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배우다, 인생을 배우다
15년만인가.
결혼하고 처음으로 남편과 ‘수입-지출’ 구조를 세우고, 그걸 말로 꺼내고, 합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에너지 소모가 컸는지 12시 다 돼서 잠들었다.
묶여 있던 주식을 일부 매도하기로 결정하면서,
미련도 조금은 같이 내려놓게 됐다.
인생공부를 또 한 번 찐하게 한 기분.

인생공부는 언제까지 하니?
피곤도 했고 오늘은 혼자 일하는 날이라 더 잤다.
모처럼 발걸음이 가벼웠다.
당장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작했으니까.
“오빠, 시험 잘 보고 오세요.”
“시간 되면 카드사 전화도 해보고요.”
“네.”
남편이 오랜 숙원(?) 자격증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시험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러 간다길래
“잘 찍어서 붙어보라”고 농담도 했다.
카드값을 확인하다가,
무이자 할부 결제였던 건에 수수료가 붙어 있는 걸 발견했다.
시간 날 때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시험 잘 봤어?”
“불합격이지. ㅎ”
“다시 시작하신 것만으로도 멋지신 겁니다.”
“카드회사 전화해봤음?”
“아니, 이따 함.”
“응.”
시험 결과도 궁금했고,
도전한 남편에게 엄지척도 날리고 싶었다.
그런데… 돈 말고 ‘쌓이는 것’을 싫어하는 기량언니는
그새 못 참고 카드사 확인을 또 물었다.
“이따 확인한다니까.”
“시간이 얼마나 됐다고 또 전화야.”
“알았어. 미안해.”
오늘은 혼자 일하는 날이라 엄청 바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여유 있게 일처리를 하다 보니
해결 안 된 게 떠올라 다시 물었던 거였다.
“그 가맹점이 무이자 할부가 작년까지였대요.
그래서 일시불 결제로 바꾸었네요.”
“아… 그랬구나.”
예전 같았으면
‘무이자 끝난 걸 왜 안내 안 해주냐’에 마음이 먼저 갔을 텐데,
이번엔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돈이 새기 전에 미리 체크했고,
확인해서 정리할 수 있었던 걸로 충분하다고.
무이자 건을 처리하고 나니,
다른 할부 결제도 눈에 들어왔다.
“이건 뭐예요?”
“모름.”
모른다는 말에 순간 답답했지만,
그것도 결국 ‘습관’ 문제라는 걸 알았다.
돈을 쓰면
‘무엇 때문에 썼는지’라도 남겨두고,
정산하면서 분석해야
돈이 어디로 새는지 보인다.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아무 소용 없더라.
그동안은 ‘달리는 힘’에만 썼다면,
이제부터는 달리기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달릴지
같이 이야기하고 조정해보기로 했다.
통장 개설이 어려워 지출 관리가 번거롭다는 남편에게
대안도 하나 꺼냈다.
“통장 개설이 안 되면 세이프박스라도 만들어서 정리해보는 건 어때요?
장보고 기록하는 게 번거롭다면, 방법을 바꿔보자.”
그리고 운동.
“다음에는 롤링머신 타고 무중력 머신도 타봐요.
‘나는 힐링 중이다 ㅎㅎ’ 이미지 트레이닝 하면서.”
“저는 아직 제어가 잘 안 되던데요.”
“에이, 기량님 몸도 제어하신 분이
머신을 왜 제어 못해요. 해보면 되지.”
2년 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생각하지만,
새로운 머신이나 동작은 여전히 낯설다.
게다가 새로 만난 무중력 머신 + 스키 머신 + 롤링 머신을
운동 전에 3k 타버렸더니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제정신이 돌아와야 조금씩 제어가 될 텐데.
“앞으로 수업 방향이 어떻게 돼요?”
“한 주는 기능성 운동, 한 주는 웨이트 이렇게 하려구요.
웨이트 동작엔 몸통 회전이 없어요.
나선선 운동이랑 몸통 회전하는 운동을 꾸준히 해주셔야 돼요.”
중량만 늘면 되는 줄 알았던 나는
지난 1월 ‘나선선 운동’을 배우고 나서 알았다.
중량 증가가 전부가 아니었다는 걸.
수업 텀이 길어지니
나선선 운동을 주 1회는 꼭 넣어야겠다 싶어서
오늘 바로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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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루틴]
- 헹잉 레그 레이즈
· 무릎 들고 복직근 쫘주기
- 스쿼트 덤벨 회전
· 팔 꺾이지 않기
· 덤벨 수직 / 다리 풀지 않기
- 중심이동 쪼그려 걷기
· 반대쪽 다리 땅에 닿지 않게 하는 방법 고안해보기
- 벤치 다리 회전
· 다리 높이 들기
- 덩키킥
· 엉덩이 높이 들기
- 케이블 회전 원레그 데드리프트
· 왼쪽 회전이 더디다. 다리 쭉 펴고 집중
- 케이블 힙쓰러스트
· 발 미는 힘으로 깊게 엉덩이 수축
- 런지 회전
· 앞발 옮길 때 중심 잡고 회전
- 케틀벨 스윙
· 중심 놓치면 힘 풀려서 다친다
운동 후에는 롤/스/무 3k를 또 타고 스트레칭까지 마무리.
집에 가는 길,
단전 깊숙이 올라오는 배고픔이 왔다.
다행히 남편이 저녁에 고기를 구워둬서
폭풍 흡입하고 씻고 잠들었다.
되게 복잡해 보이는데,
구조를 하나씩 만들어가니까
길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