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 약차 레시피, 구기자 당귀 약차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들은 대개 아프면 안 된다는 강박 속에 살아간다. 가정의 살림과 경제를 책임지는 40~50대의 엄마 아빠들 혹은, 혼자 고독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매일 한 움큼씩 건강 보조식품이나 약을 먹고 있다. 아프면 안 되니까. 어린 자식 앞에 두고 아프면 안 되니까, 고독사하면 안 되니까 오메가3, 종합영양제, 혈압약, 고지혈증약, 당뇨약 등을 먹는다. 그렇더라도 ‘꼭 먹어야 할 약’과 ‘먹으면 좋을 것 같은 약’은 구별해야 하며, 웬만하면 차(茶) 같은 식품을 통해 유연하게 약성을 받아들이는 게 좋다.
약보다 약차藥茶
태블릿, 캡슐 등 주로 쓰이고 있는 약의 형태는, 일종의 단단한 흙덩어리라고 보면 된다. 용량을 계량하기 쉽고 보관을 수월하게 하려고 알맹이로 만든 것이다. 물과 만나면 흙이 풀어지듯 스르르 약이 녹아내린다. 몸에 흡수되는 시간도 필요하고,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을 수도 없다.
알약이 냇물에 던져진 돌멩이라면 차(茶)는 흐르는 물과 같다. 몸에 들어가 녹아내릴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요, 물처럼 차의 고유한 성질이 저절로 흡수되고 궁극에는 그 행위가 다도(茶道)에 닿아 마음을 수련하는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차를 마시는 것은 분명 약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행위이다. 차를 마실 때는 쉴 새 없이 입을 벌려 떠드는 것보다는 잠시라도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거니와 맥주처럼 냉장고 속에서 응집된 차가운 기운이 아닌 따뜻한 기운을 온몸에 퍼지게 한다. 성정이 날카로운 사람도 차를 마시는 시간만큼은 온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차나무에서 채취한 찻잎을 우려 마시거나 이를 숙성시킨 보이차를 두고두고 끓여 마시는 것이 일상적인 다도의 개념이겠으나, 사실 차의 범주는 놀랍도록 넓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몸에 좋은 건강 약차에 관한 관심은 차의 향처럼 은근히 퍼져나가고 있다.
양기陽氣 뿜뿜 구기자차
구기자(枸杞子), 당귀(當歸), 하수오(何首烏)는 회춘(回春)과 관련하여 예로부터 유명한 약재들이다. 좀 더 진하게 달여 약재의 본래 효능을 보고 싶다면 세 가지를 모두 섞어 사용해도 좋지만, 차로 마시기엔 당귀와 구기자가 제격이다. 차로 끓여 마셔도 약효가 있는데, 비장과 위장의 기운을 북돋아 기혈(氣血)을 보충하는데 이만한 듀엣도 없다.
음식을 먹어도 제대로 흡수되고 에너지로 전환이 돼야 아픈 사람은 건강한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으며 건강한 사람은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안 되면 말 그대로 기혈이 부족해 병이 들고 신진대사 등 신체 기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구기자에 대해 ‘성질은 차고[寒] 평(平)하며, 맛은 쓰고[苦] 달고[甘] 독이 없다. 내상으로 몹시 피로하고 숨쉬기도 힘든 것을 보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양기를 세게 하며 오로칠상(五勞七傷:오장이 허약해서 생기는 증상 5가지와 남자의 신기가 허약해 생기는 7가지 증상)을 낫게 한다. 정기를 보하며 얼굴빛을 젊어지게 하고 흰머리를 검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오래 살 수 있게 한다.’라고 하였다.
또한 명나라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구기자의 효능과 관련하여 ‘구기자는 독성이 없고 열을 식히며 체내에 쌓인 사기(邪氣), 흉부의 염증, 소갈과 당뇨병, 관절염 등에 좋으며 오래 복용하면 더위와 추위를 모르는 젊음을 되찾는다고 하였다. 그러한 이유로 구기자의 별명이 땅의 신선이라는 뜻의 ‘지선(地仙)’이라고 불린 것이다.
