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회로가 꺼진 1월의 토요일

by 역전의기량

일주일 피로가 쌓였는지, 졸도하듯 잠들었다.
주말엔 뇌가 알람 회로를 꺼버린 모양이다.

아빠 기일이라 납골당에 가기로 했는데
늦은 기상 후, 조용히 아침을 챙겼다.
아빠가 떠난 지 벌써 20년.

그땐 앞서려고만 했고
지금보다 훨씬 철이 없었다.
아빠를 혼자 두고 나오지 않았다면
혼자 떠나지 않으셨을까—
그 자책으로 보낸 시간이
나를 오래 아프게 했다.

그때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 깊숙한 곳의 아픔은
아직 완전히 씻기지 않는다.

그래서 막내의 마음도
너무 잘 이해되지만,
결국 시간은
각자가 스스로 건너야 한다는 것도
나는 경험으로 배웠다.

설을 앞둔 납골당엔 사람이 많았고,
남편은 준비한 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바람 쐬러 가자는 말에 잠시 설렜지만
갑작스런 일정으로 무산됐다.
설명 없이 내려진 결정에
마음이 조금 상했다.

내려놓은 줄 알았는데
아직 한구석엔
기대가 남아 있었나 보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푸념,
환경 탓, 해결되지 않는 반복.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
더 버거웠다.

결국 사소한 것들이 쌓여
또 크게 다투고,
차에서 내려 지하철을 탔다.
그 길에, 미뤄두었던 영화를 봤다.
〈만약에, 우리〉

내 20대와 30대를 돌아보고
이제 내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도
조용히 정리한 시간.

멍하니 쉬고,
생각을 정리한 토요일이 간다.

나는 이제
‘설명 없는 결정’에 기대기보다,
내가 나를 지키는 쪽으로
조금 더 분명하게 걸어가 보려 한다.

2026년 1월, 안녕.
2월도—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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