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나 인터넷으로 비대면 소통이 늘어나다 보니 상대방 입장에 서서 소통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카드사나 보험회사 콜센터에 전화만 해도 흔히 들리는 멘트 전화를 주고받는 사람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말 한마디도 조심히 해야 별거 아닌 말로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의 생사를 다루는 병원에서는환자나 배우자와의 통화가어쩔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 콜센터에서고객 통화와는 또 다르게 몇 배 다른 일들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남편 : 나 집에 갈 거야.
담당 간호사가 불 친절해서 한시도 여기 못 있겠어.
나 : 아니 오늘 수술 해서 내일 퇴원인데 얼마나있는다고 집으로 와?
남편 : 아니. 전신마취가 오래 있다 깨고 정신도 혼미한데 간호사란 사람이 와 가지고 자기 할 말만 하고 가고 내가 아파서 제대로 못 들었다니까 아까 말하지 않았냐고 하지를 않나. 담당 간호사 바꿔달라니까 뽀루퉁 해 가지고 일 처리도 바로 안 해주고 하니 담당교수님께 퇴원한다고 얘기해달라 했어.
내가 말려도 막무가내로 집에 온다는 남편 병동 간호사님과 전후 사정을 얘기하는 도중 교수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교수님 만료도 소용이 없는 듯했다. 하루밖에 입원 안 하는데 오직 했으면 집에 온다 하는 거 같아서 더 이상 말리지 못했다.
지난 3월, 나는 남편에게 잠잘 때마다 여전히 계속되는 코골이에 대해 검사해볼 것을 권유했다. 이것 말고도 남편은 알레르기 비염이라 해서 환절기만 되면 아침저녁으로 코를 심하게 풀었는데 이 모든 것이
단지 피곤함 때문이지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하자는 것이었다. 코라는 것이 귀랑도 연결되어 있고 귀는 뇌랑도 연결되어 있으니 매년 있는 일이라고 넘길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쉬운 일은 없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이라 하지만 남편이 교대업무를 하기 때문에 예약하기도 쉽지 않았었다. 겨우, 예약을 되어 교수님 진료를 보고 검사를 받게 되었는데 검사 결과는 부비동염이었다. 평소에 환절기만 되면 코가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다며 재채기에 눈물 콧물까지 쏟는 남편 부비동염이란 자연공이 막혀서부비동이 제대로 배설되지 않아 부비동이 염증이 발생하고 농성 분비물이 고이면서 염증이 심해지는 경우를 말한다. 부비동염도 감기에 의한 가벼운 바이러스성부비동염은 자연스레 사라질 수 있는데 남편처럼 바이러스성 비염은 부비동염이 자연스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수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남편의 수술 날짜는 다가오고 우리는 병원에 갈 사람과 집에 남을 사람을 정해야만 했다. 예전에 엄마가 아이를 봐주실 때는 걱정 없이 누가 병원에 입원하면 병간호를 하는 게 당연했지만 아이 맡길 때도 없고 더구나 아이가 아직은 혼자 학교를 갈 수 없는 나이 이기 때문에 남편만 병원에 보내고 내가 아이랑 있기로 했다. 남편은 수술 3일 전 코로나 검사를 받고 병원 입원할 준비를 마쳤다.
나 : 남편이 이비인후과 부비동염으로 오전에 수술을 끝내고 회복실에서 병실로 갔다는 연락을 받았는데요. 통화를 여러 번 시도했는데 연결이 안돼서요.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대표전화 : 저희는 대표 콜센터라 병동을 모르면 연결해 드릴수 없고요. 응급실 쪽에 연결해 드릴게요. 한번 병동을 물어보세요.
나: xx병동 연결해주세요.
병원의 시스템을 모르니 대표전화로 전화를 했는데 매뉴얼대로 응급실에 물어보랜다. 연결해준 응급실 전화도 순탄치 않았고 시어머니께서도 애타게 찾으시는 남편의 안부를 알지 못하니 나는 더 애가 탈수 밖에 없었다. 몇 번 발을 동동 구르며 전화하니 알게 된 남편의 병동
XX병동: xx병동입니다.
나: 네. 오늘 오전에 부비동염 수술받은 xxx환자 배우자인데요. 회복실에서 병실 올라간 지 꽤 되었는데 핸드폰 연락이 안돼서요.
XX병동 : 네. xxx환자분이요? 배우자분께서 통화 안돼서 전화 왔었다고 전해 드릴게요.
나 : 네ㆍ 감사합니다.
나는 당연히 간호사분께서 남편에게 이야기를 전달했으니 통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수술 후 연락 안 되는 남편이 혹시나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이 컸었기 때문이다.
내가 연결이 안되어 여러 번 병동으로 전화를 하니 간호사분께서 전하러 가기 힘드셨는지 내 전화기 넘어 남편에게 전화받으시라고 소리까지 지르고 여러 번 병동으로 전화를 한 후에 연결이 되었다.
알고 보니, 남편은 수술을 일찍 끝낸 건 맞으나 피를 다른 사람보다 많이 흘렸고 전신 마취도 늦게 풀렸었기에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간호사분이 이야기하시는 것을 내가 전화할 때 까지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아파서 제대로 들을 수 없는데 기다려 주지 않고 자기 말만 하고 가는 간호사분께 마음이 상했던 것이었다.
물론, 내가 간호사실에 전화했을 때 배우자라고는 했지만 남편이 남편 혼자만 케어해줄 수 있는 병동에 입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간호사님도 남편에 상태에 일일이 얘기해 줄 수 없으셨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사람이 여러 번 전화를 해서 찾고 있다면 이상이 있는 것이니 환자상태를 알고 있는 간호사분께서 말만 전해 주지 말고 남편이 바로전화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얼굴 붉힐일이 줄지 않았을까 라는 안타까움을 남겼다.
어쩌면이번일은 보호자가 동반했다면 별 무리 없이 마무리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남편도교수님께서 수술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지만 수술 후 퇴원까지 1박 2일이기에 안일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이만큼 아플지 몰랐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병원도 환자 본인도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소통의 부재로 일어난 일은 어떤 것도 자신할 수 없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벌써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고 있고 정부는 현재 우리나라도 위드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통한 단절이 아니라 코로나와 공존하면서 치명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 비대면서비스들이 대면으로 전환될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다.
결국 우리가 느꼈던 비대면으로 인한소통의 부재는
위드 코로나가 된들 해결할 수 없을 것인데 조금씩 나아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