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언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ami Sep 23. 2018

미국 대학 졸업식을 빛낸 역대급 연설 셋

스티브 잡스, J. K. 롤링, 셰릴 샌드버그

학부 시절 계절학기 수업으로 통역 기초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기초라고는 없었던 우리에게 교수님은 무조건 연설문 하나를 통째로 외우라고 하셨다.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사람이 영어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훌륭한 영어 텍스트를 완벽하게 외우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때 추천받았던 연설이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퍼드 졸업식 연설이었다.


졸업을 graduation이라고도 하지만, 시작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commencement라고도 부른다. 인생에서 하나의 단계를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의미, 학업을 마치고 사회로 나간다는 의미, 비로소 자격을 가지고 전문적인 영역으로 뛰어들게 된다는 의미를 담아 졸업을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하는 듯하다. 더 이상의 유보는 허락되지 않는다.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여러 선택지 중에 하나의 길을 정해서 가능성을 현실로 실현해야 한다. 잠재력이 많다는 말은 뒤집어 말해 불확실성이 높다는 뜻이다.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양질의 교육을 받았으나, 그만한 교육에 상응하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현세대에게 졸업은 희망이 아니라 두려움으로 느껴지게 마련이다.


연단에 선 연사는 그런 인생의 후배들을 보며, 앞으로 그들이 가야 할 길을 먼저 걸어본 사람으로서, 본인의 삶의 궤적을 제한된 시간 내에 압축적으로 녹여내어, 이들이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할 말, 지금 가장 절실할 말, 그간의 수고에 대한 격려, 미래에 대해 용기를 줄 수 있는 말을 전달해야 한다. 명연설문은 많지만 졸업식 연설에는 졸업식 연설만의 독특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그러한 까닭일 것이다. 졸업식 연설문은 내용면에서도 그렇지만 형식면에서도 완성도가 높다. 수십 번 퇴고하며 곡해 없이 진심을 전달하려고 애쓴 흔적이 느껴진다. 소위 성공했다고 하는 유명인사들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보는 재미가 있다.


버젓이 하나의 독립된 사회인으로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지금도 내가 제대로 된 길 위에 서 있는지, 지금 과연 어디쯤에 와 있는 것인지 막막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졸업식 연설이 위안이 된다. 괜히 뭐든 잘 될 것 같아진다. 일상에 매몰되었던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영어 공부하려다가 현타가 올 수도 있다는 부작용을 사전 고지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졸업식 연설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Steve Jobs (Standford, 2005)


Steve Jobs' 2005 Stanford Commencement Address (Youtube)


Your time is limited, so don’t waste it living someone else’s life. Don’t be trapped by dogma — which is living with the results of other people’s thinking. Don’t let the noise of others’ opinions drown out your own inner voice. And most important, have the courage to follow your heart and intuition. They somehow already know what you truly want to become. Everything else is secondary.


당신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타인의 삶을 살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도그마에 갇히지 마십시오. 도그마에 갇힌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결과대로 살게 된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라는 탈을 쓴 잡음이 당신 내면의 목소리를 몰아내게 하지 마십시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장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지니는 것입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무엇이 되고 싶어 하는지 당신의 심장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그 외의 다른 모든 것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1. Connecting the Dots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You have to trust in something — your gut, destiny, life, karma, whatever.


미래를 보면서 점을 잇는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나중에 되돌아보고 나서야 점을 이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점들이 연결된다는 걸 믿어야 합니다. 배짱, 운명, 생명, 카르마, 무엇이라 해도 좋습니다. 당신은 반드시 그 무언가를 믿어야만 합니다.


2. Love and Loss


Sometimes life hits you in the head with a brick. Don’t lose faith. I’m convinced that the only thing that kept me going was that I loved what I did. You’ve got to find what you love. And that is as true for your work as it is for your lovers. Your work is going to fill a large part of your life, and the only way to be truly satisfied is to do what you believe is great work. And the only way to do great work is to love what you do. If you haven’t found it yet, keep looking. Don’t settle. As with all matters of the heart, you’ll know when you find it.


삶이 당신의 머리를 후려칠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신념을 잃지 마십시오. 단언컨대 제가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까닭은 오로지 제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연애에서 그러하듯 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은 당신 인생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일에서 진심으로 만족을 느끼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스스로 대단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뿐이고요. 아직 그런 일을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으십시오. 적당히 타협해선 안 됩니다. 심장에 달려 있는 일이 본디 그렇듯 그런 일을 찾게 된다면 스스로 알아채게 될 것입니다.  


3. Death


Remembering that I’ll be dead soon is the most important tool I’ve ever encountered to help me make the big choices in life. Because almost everything — all external expectations, all pride, all fear of embarrassment or failure — these things just fall away in the face of death, leaving only what is truly important. Remembering that you are going to die is the best way I know to avoid the trap of thinking you have something to lose.


