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떡증이 가라앉은 밤

by 역전의기량

항암치료를 하며 아플 때는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이제 몸이 조금 괜찮아지니
오랜 세월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저 밑에서 다시 올라온다.
그게 ‘벌떡증’처럼 나를 숨 막히게 했다.

본질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것을 쌓아 올려도 잠시뿐이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결국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또다시 싸움을 만든다.

피하지 말고
치열하게 싸워서라도 결론을 냈어야 했는데,
늘 싸우는 쪽은 나였고
포기하는 쪽은 남편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저녁에 남편을 만나자고 했다.

빈속에 이야기하면 싸우게 되니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차분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충격적이게도
여러 번 이야기했던 내용이
남편에게는 기억에 없다고 했다.

결혼 후 15년 가까이
함께 운영해왔지만 쉽지 않았고,
서로의 근무 시간이 맞지 않아
마주 앉아 대화하는 날이면
늘 말하지 못했던 상처들이 튀어나왔다.
결론은 늘 싸움이었다.

기억이 없을 수도 있겠다 싶어
다시 차분히 설명했고,
앞으로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이야기했다.

남편도 어느 정도 수긍했다.
당장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하나씩 정리해보자고 했다.

말을 하고 나니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벌떡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혼자 다 들고 있을 때는
울분만 쌓일 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엉킨 실타래를
이제는 하나씩 풀어보자.
혼자 다 짊어지려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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