진 검열관의 목소리를 속수무책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 존경하는 작가님 구독자님들 평안하시죠? 어느새 햇살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봄날이 되었네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혼자 놀기의 달인인 저는 요즘 장편소설을 퇴고하느라 계절 가는 것도 모른채 소설 속 인물들과 씨름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조각조각 써놓은 일상의 글들이 완결까지 매만지지 못한 채 쌓여가고 있어서 오늘은 마음먹고 발행해봅니다. 장편 퇴고 중에도 종종 짧은 글로 찾아뵐게요. 건강하시고요, 행복한 봄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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