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우리 집 가정불화의 원인이야.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 말 다했어.
어.
알았으니까, 가.
지난 2월 중순.
나와 남편은 올해 6월, 분양받은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아이가 곧 중학생이 된다.
첫 스무 살까지, 제일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있는데 2년마다 이사 다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출이자는 계속 오르고,
열심히 달리기만 해서 답이 나오는 구조도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수입과 지출을 나누는 것’이었다.
돈에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집이라는 회사의 매출(세후 급여)은 정해져 있다.
여기서 대출이자, 보험료, 통신료 같은 고정비는 카드로.
식비, 생필품비, 예비비 같은 변동비는 통장으로 분리해서
예산 안에서 쓰기로 했다. 남은 영업이익은 비상금으로 이동해서 모으거나 여행용 통장으로 나누기도 하려 했다.
십여 년 넘게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방식이기도 해서,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큰 흐름만 잡으면, 별 무리 없이 운영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름 모르게 필요해서 썼다’고 말하던 카드값부터 정리하고,
주어진 현금 안에서 쓰기로 했다.
통장도 항목별로 만들고,
주별로 예산 대비 사용 내역을 적어야
얼마 남았는지, 모자란지, 다음 주에 어떻게 조정할지 보이니까.
월급은 세 달치를 받는 게 아닌데,
필요하다고 물건을 세 달치 사면 안 되지.
“40만원을 쓴 것도 아닌데. 필요한 거 산 건데 왜 이렇게 난리야.
반품하고 한 달치 사라 하면 되지.”
어제 집에 들어갔더니 남편이 장을 봐서 저녁을 먹었다고 했다.
그래서 물었다.
“그럼 사용 내역 알려줘야, 얼마 남았는지 알 수 있잖아.”
지난주에 가계부 잔액을 적어서 남편에게 보내줬더니
잔액이 맞지 않는다며 짜증을 냈고,
어제는 자기가 사용한 내역을 아무 설명 없이 카톡으로 툭 보냈다.
아이가 필요한 물건을 샀다길래 물어보니 ‘세 달치’였다.
아무 말 없이 필요해서 샀다고 했다.
아이랑 말하다가, 또 언성이 높아졌다.
세 달치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세 달치 필요 물품을 한 번에 사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예산이 필요한 거다.
필요한 건 살 수 있다.
예산이 비면 다른 항목에서 옮겨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만큼을 살 필요가 없는 물건이라면
사기 전에 말을 하고 같이 정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내가 혼자 십여 년 동안 운영한다고 해봤지만,
통장은 텅장이 되어갔고
우리 집은 그동안 돈을 벌어도
그 돈이 어떻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모르고 살았다.
열심히 달리긴 했는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던 거다.
난 늘 생각했다.
이게 돈이 많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을까?
근데 결국 돈이 아니라,
한 집에 사는 사람들과의 ‘소통’ 문제였다.
어제 아이에게 언성을 높일 일이 아니었다.
남편과 다시 이야기하고,
규칙을 ‘같이’ 만들고,
‘같이’ 고쳐가야 했던 건데…
내가 감당하지 못한 감정이, 다른 방향으로 튀어버렸다.
서로 다른 시간에 사는 사람들.
십여 년 동안 하지 못하다
다시 생긴 규칙.
지켜질 수 있을까.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엔,
그냥 넘기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