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은 가볍지 않았다
아이가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닐 때였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있는 놀이터에서
남녀 쌍둥이 엄마를 알게 되었다.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였다.
그녀는 우리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이 평이 좋았지만,
일부러 이 국공립 어린이집에 지원했다고 한다.
“특수반이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 애들을 여기로 보내고 싶었어요.
어릴 적부터 다름을 배울 수 있도록.”
그녀의 말을 듣기 전까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 온 지 몇 년 후.
아이가 저학년일 때 반에는
또래와는 조금 다른 남아 A가 있었다.
아이는 A가 자기 엄마와 함께 학교 수업을 들으러 온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엄마가 아니라 특수반 선생님이었다.
A는 가끔 소리를 지르거나 울고,
다른 아이들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조금 다른’ 아이가 너희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해줬다.
하루는 아이가 말했다.
“엄마, 오늘은 A 하고 함께 그림 그리고 놀았어.
걔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데,
그래서 예쁜 색연필을 많이 갖고 다녀.”
아이는 그림 그리기를 매우 좋아한다.
마침 A와 같은 조가 되었는데
그 애가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른 여자아이의 아이디어로
그 아이와 우리 아이가 함께 그림을 그려주고,
A가 거기에 색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놀게 되었단다.
아이가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이 ‘야, 너 미쳤어?’라고 하더라.
병 옮아서 머리 이상해지면 어떡하냐며.”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아… 그 말 들으니 엄마가 너무 속상하다.
옮는 거 아니야.
A가 그 말 듣고 얼마나 상처받겠니.
너는 잘했어.”
아이는 이후로도 종종 A와 어울렸고,
아이와 친한 여자 친구들까지 더해
서너 명이 함께 그림을 그리고 놀곤 했다.
좀 더 지나서는
A가 한글도 쓰고, 웃기도 한다고 했다.
그해, 버스를 타고
어린이 직업체험 센터에도 함께 간 모양이었다.
A의 어머니가 반 어머니들 단체톡방에
직업체험 센터에서 아이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A를 따라간 특수반 선생님이 보내준 사진이라고 했다.
나는 그 아이의 얼굴을 거기서 처음 보았다.
표정이 밝아 보였다.
이목구비가 또렷했다.
겨울 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A의 어머니가 단톡방에 인사를 올렸다.
“한 해 동안 애써주신 선생님과 반 친구들 덕분에
A가 많이 성장했어요.
잘 대해주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단톡방은 금세 덕담으로 가득 찼다.
오래전 놀이터에서 들은 말이 문득 떠올랐다.
희뿌연 겨울 하늘에서는
깃털 같은 눈이 금방이라도 포슬포슬 내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