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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전의기량 Apr 25. 2021

상대방 입장 생각하기

고집불통 엄마의 어른 연습


음식점 차려도 되겠어.


작년 7월,  뇌혈관 질환 중 뇌경색을 시작으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엄마는 한 달에 두 번 우리 집에 와서 쉬어가기로 했다.  아프기 전부터 배고픔을 참지 못했던 엄마는 아프고 나서부터는 유독 배고픔을 참지 못한다. 휠체어를 끌고 엄마가 지내는 동생집에서 우리 집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올 때는  두 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나는 매번 긴장한다.  


배고프다 소리 지르면 어쩌지!!
안 간다 짜증내면 어쩌지!!


그 얘기는 반대로 생각하면 , 출발하기 전에 간단히 먹고 가거나 아니면 가는 동안 먹을 수 있으면  좋은데 코로나로 지하철에서 먹을 수 없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번엔  휠체어 타고 출발하기 전에 동생집에서  엄마한테 얘기해서 못을 박았다.


엄마, 오늘은 내가 돈이 없어!!
가다가 뭐 먹고 싶다 하면 안 돼.

ㅎㅎㅎ, 먹을 만큼 먹어서 괜찮아.

어? 엄마가 ~먼가 달라진 거 같다. 정신도 맑아 보이고 짜증을 내지 않는다.  무언가 안정된 마음으로 휠체어에 엄마는 앉았고  휠체어는 출발한다.   


기계라는 것을 처음 사용할 때는 사용 방법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데  막무가내로 움직이려  했던  고집불통 엄마는 된통 혼이 났었다. 엄마도 무릎을 다쳤었고  길에서 진땀을 뺐었다.    

한번 운전해봤다고 그런가 이번엔 무언가 다르다. 비탈길에서도  혼자 앞서가려 하지 않고 엄마가 안전하게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 생각하며 운전한다.  엄마도 정신이 맑고 나도 휠체어  운전이 편해서  기분이 좋다.


지하철을 환승하며 두 시간 지나 도착한 집

엄마는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내 딸과 남편은 잊지 않는다.  낳자마자  8년을 품에 안고 키워준 손녀라 그런지  유독 보고 싶어 하면서 아이의 순간순간을 기억하려 한다.  보고 싶었던 손녀와의 만남 아이도 할머니와 노는 것이 즐겁다.  맑은 정신에 오래간만에 보는 손녀와 노는 것도 재미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의 노래가 시작된다.

배고파 밥 줘!!!


한참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는데  못 기다리고  배고픔에  엄마가 얘기하기 시작했다.


기다려~~


 엄마는 재촉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재촉한다고 금방 뚝딱 나올 요리였다면 벌써 끝냈지. 엄마 배고픔 노래를 듣고 있지 않았을 테니까.



우직하게  내 템포대로 음식을 만들어 냈다.  뒷다리살로 만든 찹스테이크에 황태 미역국 엄마의 점심이었다.  파프리카, 당근, 양파와 우스터소스 그리고 간장을 넣어 단짠 양념으로 아이나 어른도 좋아하는  고기에 맑은 국물에 개운한 미역국까지  올려 엄마 좋아하는 김치에 먹으니  한번 먹어보니 놀랜다.   


아이 어릴 때는 할 줄 아는 거 없다고 혼만 나던 아이가 음식을 아주 맛있게 해낸다.



엄마가 아이를 봐준다고  우리 집에서 같이 사는 동안 엄마는  아이 보육 외에  반찬과 먹거리를 까지 만들어 주었다.  돈 벌기에만도 정신없었던 나는 하나이상의 일을 할 줄 몰랐다. 당연히 나에겐   아이가 크는 것도 집안 살림살이도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365일 정신없이 살지만  바쁘고 정신없는 딸을 위해 엄마는  내가 아침에 씻으러 들어가면  돈 벌러 가면서  아침밥 굶고 가면  대우도 못  받는다며 따뜻한 밥을 차려주었다.   엄마랑 티격태격하는 날엔 아침에 눈뜨고 출근할 때까지 눈치 보느라 바빴지만 그 밖의 날엔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는 것만으로 기분 좋은 아침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느 날 아침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밥을 먹는데 반찬이 달라지는 게 없었다.

며칠 같은 반찬이라  눈치 없는 고집불통 엄마는 엄마한테 묻는다.


엄마, 나  진미채 먹고 싶어.!!

다른 때 같으면 별 뜻 없이 물어본 말에 엄마는 언제 해줄게 ~~라고 얘기해줄 수도 있었다.


진미채가 요새 얼마인 줄 아니?


살림에 살 자도 관심 없던 나는 엄마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쏟아 부치듯 이야기하면 싸움밖에 되지 못할 듯해서 조용히 밥을 먹고 출근하기 위해 나왔다.  밥만 먹고  출근하기 바빴던 나는 밥그릇은 싱크대 설거지통에 넣고 나왔다.  혼자만 알고 이기적으로 살았던 고집불통 엄마는 엄마가 해주는 밥이 , 반찬이 그저 자기가 벌어다 준 돈이면 저절로 만들어지는 줄 알았다.



 나이만 먹고 나이만큼 성숙하지 못했던 고집불통 엄마는 자신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밥을 해보니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때 엄마가 왜 그렇게 말했었는지  가족들 먹거리만 만드는데도 왜 힘이 부쳤었는지를......


엄마는 딸 셋 중에 유일하게 지지고 볶고 싸움을 심하게 했던 나만을 내 딸을 내 남편을 기억한다.  지금은 같이 살고 있는 둘째 딸을  조카딸이라 부르고 엄마 마음에 가슴 아픈 셋째 딸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는다.   고집불통 엄마는 이제야  생각한다. 직접 해보기 전에 엄마가 힘든 게 머였는지  조금만 배려를 했었다면  엄마 마음이 지금보다 더 조금은 편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이다.  




경력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혼자 사는 인생이 아닌 이상에야  세상을 내관점으로만 바라보려 하면  얻고자 하는 대답도 얻지 못할 뿐이고 무인도에 혼자 갇혀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무인도에 갇혀서  시간은 흐르는데 왜 사람 많은 곳을 못 가는지 불평불만만 하고 있지 않았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면 더 늦기 전이라도 세상사는 관점을 내관점에서 상대방 입장으로 바꾸어 생각해보자.  생각만 바꾸었을 뿐인데 해답이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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