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타이밍을 배우는 중

운동을 배우다, 인생을 배우다

by 역전의기량

근육통인지 정확히는 구분이 가지는 않네요.

팔은 왼팔보다 수술 당시 임파선 절개를 많이 한 오른쪽이 누가 잡아당기는 느낌이고요.
다리는 왼다리 무릎 앞쪽이 당기고, 골반 양쪽 앞쪽은 미는 느낌이고요.
배는 복부 절개 수술 부위가 옆으로 찢어지는 느낌이에요.

직선 움직임 위주의 운동을 배우다 몸통을 회전하는 나선선 운동을 해보니, 세 번째 유방암 수술 이후 쓰지 않았던 근육들이 일제히 요동치며 인사하는 듯했다. 인사를 하는데 받아 주지 못하고, 동쌤께 아파서 운동을 못 하겠다고 말했었다.

“괜찮아요?”

근육통이라고 말하면 될 일을, 상대가 전혀 알아듣지 못할 단어들로 설명하는 내 모습을 보며 참 많이 지쳐 있었구나 싶었다. 왜 그때그때 말하지 못하고 울기부터 했을까.

이후 이런저런 일로 또 한바탕 울어내며 쏟아내고, 다시 헬스장에 갔다. 마주친 동쌤과 이야기하며, 2년 전 세 번째 유방암 수술 때는 몰랐던 근육들이 나선선 운동을 하며 다시 깨어나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가 이해하는 느낌이 들었다.

잊고 있던 사실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나는 대화를 주고받기보다 일방적으로 내 말만 쏟아냈던 적이 많았다.

운동도 한 번 배운다고 바로 내 것이 되지 않는다. 한 번 해봤다고 몸이 기억하지 않는다.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 동안 연습하고, 개선하고, 다시 시도해야 한다.

운동을 하며 나 자신을 만나고 있는 이 시간 속에서, 나는 내 마음속 말을 꺼내어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게 표현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생은 타이밍인데, 나는 발생 즉시 말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 담다가, 내가 말하고 싶은 타이밍에 나만의 언어로 쏟아내고 있었다.

눌러 담으면 몸은 무거워지고 신경은 날카로워진다. 예민한 나는 늘 긴장된 채 경직되어 있다가, 편안한 공간에 가서야 서툰 방식으로 토해냈다. 그리고 소리 내어 울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지친 내 모습만 남았다.

운동을 하며 수없이 비워냈지만, 쉽사리 알지 못했던 나의 민낯을 하나씩 마주하게 되니 깊은 언저리가 아픈 것은 감출 수 없다.

마흔을 넘어 인생의 중반에 서 있는 지금, 이제라도 알게 된 나의 민낯.

남은 인생은 꾹꾹 눌러 담지 않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며, 웃으며 편안하게 살아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들리지 않았던 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