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대접하는 일을 멈추지 않기로 했다. 하루의 끝, 침대에 몸을 뉘며 습관처럼 남편에게 묻는다.
“우리 내일은 뭐 먹을까? 먹고 싶은 거 말해봐, 내가 다 해줄게.”
누군가에겐 그저 끼니를 때우기 위한 메뉴 선정일지 모르지만, 내게 이 질문은 내일의 행복을 미리 예약하는 경건한 의식이다. ‘내일 마주할 맛있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차갑던 발끝에 온기가 돌고, 잠자리는 이내 설렘으로 풍성해진다.
나는 요리하는 시간을 사랑한다.
MSG의 도움 없이, 나의 안목으로 골라온 신선한 식재료들이 도마 위에서 정갈하게 다듬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 그것은 나 자신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보통 요리하는 사람은 간을 보다 질린다고들 하지만, 나는 예외다. 내가 만든 음식에 내가 가장 먼저 감탄하며, 누구보다 복스럽게 그 시간을 만끽한다.
“오늘 점심은 또 나를 위해 무엇을 차려볼까?”
이 명쾌한 고민이 나의 하루를 단단하게 지탱한다. 삶이 때로 나를 지치게 하여 입맛을 앗아갈 때조차, 재료를 씻고 써는 그 단순한 행위는 나에게 커다란 치유로 다가온다. 사실 내가 매일 땀 흘려 운동하는 이유 중 하나도 명확하다. 이 맛있는 음식들을 더 기쁘게, 더 건강하게 소화해내고 싶기 때문이다. 즉, 더 잘 먹기 위해 나는 움직이다.
내게는 닮고 싶은 뮤즈가 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아이 같은 눈망울로 음식을 대하는 최화정 님이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먹는 모습을 보며 그녀를 떠올린다고 말한다.
“해루아, 너 먹는 거 보면 정말 최화정 님 같아. 어쩜 그렇게 신나게 먹니?”
그녀의 유튜브를 보며 나는 확신했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눈을 반짝이는 그 생기가 그녀를 나이보다 훨씬 젊고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나 역시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 나이가 들어도 감각의 즐거움을 잃지 않고, 매 순간을 맛있게 음미하며 살고 싶다.
여전히 남편과 지인들은 복스럽게 잘 먹는 나의 모습을 보며 신기해하고 즐거워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맛있는 음식 하나에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이 마음이, 결국 나를 젊게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라는 것을.
거창한 성공과 대단한 성취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단순한 즐거움이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한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그녀의 유쾌한 주문은 내게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그것은 칼로리라는 숫자에 갇히지 않고, 내 영혼을 충만하게 채우겠다는 삶의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