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배우다. 인생을 배우다.
몸에 밴 습관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아프게도 한다.
이번과 비슷한 번아웃이 올 때마다, 왜 그런지도 모른 채 꾹꾹 눌러 담은 걸 토해내듯 울거나 술을 찾곤 했다.
아주 매운 음식을 먹을 때도 있었다.
울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술로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그때의 나는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좋지 않은 방식으로 겨우 충전한 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을 또 이어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대단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살겠다고 시작한 운동.
그걸 2년 넘게 배우고, 꾸준히 반복한 시간과 노력이 쌓여서일까.
번아웃이 와도 예전처럼 무너지지는 않는다.
멘탈이 나가면 돌아오라고, 빡세게 약점 개선시키며 운동시키는 선생님도 있으니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주저앉지는 않는 것 같다.
오늘은 결혼 16주년.
지지고 볶고,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사소한 티키타카 끝에 남편과 저녁을 먹었다.
남편이 놀랐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한 우리 집 재정 관리 덕분에
우리 집이 빚만 있는 집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나서였다.
예전엔 이 문제로 허구한 날 싸웠는데
적어도 이제는 잡음이 조금씩 줄고, 방향이 잡혀가는 것 같다.
내가 다 내려놓는 게 괜찮겠냐고 묻는 남편에게
지금은 내려두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남편도 말하더라.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말라고.
남편도 알고 있었던 거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먹었다.
이 와중에도 운동이라도 하려는 건 잘하는 거라고.
운동하지 말라는 소리는 하지 말라던 남편.
동시에 일도 그만두면 안 된다고 했다.
참, 남편답다.
운동 안 하는 날이면 저녁도 많이 안 먹는 편인데
오늘은 막회에, 수제비에, 초밥까지 배터지게 먹었다.
뭐, 이렇게 배터지게 먹는 날도 있어야지.
집에 와서는 또 한 달 수입과 지출을 정리했다.
그 정신없던 구조가 그래도 많이 정리되어 간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게 인생이라지만
그래도 26년 4월, 잘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