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이 아니야

by 역전의기량

“집안에 여자가 잘 들어와야 된다니까.
저 집 봐봐라, 장윤정이 시집와서는 잘되잖아.”

몇 년 전인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장윤정·도경완 부부가 나왔을 때,
시어머니가 나 들으라는 듯 하신 말이었다.

신경 쓰지 말았어야 했을까.
그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 한마디를 마음에 담아두었다.

왜 그랬을까.

결혼 15년.
어릴 때 아버지에게 맞아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았고,
남은 귀까지 망가질까 늘 보청기를 착용해야 했다.
그리고 스물여덟,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서른에 결혼했다.
몸조차 지키기 어려운 시기였고,
엄마의 권유 속에서 타의가 더 큰 결혼이었다.
그때 나는 원플러스 원이 되었다.

모든 것이 서툴렀고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남편이 내 병을 알고 있었기에,
원플러스 원이 되어도 괜찮을 거라 믿었던 것 같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남편이 시댁에 이야기해 줄 거라 생각했다.
그 생각이 반복해서 문제의 씨앗이 될 줄은 몰랐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같은 시간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부부였던 것 같다.
그러나 서로 다른 시간에 살기 시작하면서
달릴수록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하고 싶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던 시부모님,
잘 살아보겠다 달렸지만
손에 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의 골이 깊어진 부부.

아프고 싶어 아픈 것이 아니었고,
아버지에게 맞아 귀가 들리지 않게 된 것도 내 잘못이 아니었다.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고
조금만 더 편하게 생각했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내 잘못이 아닌 걸 한으로 남기면, 결국 삶의 구조가 무너진다.
나는 이제 구조를 다시 세우듯 마음도 다시 세우며, 자유로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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