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것부터 붙들던 사람

by 역전의기량

예전의 나는 그랬다.
‘장녀’라는 이름 하나로 모든 것을 짊어지고,
한 번에 해결하려 했다.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잘게 쪼개 하나씩 풀면
시간이 걸려도 소음 없이 완주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늘 큰 것부터 붙들었다.
결국 문제는 해결되기도 전에
몸과 마음이 먼저 상했다.

내가 견디는 방식은 늘 비슷했다.
급해지고, 조급해지고,
끝까지 버티다가 어느 순간 꺼져버리는 것.
그건 성격이 아니라 구조였다.
내가 나를 몰아붙이도록 설계된 구조.

지금은 다르다.
상황을 크게 키우지 않고,
구조화해서 하나씩 푼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끝까지’를 선택한다.

오늘도 숙제 하나를 풀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았다.
다만, 무너지지 않는 방식으로.

사고는 안 나면 좋겠지만
예기치 않게 생길 수 있다.
중요한 건 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대처 방식은 결국 습관이 되고,
습관은 사람의 방향을 바꾼다.
회복탄력성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매번 다시 일어나는 선택 속에서 자란다.

나는 오늘도,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는 연습을 했다.
내가 나를 지키는 방식으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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