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마라톤을 단거리로 달리는 사람 같아요.”
나선선 루틴2를 하면서, 잊고 있던 내 몸속 감각들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아침부터 볼일이 있었는데 알람을 끄고 또 잤다. 깨고 나니 벌써 오후가 다 되어 있었다.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여기 이사 온 이유. 원래는 1년만 남의 집에 살다가 아파트로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사 오자마자 유방암이 재발했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지나며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었다. 우리 집에서 가장 큰 지출인 ‘아파트’에 들어가는 일은 그렇게 또 뒤로 미뤄졌다.
대출 이자가 많이 올라 갈아타려고 은행에 들렀지만, 원하는 만큼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은행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그리고 또 지난 이야기를 꺼내는 남편. 지금을 살기 위해 정리하고 싶은데, 해결보다 과거로 되돌아가는 말들에 지친다.
스타벅스에 앉아 공부하다가 잠깐 쉬는 타임에 본 ‘이호선 상담소 부부전쟁’ 영상이 방아쇠가 됐다. 잊고 있던 지난날이 떠올랐고, 지난번 도련님이 “힘든 거 있냐”고 물었을 때 했던 말이 생각났다. 맏며느리니까 다 해야 한다, 동서가 들어오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어머니 말씀. 이제는 많이 버겁다고.
글로 적다 하염없이 울다 헬스장으로 향했다. 동쌤이 보자마자 “괜찮아요?” 하고 물어본다. 울었던 게 아직 다 안 풀린 듯 또 울었다. 시간이 좀 지나 말을 걸었는데, 말하다가 또 운다.
살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고, 내게 유일하게 숨 쉬는 시간이었다.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 내가 건강해지고 오래 운동하기 위해 공부도 시작했다.
그런데 이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켭켭이 쌓인 실타래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아파트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어서 집에 와 이야기를 꺼냈지만, 오늘도 또 도돌이표였다. 결국 예전처럼 해결 없이 감정싸움으로 끝났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었고,
애쓴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 것도 있었다.
관두면 끝나는 걸까.
도망가면 끝나는 걸까.
많이 버겁다.
다 내려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