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인 날의 기록

내려놓기

by 행화당

나는 모든 것을 내가 해야 했다.

이유식도 만들어 먹여야 했고

수면교육도 내가 시켜야만 했다.

남편에게 맡기더라도 내 계획 속에서 할 수 있게 통제했고,

일의 마무리는 내가 지어야했다.


내 완벽주의 성향을 잘 알고 인정하고 있었다.

내가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내가 잘하고 있다고 믿었고,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며 만족했다.


남편에게 괜찮지 않다며 눈물을 보인 날,

나를 보듬어주던 그가 말했다.

‘조금 내려놓아 봐’

그는 내가 모든 것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처음에는 어려웠다.

‘내가 해야지, 그게 내 엄마로서의 역할이지.’

누구도 나만큼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믿음이

내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나는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엄마이기 전에 나라는 한사람을 지켜야 했다.


‘그래, 해보자.’


아이가 조금 울어도 잠시 두어 보았다.

부모님께 아이를 맡겨도 보았다.

한 끼 정도는 간단히 먹였고,

계획한 일정을 바꾸어도 보았다.


내려놓기 시작하자

내 마음을 챙길 시간이 생겼다.

창가를 보며 조용히 커피 한잔을 마셨고

내가 좋아하는 책도 한 페이지 읽어보았다.

아이를 재워야할 늦은 시간에 유모차에 태워 밤바람도 쐬어 보았다.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회복의 시작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나는 여전히 좋은 엄마였다.

아이는 여전히 나를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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