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허락하는 속도

by 역전의기량

24년 2월부터 운동을 시작해
어느새 2년이 되어간다.

처음엔 선택이 아니었다.
살아야 했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이었다.

운동을 하며 비워낸 것도 많았고,
그만큼 많은 걸 채웠다.
그런데도 멈춰 서면 답답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뭐가 달라질까.”
오늘처럼 하루 종일 자고 싶었던 날도 있었다.

그런데 몸은 정직했다.
반복된 습관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고,
결국 몸을 일으켜 헬스장으로 향하게 했다.

1월 말, 미뤄두었던 인바디를 재봤다.
기초대사량은 떨어지고
체지방과 내장지방은 조금 늘었다.

대신 상·하체 균형이 돌아와 있었다.
몇 개월간 이어지던 불균형이
정리된 상태였다.

지난 1월부터 꾸준히 해온
나선선 루틴의 영향이 컸다.

작년 5월에도 균형은 ‘균형’이었다.
하지만 같은 균형이라 해도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른 사람이었다.

그때는 윈드밀에서 가슴 회전이 불안정했고,
미는 힘이 심하게 떨렸으며,
하체 운동에서는 발 중심을 잡지 못해
골반이 계속 흔들렸다.

지금은 다르다.
협응능력이 깊어진 지금은
오버헤드프레스 20kg을 들 수 있게 됐다.

암 치료 이후의 운동은
살을 빼기 위한 것도,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다.
몸이 다시 한쪽으로 버티지 않도록,
전신이 함께 쓰이도록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해야 해서 시작했지만
그냥 계속하다 보니
조금씩 깊어졌고, 조금씩 단단해졌다.

그래서 지금은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숫자에 흔들리지 말자.
타인의 속도나 반응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조용히 내 몸이 허락하는 속도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걸어가도 된다.

암 치료 이후의 운동은
빠름이 아니라 지속이고,
증명이 아니라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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