언제고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는 일은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이제까지 써 왔던 그 어떤 수단보다 도움이 되는 가장 훌륭한 방편입니다. 주위의 기대, 자존심, 망신이나 실패를 당할까 봐 두려운 마음 등 대체로 모든 것들이 죽음 앞에서는 자취를 감춥니다. 진실로 중요한 것만이 남습니다. 당신이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무언가 잃을 것이 있다는 생각의 함정으로부터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이하 원문은 스탠퍼드 뉴스 웹사이트에서 열람할 수 있다.



J.K. Rowling (Harvard, 2008)


J.K. Rowling Speaks at Harvard Commencement (Youtube)


As is a tale, so is life: not how long it is, but how good it is, is what matters.


이야기가 그러하듯 삶 역시 얼마나 긴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지가 중요하다(세네카 인용).


1. The Fringe Benefits of Failure (Tests of Adversity)


So rock bottom became the solid foundation on which I rebuilt my life. You might never fail on the scale I did, but some failure in life is inevitable. It is impossible to live without failing at something, unless you live so cautiously that you might as well not have lived at all – in which case, you fail by default.


제가 떨어진 나락의 밑바닥은 인생을 재건할 단단한 지반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크게 실패할 일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살면서 실패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너무나 신중하게 살아서 사실상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무언가에 실패하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실 그런 삶이야말로 실패가 예정된 삶이지요.


2. The Crucial Importance of Imagination


Unlike any other creature on this planet, humans can learn and understand, without having experienced. They can think themselves into other people's places.


지구 상의 다른 어떤 생명체도 경험한 적 없는 것을 배우고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간만이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할 수 있지요.


What we achieve inwardly will change outer reality. That is an astonishing statement and yet proven a thousand times every day of our lives. It expresses, in part, our inescapable connection with the outside world, the fact that we touch other people's lives simply by existing.


내적 성취가 외부 세계를 변화시킨다(플루타르코스 인용). 놀라운 통찰임과 동시에 우리가 매일의 일상을 통해 천 번은 증명한 명제이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 이 말은 우리가 외부 세계와 맺고 있는 필연적인 연계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바로 그 사실 말입니다.


이하 원문은 하버드 매거진 웹사이트에서 열람할 수 있다.



Sheryl Sandberg (UC Berkeley, 2016)


Sheryl Sandberg Gives UC Berkeley Commencement Keynote Speech (Youtube)


페이스북의 최고 운영 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가 남편과 사별한 지 1년 1개월이 지난 시점 최초로 공식석상에서 소회를 밝혀 더욱 화제가 되었던 연설이다. 영상으로 보는 데도 불구하고 억제하려 애쓰지만 드러나는 날 것의 감정에 동요하게 된다.


When life sucks you under, you can kick against the bottom, find the surface and breathe again.


삶이 당신을 끌어내릴 때 당신은 바닥을 딛고 수면으로 올라 다시 숨을 쉬어야 합니다.


Sometimes Option A will not be available, so you just got to kick the shit out of Option B.  


옵션 A가 불가능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옵션 B에서 최상의 것을 뽑아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Martin Seligman found that there are three P’s—personalization, pervasiveness, and permanence—that are critical to how we bounce back from hardship.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어떻게 우리가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가와 관련하여 중대한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개인화, 침투성, 영속성 이 세 가지 P가 우리가 회복하는 걸 방해한다는 사실입니다.


1. Personalization


The first P is personalization—the belief that we are at fault. This is the lesson that not everything that happens to us happens because of us.


첫 번째 P는 personalization을 의미합니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무조건 스스로의 탓을 하는 경향을 가리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모든 일이 나 때문에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2. Pervasiveness


The second P is pervasiveness—the belief that an event will affect all areas of your life. You know that song “Everything is awesome?” This is the flip: “Everything is awful.” There’s no place to run or hide from the all-consuming sadness.


두 번째 P는 pervasiveness를 의미합니다. 하나의 사건이 앞으로 당신 인생의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모든 것이 멋지다"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이 경우는 정반대로 모든 것이 끔찍하다고 느낍니다. 모든 걸 집어삼키는 슬픔에서 도망치거나 숨을 곳이 없습니다.


3. Permanence


The third P is permanence—the belief that the sorrow will last forever. For months, no matter what I did, it felt like the crushing grief would always be there.


세 번째 P는 permanence입니다. 슬픔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몇 달 간은 무엇을 해도 제가 느끼는 그 참담한 슬픔이 영원히 가시지 않으리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이하 원문은 UC 버클리 대학교 웹사이트에서 열람할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