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처리하는 인간
요가지도자 과정 중에 알게 된 남자가 한 명 있었다.
나이에 비해 점잖은데, 또 순수한 사람이었다.
뭐랄까, 산에서 도 닦다가 내려온 듯한 이미지.
친하다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했지만,
나이대가 비슷하고 등록 시기가 비슷해서 안면을 트게 되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나를 불렀다.
지도자 수업이 있는 본원의 수련실 밖 복도로.
나는 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며 나갔다.
“주 샘, 왜 불렀어요?”
“연 샘, 혹시 자이브 댄스 들어봤어요?”
나는 전혀 모르는 춤이었다.
그러자 그는 자이브 댄스에 대해 설명했다.
탱고와 비슷한 남미 춤이라며
본인이 요즘 배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틀 후에 클럽에 가는 날인데, 함께 가 보겠느냐고.
그러면서 첨언했다.
“거기는 순수하게 댄스를 하러 오는 사람들 클럽이어서, 문란하거나 그런 데가 전혀 아니에요.”
나는 클럽을 가본 적이 없었지만, 그의 말에 안심하여
경험 삼아 한 번 따라가기로 했다.
클럽에 가는 시간치곤 약간 이른 오후 8시.
그리 넓지는 않은 공간이었다.
클럽 특유의 정신없는 네온이 번쩍였고,
댄스를 연습하는 사람들과
뒤에서 캔 음료수를 들고 이야기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날 내가 배운 것은 다이아몬드형 스탭이었다.
나는 박자치에 몸치였다.
그래서 스텝부터 하나씩 연습하기로 했다.
“여ㅡ. 주 선생님!”
웬 남자가 아는 척을 하며 우리에게로 왔다.
동기에게 댄스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란다.
둘은 인사를 주고받더니,
스테이지에 가서 춤을 추고 오겠다며 내게 양해를 구했다.
나는 그러시라고 했다.
사실, 낯선 곳에 혼자 있는 것은 좀 어색했다.
하지만 스테이지에 함께 올라갈 수도 없는 노릇.
그저 스텝에만 열중했다.
그렇게 발만 노려보면서 스텝에 집중하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떤 젊은 남자가
조심스레 손을 내밀며 댄스를 청하고 있었다.
“한 곡 같이 추실래요?”
벌써? 나는 스텝밖에 배운 게 없는데.
그래서 사양했다.
“저는 스텝만 이제 막 배워서요.
함께 춤을 출 줄 몰라요.”
그는 괜찮다며 스텝만 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난 잠시 생각해 봤지만
춤을 못 춰서 역시 안 되겠다며,
다시 홀로 스텝을 밟았다.
이윽고 두 사람이 돌아왔다.
우리는 마른 목을 축이고,
클럽을 나와 잘 가라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 클럽에 가진 않았다.
가 본 것으로 족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엉뚱한 두 남녀의 클럽 외출이었다.
한 사람은 문화 체험 전파자.
그리고 나는
‘클럽에 한 번 가 본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날도 보안요원반은
조용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위험이 없었는데도.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디자인을 맡길 일이 있었는데,
내 친구의 형이 가능하다고 해서 부탁했다.
딱 한 번 만나서 일을 의논하고,
며칠 뒤 결과물을 받아
약소한 사례를 하고 마무리했다.
업무는 깔끔하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귀자고.
나는 잠시 멍해졌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나온 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술을 마신 상태였고
용기가 최고조인 모양이었다.
이건 나 혼자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
즉시 나는 친구에게 민원을 넣었다.
“네 형 좀 말려봐.”
친구는 미안해하며 알겠다고 했다.
그 후로 친구의 형은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
친구와 나는
그 일에 대해 다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좀 궁금하다.
내게 사귀자고 연락하기까지
그 사이에 통째로 생략된 서사가
대체 무엇이었는지.
어쨌든 그날 소동은
보안요원반과 민원처리반의 협업으로 빠르게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