구기자는 인삼, 하수오와 함께 3대 정력초로 불리는데, 간 기능이 허약하거나 간세포 내의 지방 침착을 억제하여 간세포의 신생을 촉진한다. 지방간, 간염 등과 같은 질환 등으로 늘 피곤하고 성욕이 일어나지 않을 때, 노화로 인해 정기가 쇠하였을 때 활용하면 좋다. 면역력을 강화하고 눈을 밝게 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구기자가 보음제로 성질이 차가운 반면, 당귀와 하수오는 보혈(補血:혈이 허한 것을 보함)하는 약으로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하수오와 구기자는 주로 신장과 간에 약성을 발휘하고 당귀는 간, 심장, 비장에 작용한다. 당귀, 하수오, 구기자는 성분이 비슷해서 함께 달여 마셔도 좋긴 하지만, 형제간에도 성격이 다른데 약초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약초만의 특징과 활용도가 다른 법이다. 대부분 무언가의 부족에 의해서 병이 오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고 정도 이상으로 넘치도록 쓰면 아니 사용한 것만 못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과하면 빼고 부족하면 추가하며 보음(補陰), 보기(補氣), 보혈(補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약재를 달여 차(茶)로 마시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몸 상태와 체질을 알고 차의 효능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마땅히 여성을 위한 약, 당귀차
<동의보감>에 나오는 처방 중 가장 많이 쓰인 약재가 당귀(當歸)다. 500회 이상 등장한다고 하니 가히 한약재 중 그 쓰임새로는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당귀는 ‘피가 마땅히(당연히) 돌아갈 곳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뜻이 있다. 건강했던 그 상태로 몸을 되돌려 놓는다는 말이다. 온갖 혈증(血證:혈액과 관련되어 생긴 병증)에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약재이다. 특히 여성 질환에 좋은데, 주요 효능은 다음과 같다.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달면서 맵고, 독은 없다. 일체 풍병(風病:풍사를 받아 생기는 병), 혈병(血病), 허로(虛勞:몸이 쇠약해지고 지쳐 가는 병)를 치료하며, 나쁜 피를 부수고 새 피를 생겨나게 하며, 징벽(癥癖:덩어리)과 부인의 붕루(崩漏:자궁출혈)와 임신 못 하는 것을 치료하며, 여러 가지 험한 창양(瘡瘍:종기)과 쇠붙이에 다쳐 어혈이 뭉친 것을 치료하며, 이질로 배가 아픈 것을 멎게 하며, 온학(瘟虐:사나운 염병)을 치료하고 오장(五臟)을 보하여 살아나게 한다.”
당귀는 미나릿과 다년초로 여성을 위한 약초라고 할 만큼 각종 부인병에 효과적인 약재다. 여성의 자궁 기능 조절작용과 진정 작용, 진통 작용, 항균 작용 등을 하기에 빈혈증, 진통, 강장, 통경 및 부인병 약으로 주로 쓰인다. 따뜻한 성질을 지닌 당귀는 우리 몸의 심장을 보호하며 허한 것을 도와주고 나쁜 피를 몰아내며 정혈(精血)작용을 한다. 또한 당귀차는 예로부터 정혈작용뿐만 아니라 여성의 피부를 희게 하는 약차로도 유명하다. 남녀 불문하고 나이 들수록 차(茶)를 곁에 두고 친구로 삼아야 맑은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거늘, 조선 후기 다성(茶聖) 초의(草衣)선사는 다도(茶道)를 시로 설명한 책 <동다송>에서 명나라 장원의 <다록(茶錄)>을 인용해 차 마시는 법에 대해 말하길 ‘혼자서 마시는 것을 신(神)의 경지라 하고, 손님이 둘이면 승(勝:한적한 경지), 서넛이면 취(趣:재미), 대여섯이면 범(泛:넘침), 일곱 여덟이면 시(施:베품)’라고 하였다.
<구기자차 끓이는 법>
1. 찌거나 말린 구기자를 적당히 측정해 다시 팩이나 망에 넣는다.
2. 말린 구기자 열매 20g에 물 300㎖를 붓고 끓여 진하게 차로 마시면 된다.
3. 물처럼 마시려면 물 2ℓ 정도에 구기자 70g을 넣고 끓인 후 수시로 마시면 좋다.
<당귀차 끓이는 법>
1. 당귀를 물에 씻어 물기를 뺀 후 물 1ℓ당 20~30g 정도 넣는다
2.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오랫동안 달인다.
3. 건더기는 체로 걸러내고 찻물만 따라 낸다.
4. 기호에 따라 꿀을 타 마시거나 생강을 첨가해 달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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